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CCTV 유튜브 캡쳐
북한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CCTV 유튜브 캡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중국이 적극 개입하고 전통 우방으로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는 북미 대화가 지속되고,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을 마련해 주려 한다"면서 "북한이 합리적인 안보 및 발전 우려를 해결하는데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발전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우방으로서 적극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위협해소, 안전보장 문제 등에 대해 중국이 기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평화체제 협상에 관여하면서 북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겠다 의중으로 읽힌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체제 보장'을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해온 만큼,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 직후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보장, 경제발전을 맞교환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비핵화와 북한의 안보, 발전을 교환하는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아울러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는 북미 대화가 지속되고,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 재개란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정책과 방법론을 지지했다. 

시 주석은 방북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고에서 "조선 측이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대화를 통해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언급한 '합리적 관심사 해결에 대한 지지'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행동원칙'을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미국의 '포괄적 비핵화 합의 추진'이란 셈법을 바꾸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이 '비핵화 해법'으로 내세우고 '단계적·동시행동원칙'과 맥락을 같이하는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동시 추진)' 입장을 이번 방북에서도 재강조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영구적인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북미 협상의 중재자로서 적극 개입하고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이번 정상회담에 따라 당분간 북미 간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나 새로운 관계 설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하기로 하고, 이후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은 두 번째 만남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미국을 겨냥한 통첩이기도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최고지도자로서 인민들과 하는 약속과 다름없다. 미국과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해 대북제재가 계속되더라도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찾겠으니 조금만 더 견뎌달라는 독려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이번 회담에서 "인내심을 유지하려 한다"고 밝히며 당장 판을 깨고 새로운 길로 들어설 생각은 없음을 확고히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협상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장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전략적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관계 설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행 방안을 미국이 가져와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영변 폐기 플러스알파(+α)' 카드와 '대북제재 완화'를 등가로 교환하겠다는 지금의 전략을 고수할 경우 북한이 향후 중국, 러시아와 함께 '행동'할 가능성이 제기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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