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이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향후 검찰 수사에서 가장 우선시할 가치로 내걸면서, 검찰의 향후 수사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두지휘한 적폐 수사의 향방도 주목된다. 마무리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공소 유지 중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기존 사건뿐만 아니라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어떤 사건을 새로 수사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취임사에 신임 총장의 검사 인생과 철학이 반영됐다"며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윤 총장의 취임 일성은 정치권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향후 사정 방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형사 법 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헌법 체제의 핵심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로 제시하고 그 본질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시장교란 반칙행위 등과 함께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과 불법자금 수수'를 공정경쟁 개념을 경제 분야에 가두지 않고 정치영역까지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검은 취임사 설명자료를 통해 "신임 총장은 '시장경제와 가격기구,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증진해왔고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장의 룰이 깨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 룰을 위반하는 반칙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윤 총장의 신념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도 공정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는 데는 윤 총장의 수사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 2003년 16대 대선 불법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한 전례가 있다.

윤 총장은 이들 수사를 통해 자본과 권력의 개입으로부터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지키는 데 형사 법 집행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굳혔다고 전해진다.

윤 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공정거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존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분리했다. 작년 12월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을 방문해 공정거래법 담당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다.

대검은 전속고발권 폐지 등 달라진 공정거래 수사환경에 따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수사를 지원할 조직을 반부패강력부 산하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중소 규모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검찰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상대 '갑질'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우선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검은 "경제적 강자의 반칙과 농단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중소기업의 사소한 불법까지 수사권을 발동할 것인지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자제', '비례와 균형' 관점에서 헌법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윤 총장의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호'의 첫 인지 사건이 대규모 기업담합 등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총장이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하고, 공정한 경쟁질서와 신뢰 기반을 확립하는 데 형사법집행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 적폐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인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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