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증거인멸 두 의혹의 윗선을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5일 김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지난해 5월5일 회의 소집이나 김 대표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이후의 증거인멸이나 은닉 과정, 김 대표 직책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교사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표 주거나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대표와 함께 구속 심사 대상이 된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 등은 바이오로직스가 삼성 바이오에피스 등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을 통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16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무실과 바이오로직스 사무실 등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현호 삼성전자 TF 사장, 김 대표 등 고위 임원들의 사무실이 포함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19일부터 김 대표를 사흘 연속으로 불러 증거인멸 지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시를 받은 하급자와의 대질 신문에서 화를 내는 등 혐의를 적극적으로 전면 부인했고, 검찰은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상위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보강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지난 24일에는 바이오로직스 보안 실무 담당 직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지난 11일에는 이들의 증거인멸 과정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구속 이후 증거인멸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합병', '미전실', '오로라' 등의 단어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이 부회장과 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 대표와의 통화 내용, 이 부회장이 바이오에피스 측으로부터 사업 내용 등을 보고받은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