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출점저지 전국비상대책위원회원이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열린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철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전국 13개 지역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노브랜드 출점저지 전국비상대책위원회원이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열린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철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전국 13개 지역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 상품 ‘노브랜드(No Brand)’를 통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와 달리, 노브랜드 가맹점의 출점을 놓고 지역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지난 2015년 4월 론칭한 가성비를 콘셉트로 한 자체 브랜드(PL)상품을 말한다. 이마트는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을 찾아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이마트는 뚜껑 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총 9개의 노브랜드 상품을 출시해 한달 간 1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2015년엔 총 2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6년 말 기준 노브랜드 상품 수는 1000개로 급증했다. 노브랜드 상품 매출액도 1900억원으로 늘었다. 노브랜드가 폭발적인 성장을 한 이유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를 낸 ‘상생 경영’에도 불구하고 이마트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그림자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전국 소상공인과 시민사회는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앞세워 상생을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가맹점 형태의 노브랜드를 연이어 ‘꼼수 출점’하고 있다는 꼬집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은 단순히 그 지역 상인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의 상권과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유통대기업이 혁신과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게 되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역의 중소마트, 편의점, 그곳에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체까지 지역상권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해외에서는 가맹점주를 사실상 본사에 소속된 노동자로 보는 추세인 만큼 이마트 노브랜드 가맹점도 실제로는 직영점과 다르지 않고 사업조정 대상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 제주지역 이마트 노브랜드 개점을 앞두고 제주도의회 의원경제모임인 ‘제주민생경제포럼’은 성명서를 내고 이마트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마트가 직영점 근접 출점을 통한 기존 유통 점주들과의 갈등과 대규모 유통업자의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 지역상권 죽이기에 앞장섰던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노브랜드’는 가맹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규제하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마트 노브랜드의 진출은 제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빼앗고 영세상인들의 상권을 초토화하려는 의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브랜드’ 개점을 반대하는 지역 소상공인 단체의 반대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엔 전국 13개 지역에서 모인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이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파괴행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민(왼쪽 여섯번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열린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철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전국 13개 지역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민(왼쪽 여섯번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열린 '이마트 노브랜드의 가맹점 철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전국 13개 지역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신세계 이마트의 탐욕이 극에 달했다”면서 “신세계 백화점, 스타필드,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24 편의점, 삐에로쇼핑에 더해 이미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200여개가 넘는 노브랜드 직영점을 출점한 이마트가 이제는 노브랜드 가맹점까지 출점하며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노브랜드의 가맹점 출점은 상생법이 정한 지역상인들과의 상생협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출점”이라면서 “이마트는 앞에서는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상생기업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뒤에서는 꼼수출점으로 가맹점주와 지역상인들을 ‘을’과 ‘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브랜드 가맹점주도 사실상 본사의 경영지도와 상품공급에 종속된 ‘을’이라는 주장이다. 

김종기 전북소상인대표자협의회 공동회장과 임규철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전주시회장도 “이미 인구가 183만명에 불과한 전북지역에만 재벌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1곳, 대형마트 15곳, 기업형 슈퍼마켓 45곳, 쇼핑센터 5곳이 출점해 지역상권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도 이마트 노브랜드는 전국에 새로 출점한 가맹점 7곳 중 3곳을 전주와 군산에 집중시켜 전북지역 상권의 숨통을 끊으려 하고 있다”며 “재벌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에 주변 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3일 개점을 강행한 노브랜드 송천점은 도보 10m거리에 소형마트가 있고 500m 내에는 19개에 달하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1km 내에는 50여개의 크고 작은 지역점포들이 밀접해 있는 실정이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재벌대기업이 혁신과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게 되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역의 중소마트, 편의점, 그곳에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체까지 지역상권 전체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조정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두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직영점이냐 가맹점이냐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고 있지 않은 만큼 상생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가맹점주의 개점비용 분담비율은 폐지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신세계 이마트의 노브랜드 꼼수출점 중단 △대형마트, SSM, 복합쇼핑몰, 노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탈 중단 △정부와 국회의 유통대기업 규제 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는 한편, 전국 13개 지역 27개 중소상인·시민단체들의 공동의 주장을 담은 항의서한을 이마트 본사에 전달했다. 

한편 소상공인들은 다음달 이마트 노브랜드 꼼수출점에 대응하기 위한 전국 대책위를 구성하고 서울과 각 지역에서 다각적인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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