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른바 '배터리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데 대해 SK이노베이션이 맞고소하면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LG화학의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법원에 맞소송으로 응수하면서 소송전 규모는 보다 커질 전망이다.

미국에 제기된 ITC 소송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조사 개시 결정이 났다. 업계는 ITC가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는 최종판결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를 통해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와 지방법원 등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국내 대기업 간의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을 저버리고 근거 없는 비난을 계속해 온 상황에서 더이상 경쟁사의 근거 없는 발목잡기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명예 및 신뢰 훼손에 따른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채무부존재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송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객, 구성원, 사업가치, 산업생태계 및 국익 등 5가지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LG화학의 소송 제기가 '특정 분야를 지정해 소송을 제기하는 영업비밀 침해'와 달리 근거도 없는 정황을 들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10억원을 우선 청구하고, 향후 소송 진행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후 손해배상액을 추가로 확정,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배터리 사업의 급속한 성장, 경쟁 국가의 추격, 유럽의 배터리 동맹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경쟁관계의 기업도 정정당당한 선의 경쟁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서 시장확대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LG화학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 소송 결과로 모든 것을 소명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쌓아온 자사의 핵심기술 등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자사의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두고 경쟁사에서 맞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산업생태계 및 국익훼손', '근거없는 발목잡기'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국익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경쟁사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본안 심리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안임에도 '근거없는 발목잡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극히 염려되고 의문시 된다"고 전했다.

LG화학은 특히 "세계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산업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그 어떠한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해외 기업도 이를 악용할 것이라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사의 주장에 대해 소모적 논쟁과 감정적 대립으로 맞서기보다는 모든 것을 법적 절차를 통해서 명확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현재로선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과 비밀유지계약을 맺었다고 하나, 이것만으로 영업기밀 침해가 인정될 수 있을지는 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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