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지난해 7.3%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또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해 2년 만에 성장률이 약 1%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기관들이 전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IMF와 같은 6.8%와 6.3%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1%에서 6.9%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성장률이 2016년 6.7%, 2017년 6.5%로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다른 신흥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경기 둔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다.

정부는 G2 리스크(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중 중국 관련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훨씬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의 경우 금융 채널을 통해 충격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는 금융과 실물 채널 모두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의 경우 외화 유출과 관련해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작성해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더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단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어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봐도 수출과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 실물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한 '대외 경제환경 변화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정부와 KDI는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할 때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21% 하락하고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은 각각 0.06%와 0.12%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성장률의 1% 하락으로 중국 외 국가들도 성장률이 0.5% 떨어질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최대 0.62%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은 각각 0.18%와 0.35%씩 떨어진다.

특히 중국이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면서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투자가 1% 감소할 때 우리나라 전체 산업은 0.29% 둔화되는 데 ▲전기 및 전자기기(-1.18%) ▲기계(-0.96%) ▲화학(-0.79%) ▲항공(-0.75%) ▲금속제품(-0.68%) ▲석유 및 석탄(-0.56%) 등의 타격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불안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유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KDI는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이 중국경제 불안을 가중시킬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중국경제 불안은 우리 경제에서도 자금을 유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국과의 실물거래가 많은 대만과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중국 경기 둔화로 수출이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가 우리 경제에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교역량이 축소되고 생산 활동이 주춤한 게 세계 경제의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수가 버텨주는 국가들은 성장률이 괜찮게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소비가 살아나면서 생산과 투자 개선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내년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정부의 내수 부양책으로) 3분기와 4분기로 갈수록 경기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 모멘텀을 어떻게 끌고가느냐가 문제"라며 "그만큼 견고하게 준비가 돼있는지를 생각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내수지표는 반등하는 기미가 있지만 수출이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어 확 좋아지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 부진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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