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의 품으로 향하는 듯했던 롯데카드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 대표가 최근 탈세 혐의 수사를 받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롯데그룹이 매각 협상 대상을 급선회한 것이다.

롯데카드
롯데카드

롯데지주는 21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로 변경한다고 공식화했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 3일 롯데카드 지분 93.78% 중 경영권을 포함한 투자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롯데지주는 그러나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인 지난 13일까지도 한앤컴퍼니와 롯데카드 매각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핵심에는 한앤컴퍼니 한상원 대표가 탈루 혐의로 피고발되는 사건이 있다.

KT 새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에 황창규 KT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를 비롯한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배임,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KT 새노조는 한앤컴퍼니가 앤서치마케팅을 매각하는 과정을 문제 삼았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6년 KT와 KT 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앤서치마케팅을 60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이 앤서치마케팅을 공정가치보다 424억원 높은 가격으로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한상원 대표는 이 과정에서 앤서치마케팅의 회계 장부상을 고의로 부풀려 회사 매각을 주도하고 사실상 증여받은 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가 최종 합의를 통해 본계약 체결에 도달해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씻기지 않았다. 

현행법상 법인 대표가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다. 한 대표가 검찰 조사를 통해 혐의점이 드러나고 이후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게 되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런 탓에 롯데지주의 이번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 선택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롯데지주가 안전한 선택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카드 노조 역시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한앤컴퍼니 인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무엇보다 롯데지주 측은 올해 10월까지 매각을 끝내야 하는 만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고발 건으로 인해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다는 입장이다. 매각 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이 컸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인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 롯데지주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당국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앞서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후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지주 측은 구체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할 예정미며, 향후 구체적인 결정 사항이 있을 경우 공식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컨소시엄으로 변경함에 따라 카드업계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 전망이다. 롯데카드가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카드로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 우리금융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카드업계에선 실제로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합쳐질 경우 그 파장에 벌써부터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MBK파트너스-우리은행'컨소시엄이 롯데카드를 품을 경우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에는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기준 업계 5위인 롯데카드와 6위인 우리카드가 만나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은 업계 3위로 단숨에 도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른 지난해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3500억) ▲삼성카드(23조47억) ▲KB국민카드(20조5074억) ▲현대카드(15조9439억) ▲롯데카드(12조6527억) ▲우리카드(9조9831억) ▲하나카드(7조9847억) ▲비씨카드(3조6526억) 순이다. 

다만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3500억) ▲삼성카드(23조47억)▲롯데·우리카드(22조6358억) ▲KB국민카드(20조5074억) ▲현대카드(15조9439억) ▲하나카드(7조9847억) ▲비씨카드 순(3조6526억)으로 재편된다.

주목할 점은 롯데카드가 다수의 유통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로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고객층이 차별화돼 있다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고객을 중심으로 높은 소비력을 지닌 30~50대 여성 회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전체 회원 가운데 여성 회원이 65%이며, 여성 회원 중에서도 30~50대 회원 비중이 79%로 높다.

롯데카드의 이러한 특화 고객층을 필두로 우리카드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합쳐진다면 시장 점유율은 10%에서 20%대까지 올라가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 순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지주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제시한 조건을 비교하는 데에 집중할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인수가격 뿐만 아니라 고용보장과 롯데그룹과의 시너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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