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이 지난 3월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렸다. KDB산업은행 이동걸(왼쪽) 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산업은행 이동걸(왼쪽) 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나섰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양상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라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기대와 달리 거세지는 노조 반발, 반독점 규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뒤섞이면서 최종 합병까지 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 마무리는 사실상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기업결합심사 절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회사는 이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해외 신고는 다음달부터 개별적으로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가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나라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구조는 현대중공업을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법인분할)하고,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조선합작법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조선통합법인 산하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포함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통합법인의 1대 주주가 되고 현재 산업은행은 현물출자 대신 신주를 배정받아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3월 8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는 안건을 의결하고, 현대중공업지주 및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했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1조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었다. 

당시 본계약 체결로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는 듯 보였지만 현재로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며, 독과점 해결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에 이른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양사가 합칠 경우 점유율이 60%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초대형 조선사의 출범으로 해외 경쟁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며 최근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국제제조산업노조는 지난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제조산업노조 세계중앙집행위원회에서 금속노조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에 지지와 연대를 결의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관련 유럽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도록 함께 대응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협상은 노동조합을 배제한 밀실협상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을 통해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한국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조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번 인수는 글로벌 조선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전세계 30여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현재로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시각이 많지만,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릴 뿐더러, 각 국의 판단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노조 반발도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첫 단추인 물적분할을 확정하는 주주총회가 오는 31일 예정된 가운데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단체협약 승계, 고용안정 등을 약속하며 노사합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사실상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양대 조선회사가 합병할 경우 무엇보다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수 대상이 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물론 현대중공업 노조의 입장까지 더욱 강경해지면서 합병의 불확성은 더 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밝히는 한편 지역 산업계의 우려를 잠재울 방안도 제시한다고 했지만 이들 노조가 만족할 만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 중단을 촉구하며 29일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흘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전체 조합원 1만여명에게 8시간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 지난 16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한 노조는 전날부터 전면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은 상황이다.

노조는 물적분할시 대부분의 자산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가고,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수조원대 부채만 떠안게 된다며 구조조정과 근로조건 악화, 단체협약 파기 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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