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항공업계 거대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채권단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23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회의와 채권단 협의 등을 거쳐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이 마련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방안에 따라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에게로 신속한 인수합병(M&A)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연내 제3자에 대한 매각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 협의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M&A를 추진 중이며, M&A가 차질없이 진행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33.47%에 대해 구주 매각과 제3재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이르면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보면 자금은 영구채 5000억원, 신용한도(크레딧 라인) 8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 L/C) 3000억원으로 지원된다. 영구채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영구채 5000억원을 발행하면 산은 등 채권단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구채는 만기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회계 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자본 건전성 개선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용한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바로 자금을 지원해주는게 아니라 나중에 자금 수요가 생기면 이번에 정한 한도 8000억원 내에서 돈을 빌려주게 된다. 나머지 3000억원은 항공기 운용리스 등 항공기 금융에 대한 보증 한도로 제공된다. 

채권단은 금호고속에 대해서도 브릿지론 형태로 13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한 금호산업 주식(45.3%)에 대한 담보부 대출 지원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산은과 수은이 7대 3 정도의 비율로 나선다.

매각 무산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 조건으로 매도하는 것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특별약정 체결도 이뤄진다. 매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채권단은 구주에 대한 '동반매각요청권'(드래그얼롱) 권리 등을 활용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요청 금액인 5000억원을 뛰어넘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진 것은 아시아나항공 조기 매각에 중점을 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후보자 물망에 오른 기업은 롯데그룹, 한화그룹, SK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이다. 다만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기업은 없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롯데를 포함해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들 그룹이 모두 인수설을 부인하면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더라도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현재는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매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대금은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중구 한화그룹 본사
서울시 중구 한화그룹 본사

이들 기업 가운데 한화그룹은 최근 롯데카드 최종 입찰에 불참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룹에서 추진한 중간금융지주의 정점에 있는 핵심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이 롯데카드 인수를 준비해왔지만 본입찰에 불참했다.

한화그룹 측은 롯데카드 인수전 불참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 많다.

한화그룹은 과거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바 있다. 주력 계열사인 방산 계열사들이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항공업에 대한 한화의 관심을 뒷받침한다.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방산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격인 ㈜한화가 직접 지배하는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9445억원으로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화그룹의 주력인 방산산업이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이후 잠재적 인수 후보 1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은 항공기 엔진과 부품 제작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데다 지난해 LCC 에어로케이에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 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적이 있다. 한화호텔&리조트와 항공의 연계를 통해 관광상품을 개발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설과 관련해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열린 IR실적발표회에서 "항공기 엔진, 기계시스템 등 항공 제조업과 업의 본질이 상이하며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인수를 생각해 본적이 없으며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나, 여유있는 자금력을 비롯해 정유계열사와 항공업과의 시너지가 예상돼 인수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나오며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던 게 사실이다.

CJ그룹 또한 최근 자회사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CJ대한통운과의 시너지가 관심을 모으며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CJ대한통운의 물류산업과 시너지를 통해 거대 특송 운송업체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는 현재까지 정확한 매각계획이 나오지 않은 데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만 높일 수 있어 매수기업들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