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회계시스템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 키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사기(Accounting Fraud) 사건이 이재용 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일파만파다.

삼바의 분식사기와 관련, 삼성전자 TF소속 임원의 구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식사기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사회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각종 불·편법을 일삼아 온 ‘법 위의 삼성’의 적나라한 모습이 다시 한번 드러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삼바 분식사기가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다.

삼성그룹 회계사기 사건 관련 주요 쟁점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그 첫번째는 부실회계 감사 시스템이다.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에 대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근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후신인 삼성전자 TF가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적 증거도 밝혀졌다.

회계부정과 관련해 부실 회계감사보고서가 제출되었고, 이에 근거해 합병비율이 왜곡 산정되었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삼성의 회계사기 의혹은 부실 회계감사와 맞물려 있다. 삼성의 회계분식은 중대 범죄다. 이는 회계감사의 묵인과 암묵적 방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부실 회계감사와 관련된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부실 회계감사, 시장경제 체제 혼란 초래

회계감사란 감사 대상 재무제표가 감사 대상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 성과 및 기타 재무정보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독립적인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이해관계가 있는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체계적인 과정이다.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용자 그룹은 주주, 채권자, 거래처, 은행, 직원 또는 정부 등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만약 이들에게 왜곡된 회계정보가 제공된다면 시장경제 체제는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무제표의 공적인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각종 법률과 규정 등을 제정해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회계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조직적인 회계감사 품질관리 확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화를 유도하고 있고,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부실회계감사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회계법인 스스로 회계감사 품질관리를 강화해 신뢰성 있는 회계감사보고서가 제출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계감사인의 독립은 신뢰와 존경의 초석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가 내건 기치다. 회계감사인은 기업집단 등 경제적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투명한 회계 인프라를 구축, 실행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가? 나아가 회계감사의 국제기준을 준수, 우리 기업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인도를 향상시켜 나가는가?

삼성그룹의 끊임없는 회계사기 사건은 우리나라 회계감사인이 본연의 윤리와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회계감사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이어야 한다.

회계감사인은 회계감사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계감사인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회계감사와 관련해 경제적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정신적으로 정실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외견상의 독립성 유지는 물론, 친인척 관계 등의 실질적인 독립성까지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회계감사인은 회계감사 과정에서 직업적 전문가로서 마땅히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Due Professional Care)를 다해야 한다.

회계감사인이 이런 의무를 위반해 부실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면, 엄중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회계위반 중대 범죄, 삼성이냐 삼정회계이냐 

삼성바이오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삼정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콜옵션 계약의 온전한 내용은 2015년 회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에야 인지했고, 앞서 미국 바이오젠 보고서에 콜옵션이 담긴 내용을 확인하고 삼성바이오 쪽에 ‘합작 계약서’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둘러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 귀추가 주목된다.@스트레이트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둘러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에 대한 수사에 착수, 귀추가 주목된다.@스트레이트뉴스

이들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에서 과거 금융감독원 조사,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및 법원 재판에서 진술했던 내용과 전혀 달랐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삼성에피스를 세우면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콜옵션 약정을 2012~13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채 숨겼던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의 핵심은 회계법인이 회계감사 과정에서 회계감사기준과 준칙에 따라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투자계약서를 제출받았는지의 여부이다.

삼성측이 회계법인에 ‘경영자 확인서’를 제출하고서도, 관련 계약서를 회계법인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삼성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관련 계약서를 제출받지 못했다면, 회계법인은 감사범위 제한(Scope Limitation)으로 인한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삼성측과 회계법인에 대한 향후 사법적 판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다. 사법적 판단은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삼성과 그 회계감시인이 글로벌 스탠다드는 커녕,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일각의 의혹은 법정이 현명하게 가려줄 일이다. 

회계사기 솜방망이 처벌, 특단 대책 나와야

회계사기(Accounting Fraud) 사건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농락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다.

2001년 15억 달러 규모의 회계분식 범죄와 관련해, 미국 엔론사의 최고경영자는 법원에서 24년형을 선고받았고, CFO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더앤더슨이란 글로벌 회계법인은 파산했다. 삼성의 회계분식 규모는 4조 5천억 원 수준으로 미국의 엔론사에 비해 3배 수준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회계사기 사건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수없이 많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질 못했기 때문에 더 큰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회계투명성 후진국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땅에서 다시는 회계사기 사건이 재발되지 못하도록 준엄한 법의 심판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미국이 2002년 도입한 ‘사베인스-옥슬리 법’과 2010년 도입한 ‘도드-프랭크법’을 벤치마킹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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