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SK케미칼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애경산업과 이마트 관계자들이 금명간 모두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비롯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백모 전 애경중앙연구소 소장과 전직 애경 임원 진모씨,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받아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이마트 전 임원 홍모씨를 기소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임원 한모씨를 함께 구속기소 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바 있는 조모씨와 이모씨 등 회사 관계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지난 2002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계약을 맺고 ‘가습기 메이트’를 전국 매장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출시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홍 전 대표 등이 원료 성분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했음에도, 추가 실험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홍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한 뒤 같은달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전 대표는 같은달 17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쟁점이 되는 제품 출시 전후의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권한, 관련자 진술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안 전 대표는 앞서 두 차례 구속 위기에 처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 흡입독성실험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 및 수사 진행 경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범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검찰은 그동안 전직 임원 조사, 압수수색 등을 통해 애경산업 등이 ‘가습기 메이트’ 제조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신병 확보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영장이 2차례나 기각되자 신병 확보에 차질을 빚었던 만큼, 불구속 기소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는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고 전 대표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 심리로 진행된 자신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고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애경산업 전 전무 양모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양씨 측 변호인은 "다만 1차 증거인멸 당시 중간 결재자로서 관련 보고를 받고 결재한 정도에 이르고 2차 땐 TF 팀장을 맡았지만 양형 관련 일부 다투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애경산업 전 팀장 이모씨는 증거인멸 관련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일부는 부인했다.

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내부 자료를 폐기·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16년 초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등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교체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2차로 같은 해 10월 국정조사가 종료된 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 자료들은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들은 검찰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TF를 조직해 활동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에 진행될 예정이며, 이날 피고인인 양씨 등이 증인으로 채택돼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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