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보이지 않는 경제학

왜 돈에 이자가 붙을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남의 돈을 빌려 쓰고자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세상의 금리는 언제나 0퍼센트일 것이다. 근대 이전의 유럽 사회에서는 이자 받는 행위를 죄악시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베니스(베네치아)의 대부업자 샤일록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에 처해졌는지 상기해 보라. 그는 단지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 한 죄로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현대의 정의관正義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금리金利, interest는 말 그대로 돈金에 붙는 이자利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만고불변의 법칙은 자본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돈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돈의 ‘사용권’을 일정 기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당연히 빌리는 사람은 사용권에 대한 값을 치러야 한다. 집을 빌리면 집세를 내듯이 돈을 빌리면 금리를 낸다. 그러니까 금리는 ‘돈의 임대가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월세라는 것이 대개 그 집 매매가의 한 달 이자와 비슷한 선에서 형성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금리, 즉 돈을 임대하는 비용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수요)이 많아지면 금리는 올라가고, 빌려주려는 사람(공급)이 많아지면 금리는 떨어진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금리는 떨어지고, 어떤 이유로든 돈줄이 막히면 금리는 올라간다. 이렇게 자금이 거래되는 시장을 ‘금융시장financial market’이라고 한다. 자금시장 또는 자본시장이라는 용어도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금융시장을 ‘자금시장’이라 하고, 그 이상의 장기금융시장을 ‘자본시장’이라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이렇게 말했다. “기억하라, 시간은 돈이다. 기억하라, 신용은 돈이다. 기억하라, 돈은 번식하는 성질이 있어서 돈이 돈을 낳는다.” 금리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한 말이다. 돈에는 이자가 붙고, 시간이 흐른 만큼 가치가 자란다. 그 가치가 자라는 속도가 바로 ‘이자율’이다. 따라서 모든 돈에는 현재가치present value와 미래가치future value가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그레고리 맨큐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퀴즈를 냈다. 이자율이 5퍼센트일 때, 지금 100달러를 받는 것과 10년 후에 200달러를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이익인가?

매년 이자소득이 원금에 더해지는 방식, 다시 말해 이자가 이자를 낳는 방식을 복리계산compounding 방식이라고 한다. 원금을 a, 이자율을 r이라고 할 때 n년 뒤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r)ⁿ×a

여기에 원금 100달러와 이자율 5퍼센트를 대입하면 10년 뒤의 가치는 163달러다.

(1.05)10×100=163

따라서 지금 100달러를 받는 것보다 10년 뒤에 200달러를 받는 쪽이 37달러 이득이다.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누가 10년 뒤에 천만 원을 준대도 나라면 지금 백만 원을 갖겠네.” 맨큐의 계산법을 들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번개처럼 스쳤을 것이다. 10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다. 

10년 뒤의 200달러는 현재가치로 얼마인가? 미래가치를 계산할 때 곱하기를 했으니까 거꾸로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는 나누기를 하면 된다.

a÷(1+r)ⁿ

a 대신에 200을 대입하면 200÷(1.05)10=123달러다. 이런 식의 가치계산 방식을 실생활에 적용해 보자. 10년 뒤에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을 200억 원으로 예상할 때, 기금 관리자는 123억 원의 기금으로 매년 5퍼센트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한다. 현재 적립된 기금이 100억 원밖에 없다면 37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연금 가입비를 더 올리든지, 아니면 수익률(위험)이 더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복리계산법으로 이자를 계산했을 때 원금이 2배가 되는 시점을 알기 위해서는 ‘70’이라는 숫자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자율 5퍼센트일 때 100달러의 원금이 200달러가 되기까지 70÷5=14년이 걸린다. 한 나라의 경제가 매년 3퍼센트씩 성장한다고 치면, 경제규모가 2배가 되기까지 23.3년 걸린다. 만약에 중국이 연평균 6퍼센트의 성장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불과 12년 만에 지금의 2배, 24년 뒤에는 4배 규모로 커진다. ‘70의 법칙’을 알아두면 여러 모로 유용하다.

그런데 금리를 정할 때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한다. 명목금리nominal interest rate가 5퍼센트이고 물가상승률이 3퍼센트이면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는 2퍼센트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하고, 디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실질금리는 상승한다. 정리하면, 금리에는 네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돈의 미래가치, 돈의 사용권(채권자의 기회비용), 채무불이행의 위험, 물가상승률이다.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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