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민생법안・국민소환제, 국회 열어놓고 한국당 압박해야
추경・민생법안・국민소환제, 국회 열어놓고 한국당 압박해야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미, 자유한국당 향해 “집권당 독재는 봤어도, 야당 독재는 처음”
두 달 넘긴 국회 파행에 14,000여 민생・경제 법안 처리 불투명
참다못한 국민들, 정당 해산청원과 국민소환제 청원 봇물
자유한국당, 여전히 청와대 향해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 요구
국민소환제, 2공화국 당시 ‘공무원 파면 청구권’으로 헌법에 명시
소환제, 지지층・반대파의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 견제해야
여야 4당, 국회 열어두고 자유한국당 압박하는 전략 필요한 시점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집권당이 독재하는 건 봤어도 야당이 저렇게 독재하는 것은 처음 봤다. 청와대가 5당 대표회동을 제안했을 때, 우리는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대일로도 만나고 5당 대표도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3당 얘기가 나왔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독무대가 아니면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략) 황교안 대표는 취임하고 첫 번째 초월회 모임도 안 왔고 오늘도 안 왔고, 또 6・10항쟁 32주년 기념식 자리에도 안 왔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도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임진왜란 당시 당파싸움과 전혀 다를 바 없다”며 가세했다.

국회 파행에 여야 4당의 성토, 국민청원 봇물

2019년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개최된 날은 고작 사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 두 달이 넘었다. 국회법상 6월에 임시국회를 반드시 열도록 돼 있지만, 추경 하나로 두 달을 넘긴 국회 공전 상태가 개선될 기미는 없다.

소상공인기본법, 경제활성화법, 근로기준법, 유치원3법 등 14,000여 건의 법안이 잠자고 있다. 미세먼지나 산불, 지진 등과 관련된 추경예산 논의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라면 법안 가결률이 34.2%로 역대 최악이었던 19대 국회 기록을 경신할 판이다.

지난 3월 이후 장기화되는 국회 파행 사태(자료:kbs1TV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지난 3월 이후 장기화되는 국회 파행 사태(자료:kbs1TV화면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게재된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에 183만 명이, ‘더불어민주당 해산청원’에 33만 명이 동의하면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답변하기에 이르렀다.

주권자인 국민의 투표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청와대 답변 기준을 넘긴 21만여 명이 공감했던 것.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소환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7.5%로 압도적이었다.

정치권도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박주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소환제 법안 3건에 더해,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평화당이 당론 입법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법을 성원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여야 4당의 공격은 모두 자유한국당으로 향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추경안 제출 47일이 되도록 아예 응하지 않아 답답하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 추경 하나로 국회를 두 달 동안 파행시키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역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초월회 불참을 두고 “국회를 그렇게 무시하고 배제하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 정권 이런 것만 신경 쓰지 말고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소환제, 예전에는 있었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 중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소환해 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모든 후보가 공동으로 내건 공약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발의한 개헌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공수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자유한국당이 반발,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국회 파행이 시작됐다.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여전히 “문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바란다면 불법 패스트트랙을 사과하고 철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초월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함께 국회 사랑채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6・10항쟁 기념식과 초월회에 불참하는 대신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억압 토론회’에 참석하고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다.(자료: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초월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함께 국회 사랑채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6・10항쟁 기념식과 초월회에 불참하는 대신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억압 토론회’에 참석하고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다.(자료:연합뉴스)

국민소환제는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와 함께 3대 직접민주주의 요소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베네수엘라 등을 국민소환제를 실시하는 사례로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에는 국민소환제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국민발안은 이승만 전 대통령(2차 개헌) 때 만들어져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직전까지 18년 이상 유지됐었고, 국민소환제는 2공화국 당시 4・19혁명 직후 ‘공무원 파면 청구권’이 헌법에 명시됐었다. 그것이 바로 국민소환제였다. 지금은 없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국민발안제 신설’이 아니라, ‘국민발안제 복원’이다.

국민소환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국민소환제의 대상은 주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은 국회의원소환제와 대통령소환제(유권자 발의)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나이지리아, 벨라루스, 에디오피아 등은 국회의원소환제만 실시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대만,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은 대통령소환제(의회 발의)만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소환제는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특정 지지층이나 반대파들에 의해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반대 진영에 의한 방어기제도 당연히 작동할 테고, 그럴 경우 의회민주주의가 마비되는 사태도 상정할 수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 그런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000년 베네수엘라에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소환제가 실시된 직후, 석유업계와 야당이 연합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소환했고, 동시에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도 이뤄졌다. 차베스 대통령 임기 내내 거리 시위는 끊이지 않았으며, 그런 탓에 사회적, 정치적 타협은 사라졌다.

국민소환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는 제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 국민소환제가 가장 발달한 영국 역시 사법부나 의회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국민은 극히 일부만 참여할 뿐이라는 점을 들면서 국민소환제를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지금 이 시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국민소환제의 장단점이 아니라, 장기화되는 국회 파행 상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하반기에 최저점을 찍을 전망이고 미중무역전쟁까지 경기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상태라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에 노출될 위기에 처한 탓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 책임의 중심에 국회를 뛰쳐나가 거리를 헤매는 자유한국당이 있다. 지금은 약자들을 만나 처지에 공감하고 무엇인가를 약속할 때가 아니라, 바로 그 약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상정된 법안들을 처리할 때다.

현재 원내대표들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지 않는 한, 협상의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 국민은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의원 75명이 국회소집을 요청하면 국회를 열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금이라도 국회를 열어두고 상임위부터 시작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과 국민소환제는 국회를 열어놓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
bizlink@straightnews.co.kr


주목도가 높은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