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퀄컴 ARM 기술 의존...화웨이 타격 클 듯
美-中 관세전쟁으로 시작 테크전쟁으로 확전 중

[스트레이트뉴스=윤대우 기자] 미-중 관세전쟁이 테크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반도체 원천 설계 회사인 ARM이 화웨이에 설계 기술을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삼성전자·퀄컴·애플 등이 ARM의 설계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화웨이는 더 이상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23일(현지 시간) B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RM은 내부 회람을 통해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와 계약과 기술 지원을 포함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AP의 90% 이상을 설계하는 회사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ARM은 전 세계의 반도체 기업의 탑오프 탑(Top of Top)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퀄컴 등 전 세계 1000개 기업이 ARM 원천 설계도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ARM이 영국 회사이긴 하지만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320억달러(32조)에 인수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과 영국 경영철학이 반영된 회사란 분석이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전쟁에서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파이내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5G 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장비를 50%까지 허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자국의 5G 통신망 사업에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데 비해 비교적 유연한 제재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반면, 영국 ARM이 화웨이에 반도체 설계기술 공급을 중단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기술 협력 관계도 영향이 있겠지만 소프트뱅크 본사가 있는 일본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지 않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전쟁에 적극 동참 중이다. 

이처럼 대만과 호주, 일본, 유럽 기업들이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도 통신업체 ‘LG유플러스’를 꼭 집어 반 화웨이 보이콧 정책에 동참을 요구했다. 

23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외교부 당국자를 만난자리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를 꼭 집어 “이통사가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완전 아웃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요구에 일단 “화웨이와 우리 기업 간의 거래에 개입하기 힘들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강공 정책으로 볼 때 과연 우리 정부의 이런 애매한 태도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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