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사흘째 주주총회장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양상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과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회사를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이달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후 이어진 후속 조치다. 

이번 안건은 특별 결의사항이다.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전체 발행 주식(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은 승인된다. 현대중공업 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지주 30.95%, 국민연금 9.35%, KCC 6.6%, 아산사회복지재단 2.38%, 아산나눔재단 0.61% 등으로 구성된다. 일단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34%로 전체 의결권의 찬성 비율은 충족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0일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나흘째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 8시 전체 조합원 1만여명에게 8시간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회사가 추진하는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지난 27일 오전 9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시 대부분의 자산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가고,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수조원대 부채만 떠안을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근로조건 악화, 단체협약 파기 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연대투쟁에 나서는데 현대중공업 사측은 예정대로 주주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농성장 주변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경찰은 안전사고와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한마음회관 주변과 동구 지역에 기동대 64개 중대 4200여명을 배치한 상태다.

이날 오후 한마음회관 앞에서는 1박 2일 일정으로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현대차 노조 등 영남지역 민주노총 조합원 수천명이 현대중 노조와 연대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을 포함해 최대 1만명의 노동자가 집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 사측이 공권력을 동원해 농성장 해산을 시도하면 대우조선 노조도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매각을 막아내기 위해 강력한 연대로 함께하고 있다"면서 "대우조선 매각 투쟁이 곧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저지 투쟁으로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역설했다.

노조는 특히 "최근 거제와 울산에선 수많은 조선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당해 길거리로 내몰렸고 지역 경제는 몰락했다"며 "이런 상황에 정씨 일가는 재벌 승계를 위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법인분할 저지를 위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총파업에 연대투쟁을 통해 지원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긴급성명서를 통해 "이날 오후 5시와 7시 현대중공업 총파업 집회에 확대간부와 1조 현장조직위원 1000여명이 전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지난 28일 울산공장 사업부대표 비상간담회를 통해 현대중 노조와 연대투쟁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30일과 주주총회가 열리는 31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중인 한마음회관 앞에서 확대간부와 1조 현장조직위원, 참가를 희망한 조합원들이 연대투쟁에 돌입한다. 특히 한마음회관 점거농성에 공권력이나 용역업체가 투입될 경우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전체 조합원이 총파업하고 연대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1990년 5월 현대중공업 골리앗 농성. 사진출처=경향신문(1990년 4월 28일자 1면)

현대차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1차 법인분할 과정에서 3만5000여명이 구조조정 당했고 회사는 5개로 쪼개졌다"며 "이번 2차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함께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지배주주회사를 신설해 경영세습을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1990년 4월 현대중 골리앗 투쟁에서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는 등 자랑스러운 연대투쟁으로 맺어진 형제노조"라며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되면 현대차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다해 연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오후에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촉구하며 시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철호 시장과 황세영 시의장이 결의의 뜻으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총회가 예정된 31일까지 주총장 점거농성과 전면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측은 주주총회를 방해하지 말고 주총장에서 퇴거해 줄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전날 오후 회사 관계자 100여명이 한마음회관을 찾아 퇴거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노조는 강하게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찬성키로 결정하면서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안건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의 2대 주주로 9.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서 승인·이사 선임' 안건을 심의한 결과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만 물적분할로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의 기존 주주권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분할 신설회사가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는 수탁위 측의 설명이다. 

한편 31일 열리는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의 관건은 출석주주 찬성이 3분의 2를 넘을지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 가능성은 이전보다는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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