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며 청운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마치고 마무리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며 청운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마치고 마무리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 노조의 전체 비정규직 조합원 규모는 약 20만 명이지만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은 1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인상, 기본급 6.25% 인상, 각종 수당에서 정규직과 차별해소,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 명시 등을 주장하며 이날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토록 큰 규모의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포함한 오랜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4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전날 집회에는 조합원 약 5만3000명이 모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집회 참석인원을 약 3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들어 열린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은 이날부터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개선을 내걸고 동맹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어 4∼5일은 각 지역에서 파업 대회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교육기관의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서비스연맹 산하 노조에 조직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나섰다"면서 "양극화 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은 또 하나의 계급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100만 비정규직의 진짜 사용자로서 노동조건 개선과 차별철폐를 위한 노정 교섭에 정부 차원의 진용을 꾸려 즉각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아울러 결의문을 통해 "자회사 전환과 상시·지속업무 전환 예외 꼼수로 뒷걸음질 치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편법을 투쟁으로 분쇄할 것"이라며 "차별 없는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을 완전히 철폐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본 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산하 단체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열어 파업 국면을 고조시켰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회의)는 광화문광장에서, 서비스연맹 요양보호사 노조는 청계남로에서 사전 각각 집회를 열었다. 특히 청와대 인근에서 3박 4일째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파이낸스빌딩 앞까지 행진한 뒤 민주일반연맹 사전 집회에 합류했다.

환경미화원 등 지자체 공무직과 민간위탁 비정규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민주일반연맹은 "이번 파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며 "대한민국을 비정규직 없는 나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비정규직이 아닌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의 파업"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학교에서 노동 가치가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면서 "노동이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직접 보여주는 것도 아이들에게 학습이자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광주 봉주초교 학부모와 교사가 3일 학교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학부모 제공
광주 봉주초교 학부모와 교사가 3일 학교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학부모 제공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으로 이날 일부 학교 운영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이어져 주목받았다.

특성화고생권리연합회는 파업 지지 문구를 들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릴레이 '인증샷'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 속 학생들은 "불편해도 괜찮다. 총파업을 응원한다", "밥 안 준다고 원망 말고 파업 이유 관심 갖자"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학생회 차원에서 파업 지지 운동을 벌인 곳도 있었다. 광주전자공고 학생회는 지난달 28일 학교 급식실 앞에서 조리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피케팅을 펼쳤다. 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가 아니라 '밥을 안 준다'는 원망을 할까 걱정된다"면서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왜 파업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는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돼 대체식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에 학부모들의 배려와 파업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서흥초는 "(파업으로)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소외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이번 총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28일 "매년 총파업으로 학생·학부모 피해가 가중되고 학사 일정 파행 등 학교의 비정상적인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달라는 건의서를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 제출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는 현 정부의 공약 중 하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잠재됐던 사회적 약자 계층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지만 모든 문제를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