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청와대 유착관계 암시하는 돌출발언 '비일비재'
최혁용 회장, 심평원 자보센터 앞 시위 “청와대 지시 따라 실행했다”
'문재인 케어 지지' 앞세워 권력층과 물밑 거래 성사했다 "자화자찬"
한의사협회에 “공정하기를 바라면 돈 내라”는 심평원 자보센터장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첩약과 자동차보험 추나요법을 비롯한 한의 건강보험 확대 등의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한한의사협회가 문재인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한의사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회원 한의사들에게 첩약건보와 추나요법(推拿療法) 자동차보험 변경 기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심평원 자보센터(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앞에서 월요일부터 매일 집회 신고가 되어 있다”며"청와대측에서 시위를 하라고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실제 한의사협회는 이후 서울 남부터미널역 앞 심평원 자보센터에서 관련 시위를 벌였다. 한의신문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 임원과 수련의 십 수 명이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심평원 자보센터 건물 안팎에서 “환자 치료가 우선이지 보험회사 이익이 우선인가?”, “자동차보험 환자의 치료권 박탈 행위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해당 시위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추나요법의 치료를 제한하고 치료시간을 고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변경’ 안내공문을 손해보험업계에 발송한 데 따른 것이다.

최혁용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익단체의 요구를 유관기관에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시위를 뒤에서 조종, 사주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핵심 권력층을 앞세워, 허위로 한의사업계를 현혹시켰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카이로프락틱(Chiropractic) 추나요법으로 치료 중인 모습(자료:bougersansdouleur)
카이로프락틱(Chiropractic) 추나요법으로 치료 중인 모습(자료:bougersansdouleur)
카이로프락틱(Chiropractic) 추나요법으로 치료 중인 모습(자료:chosenpayments)
카이로프락틱(Chiropractic) 추나요법으로 치료 중인 모습(자료:chosenpayments)

최혁용 한의사협회 회장은 추진 사업마다 관련 당국과 긴밀한 유착관계를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최 회장은 “시간고시 문제는 저희가 그 부분을 입수하고 나서 바로 국토부 쪽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지금 손을 쓰고 있다. 파란지붕 같은 집(청와대)도 저희가 복원한 상태이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 2명 정도 저희가 동원을 하고 있고...”라며 청와대가 이 사안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혁용 회장은 자동차보험 추나요법의 보험적용과 관련, 청와대와 물밑 거래의 내용을 한의사들에게 공개적으로 거론, 주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첩약건강보험을 추진해 온 경과에 대해 “제가 청와대에 이야기했다. 의사들이 저렇게 반대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우리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하고 나서겠다, 그것이 지금 정권의 힘이 될 것이다. 대신에 한의계에도 문케어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으며, “청와대에서 고맙게도 받아들여줬다”고 주장했다.

최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 중점 공약이자 국민적 관심사인 ‘문재인 케어’ 지지 여부를 두고, 청와대가 특정 이익단체와 거래를 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나아가 최 회장은 국가기관인 심평원과 특정 보험회사의 유착관계를 공개적으로 성토, 진위규명이 긴요한 실정이다.

최 회장은 “심평원 자보센터는 삼성화재에서 주는 심사비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이름은 심평원인데, 실제로는 삼성화재”라고 전제한 뒤, 심평원 자보센터장이 “우리가(심평원이) 공정하기를 바라면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돈을 내라”고 했다는 것.

또한 “쟤들은 세다. 지금 저희들이, 그 센 놈들이 물밑에서 난리치는 것을 저희들이 위에서 찍어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삼성화재가 정치권을 동원, 외압을 행사했다는 한의사협회 최 회장의 주장은 또 다른 차원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의사와 한의사의 이른바 ‘밥그릇 싸움’도 예고됐다. 한약제제 의약분업과 관련, “현재 약국에서 쓰는 한약제제를 한의사가 가져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한 회원의 질문에, 최 회장은 “의사가 가진 천연물 신약, 천연물 유료의약품을 빼앗아 와서 우리는 처방하고 약사는 조제하면 둘 다 윈윈이다. 손해는 의사만 본다”며 의사협회와 다툼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다.

최혁용 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정책특보로서 후보의 보건공약 입안에 관여했으며, 한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자문관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위촉 당시, 한 언론이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한의협 회장 후보를 장관의 정책자문관으로 위촉하는 데 대해 적절성 여부를 지적하고 그에 따른 논란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하기는 했지만, 최혁용 회장은 이후에도 “청와대 인맥과 정부 네트워크는 누구보다 탄탄하다”며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수시로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업계는 "한의사협회의 최 회장의 잇따른 발언은 청와대가 중점사업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지지 여부를 두고 이익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와 거래를 했다는 얘기다"며"최 회장 말대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변경을 고지한 국토교통부의 정책을 철회시키기 위해 고위 권력층이 직접 나서서 시위를 사주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밀실담합을 통한 정책 추진’의 전형이자 대표적인 행정적폐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기관인 심평원 자보센터를 ‘삼성화재에서 주는 심사비로 운영되는 곳’, ‘실제로는 삼성화재’라며 국가기관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국가기관의 센터장이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를 향해 “공정하기를 바라면 협회도 돈을 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평원 자보센터와 삼성화재 간의 정경유착 의혹으로서 사업당국의 진위 규명과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한의 건강보험 확대 적용과 관련한 청와대와의 커넥션설을 일축했다.

최 회장은 "(청와대측과 관련된 발언을} 말한 사실이 없다"면서"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과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국회 질의 응답 등에서 나온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취지를 살려, 발언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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