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보수 집회가 흔드는 건 국기 문란이다
태극기 보수 집회가 흔드는 건 국기 문란이다
  • 박태순 선임기자 (parktaesoun@naver.com)
  • 승인 2019.0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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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광장, 보수 태극기 세력의 반민주, 반시민적 '국치' 집회에 오염
-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아베, 이를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친일' 작태

국적 불명, 반 시민 반 사회적 정치 집회

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 문제가 역사문제나 경제 문제 차원을 넘어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전면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전운이 한반도에 태풍전야인 시기에 보수 태극기 세력들이 반 시민, 반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와타나베 미카는 지난 13일 '문재인 하야 촉구 광화문 집회' 초대를 받아 태극기 세력의 박수를 받으면서 발언자로 나섰다. 그녀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자유민주주의 자유진영에 건설적인 번영을 위해 힘을 쓰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직 경제 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 차원의 일은 아니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하는 모습이 해도 해도 너무해 참지 못한 채로 보낸 메시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호인이었던 조원룡 변호사도 일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반일 감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간의 경제적 대립은 단순히 역사문제나 수출문제를 넘어 근본적인 관계 재설정의 문제로 진행되고 있다. 아베정부는 일본이 우월적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분야에 대한 수출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 기반을 손에 쥐고 뒤 흔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베정부의 태도는 제국주의적 식민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돌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아베정부의 행태는 한일 간의 분업체계 뿐 만 아니라, 동북아와 글로벌 차원의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 이점에서 아베정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기술 패권적 신 제국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할 긴박성이 있다.

태극기 세력과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러한 위급한 상황에 대한 시대와 역사적 인식이 전혀 없이 친일과 반문재인, 문재인 정부보다 아베 정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태극기 집단의 반사회적이고 국적도 없는 행태와 주장으로 광화문은 혼란에 빠져있는 모습니다. 서울 한 복판에 성조기를 휘날리고, 일본의 신 제국주의적 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이들은 오직 공산당은 나쁘다라는 상식의 오독 이외에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듯하다.

미증유의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극일이 분위기가 확산되는 터에 광화문 광장에서 외침의 신제국주의의 본성이 드러나는 일본이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했다'는 발언, 그리고 이를 감싸거나 옹호하는 보수 태극기 세력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그들 손에서 흔들릴 때 이 나라를 유지하는 터전인 국기(國基)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단체 및 우리공화당 천막 농성 현장
태극기 단체 및 우리공화당 천막 농성 현장

역사를 바꾸었던 공론장, 광화문의 오염

요즈음, 주말만 되면 서울역과 광화문 일대는 태극기와 성조기로 뒤덮인다. 한 외국 관광객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쳐다본다. 유럽에서 온 이 여행객의 눈에는 국기를 들고 시위하는 것이 신기한데, 더욱이 미국 성조기까지 들고 있는 것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친미극우 성향을 가진 정치집단의 시위하고 하니까 그때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명 태극기 세력들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 곧 광화문 일대에서 주말마다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태극기 단체들이 우리공화당으로 수렴되면서 정당의 정치 집회로 전환되었다. 우리공화당은 지난 5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당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한다면서 광화문광장에 농성 천막을 쳤다. 이후, 서울시와 철거 문제로 옥신각신 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16일 우리공화당이 불법천막을 자진철거하면서 천막 농성은 마무리됐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광화문 광장을 좌파의 붉은 광장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하면서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공동대표도 광화문 광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광화문 광장을 탄압할수록 태극기 세력은 하나가 될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행위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와 연관된 광화문의 특별성 때문이다. 광화문은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시발로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촛불 시위를 했다. 이 시위는 100일 이상 계속되면서 교육 문제, 대운하·공기업 민영화 반대 및 정권퇴진 등으로 점차 정치적으로 확대되었다. 수입 쇠고기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저항으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을 가던 304명 어린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족들과 시민들의 저항을 위해 천막이 쳐졌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 천막이 쳐진 광화문은 무기력, 무책임, 무능한 정부가 국민들의 희생 앞에서 얼마나 무책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장소가 되었었다.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광화문의 촛불 집회는 부산, 울산, 전주, 제주도 등 전국 대도시로 확산되었으며,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와 가결, 그리고 파면을 이끌어 냈다. ‘이게 나라냐!’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구호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 진정으로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나라,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였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는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대사건이자, 비폭력의 평화적인 대혁명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광화문의 촛불 집회는 홍콩 시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콩 우산혁명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 저항의 모델이 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

지난 15일 태극기 세력과 우리공화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정치 집회를 하는 동안 세월호 추모관 옆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라는 현수막을 걸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미사를 드렸다.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광장민주주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화문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이를 지켜냈기 위해 시민들이 토론하고, 저항하고, 행동했던 공론의 장이다. 광장민주주의는 기득권으로 매몰된 정치권을 뒤흔들어 깨우고 불의한 권력에 대해 매스를 가하면서 국민주권을 다시금 선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광화문이 소수의 극우정치세력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모습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사회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인 광화문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원, 아고라와 광화문

오늘날 광화문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polis)에 형성된 아고라는 시민들이 상업 활동을 하고, 신에게 재물을 바치고, 민회를 개최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였다. 아고라는 아테네 시민들의 삶의 중심이자 기반이 되는 장소였다. 최초의 아고라는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acropolis) 북쪽에 위치해있어서 시민들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활동과 소통의 중심이었다.

아고라는 광장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기원이며, 우리사회에서 광화문이 바로 이 아고라의 역할을 담당했다. 오늘날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고, 시민들의 삶과 관계없는 정쟁과 기득권 싸움 지친 시민들에게 광화문은 개방적인 공론의 장이요, 저항의 공간이며, 변혁의 씨앗을 뿌리는 시민주권을 실현하는 상징이 되었다. 광화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바라볼 수 있는 바로메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유적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유적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나누어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평화협정을 평화정착으로> 안내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오늘까지 그 어떤 사건도 저절로 혹은 우연히 생겨난 것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성과 땀, 희생과 양보, 이해와 염원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일에 더욱 성심을 다하고자 합니다."

한중일 동북아를 둘러싼 초강대국이 자유무역주의의 탈을 벗고 21세기 신제국주의로 국익 최우선으로 치닫는 요즘,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이다. 국익을 훼손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사대주의로 넘치는 광화문 광장이 남의 탓이 아니고 우리 하기에 달렸다는 사제의 선언처럼, 자성과 실천 다짐의 큰 마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