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40〉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
[ST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40〉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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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보이지 않는 경제학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

2015년 12월 16일, 미국 연준이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기준 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올렸을 때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올 것이 왔나?”
“큰일이군. 얼른 빚 청산을 해야겠네.”
“뭔 소리야, 정부가 부동산경기 팍팍 띄우는 거 몰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급하게 올리진 못할 거야. 미국도 사정
이 별로 좋지 않거든.”
“미국의 금융 전문가들이 금리를 올릴 적에는 다 보는 바가 있겠지.”
“달러 자산으로 갈아탈 때가 온 것 같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조만간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거야.”
“주식은 어떡하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그게 나하고 뭔 상관이야?”

만약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린다면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지구상에 거의 없다.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상관없다. 지구에는 나침반의 바늘을 움직이는 자기장이 있고, 세계의 돈줄을 움직이는 달러장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누가 득을 볼까? 쉽게 생각하자.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돈의 몸값이 오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해진다. 이자로 먹고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그에게 금리 인상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반대로 빚이 많은 사람에게 금리 인상은 공포일 것이다. 경제라는 생태계는 너무 복잡해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해 두자. 저금리 시대에는 채무자가 유리하고, 고금리 시대에는 채권자가 유리하다.

미국의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달러의 몸값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달러 강세는 필연이고,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엔화나 유로화 자산을 가진 사람보다 돈 벌 기회가 많아진다. 누가 달러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나? 아무래도 미국 사람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본가들이 저소득층보다 많은 혜택을 본다. 이쯤 되면 왜 미국 연준이 더딘 경기회복에도 애써 금리를 올리려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까? 올리지 않은 게 아니라 올리지 못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 특히 금융 분야는 워낙 심하게 망가져서 우선 숨을 쉬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천문학적인 돈을 제로금리로 퍼부어 다 죽어가던 금융제국을 살려냈다. 이런 통화정책을 양적완화라고 한다. 금리가 0퍼센트에 근접하여 더 이상 금리 인하 정책을 쓸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돈을 찍어서 유동성을 확대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3차에 걸쳐 총 4조 달러가 넘는 통화를 공급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그 정도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면 영영 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조 달러의 통화가 공급되자 돈을 먹고사는 월가는 금세 기력을 회복한 반면, 제조업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양적완화를 종료하기까지 7년이나 걸린 것은 제조업 관련 지표가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은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오랜 회복기를 보낸 미국 경제가 7년 만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고, 세계 경제 또한 피할 수 없는 전환기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다.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가 이전의 세계보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일대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자, 이제부터 올립니다.” 미 연준은 전 세계에 달러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메시지를 타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0.50퍼센트에서 다시 0.25퍼센트포인트 오르기까지 만 1년이 걸렸다. 미 연준은 2017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2018년 1월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2.50퍼센트다. 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일정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2018년에 3회, 2019년에 2회 인상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수익률)를 말할 때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bp라는 단위를 쓴다. 1bp는 100분의 1퍼센트포인트다. 따라서 0.25퍼센트 포인트는 25bp와 같은 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도 앞으로는 금리의 단위를 말할 때 bp라고 하자.

세계 경제는 장기적으로 고금리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선두에는 달러가 있다. 모든 면에서 저금리 시대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세계의 자본이 미국으로 쏠리고, 경제력이 취약한 나라는 돈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때 ‘돈’은 자국 통화가 아니라 달러를 가리킨다. 금리가 상승하면 빚이 많은 개인도 괴롭지만 부채가 많은 국가는 큰 고통을 겪는다.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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