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캠페인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아
지자체, 상인, 시민단체, 교육계 등 전방위로 확산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자유한국당 지지율↓
진화하는 불매운동, 극단 치우친 감정행위 삼가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부품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앞세워 경제침략을 감행한 이후, “안 팔고, 안 사고, 안 가고, 안 타고, 안 입는다”는 모토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참여 덕에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이 일본제품 불매는 물론, 유통과 물류, 문화, 여행, 각급 지자체의 일본 교류 취소 등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노 재팬(NO, JAPAN)’,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물산장려운동', ‘3・1운동 100주년’, ‘반인륜적・침략적 만행’과 같은 해시태크가 빠르게 확산하고 정보제공과 동참 격려 캠페인이 늘어나는 등 일본 불매운동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지역자치단체 및 상인, 시민사회단체의 분위기

“아베 정권이 반인륜적 경제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일본산 모든 소비제품 및 의약품에 대한 불매와 일본여행 자제를 결의한다. 경제보복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

서울시약사회(회장 한동주)가 25일 성명서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25일 하루에만 부산・전남지역 상인들과 광양, 평택, 인천,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섰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부산시는 일본 교류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광주・전남 지자체들은 일본과 추진 중인 협력사업이나 교류 일정을 보류하거나 취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스트레이트뉴스
일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스트레이트뉴스

제주도에서는 일본 전범기업과 지자체의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조례안이 발의될 예정이고, 전주시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힌 공무원 직급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수원시는 아예 염태영 시장이 직접 나서 모든 부서에 일본제품 불매를 당부하기도 했다. 의정부, 파주, 양주, 고양, 동두천, 광명 등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들은 일본의 자매도시들과의 교류 일정을 취소 또는 유보했다.

교육계 역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라남도 교육청은 산하기관과 각급 학교에 일본 공무출장과 해외체험학습, 수학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광주시 교육청은 한일청소년 교류단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초등학교와 중・고교의 일본 수학여행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유니클로가 기름 끼얹은 일본상품 불매운동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임원 발언으로 일본 전범기업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면서 매출이 30% 넘게 빠졌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7월 들어 20% 이상 급락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3대 대형마트와 CU, G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까지 ‘애국 마케팅’에 가세하면서 ‘아사히’, ‘기린이치방’, ‘산토리’, ‘삿뽀로’ 등 일본 맥주 브랜드들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빠지며 시장퇴출을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유니클로 제품의 택배 운송을 거부하고, 마트산업노조가 일본제품에 대한 매장 안내 거부운동을 펼치는 등 파장이 유통과 물류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불똥은 일본의 소설과 에니메이션 등 문화계로도 튀었다. SNS를 중심으로 최근 개봉한 ‘명탐정 코난’과 8월 14일 개봉 예정인 ‘도라에몽’을 보지 말자는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일본의 유명작가들은 신간 출간을 미루고 있고, 한국출판기념회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평점 테러까지 당하고 있다. 평점 10점 만점에 0.5점을 주는 식이다.

일본 여행업계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모양새다. 전체 관광객 중 한국 관광객이 절반을 차지하는 후쿠오카를 비롯, 각 지자체가 한국 관광객 급감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스타, 진에어, 티웨이 등 저가항공사(LCC)들은 이미 일본 주요 노선 운항감축에 들어갔거나 9월 중 운항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6월말 9%였던 일본행 항공권 환불 비율은 7월 3주차 44%까지 치솟았다. 일본 여행을 취소한 한국인들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로 떠나고 있다. 일본 여행 취소 인증샷을 대상으로 타 지역 여행상품 할인을 제시하는 여행업체도 늘고 있다.

친일 vs 반친일로 인식하는 시민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3차 실태조사(24일)를 벌인 결과,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 중이라고 답한 국민은 62.8%였다. 지난 10일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48%, 17일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54.6%를 기록했다. 확산 규모와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불매운동에 불참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결과는 청와대와 정당 지지율에 그대로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2.2%p 상승한 54%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43.4%를 기록하며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26.8%로 2주 연속 미끄러졌다.

보수층 중 상당수가 급작스럽게 자유한국당을 이탈한 이유에 대해,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은 ‘일본의 조치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의 대응 방향과 메시지’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그동안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듯한 고위급 협상 또는 정상회담을 주장해왔다.

그밖에 개그맨 김재욱과 오정태가 지난 8일과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일본행 항공권 취소 인증샷을 공개한 이후, 배우 이시영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산 탁구용품을 국산으로 교체한 인증샷을 올리며 불매운동 응원에 나서 유명인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20년 도쿄 방사능 올림픽 선수들 보호 차원에서 출전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일본 당국이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재료로 만든 식단을 제공하겠다는 데 대한 반응이다.

진화하는 불매운동, 시민의식 살펴야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 중 일부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차 수리 또는 주유 거부와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탓이다.

지난 25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무대에 일본인 연주자가 나오자 객석에서 일본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일본여행을 떠난 한국인에게 ‘매국노’ 낙인을 찍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매국노 팔로우 계정'도 만들어졌다. 일본산 자동차에 테러를 가하고 수리나 주유를 거부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했다.

일본 불매운동은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 침해나 일본인에 대한 차별 또는 인권침해로 이어진다면 순수한 국민적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막걸리와 김, 가전제품, 화장품 등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지금, 그런 행위는 ‘한국제품 불매운동의 기폭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일본 불매운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치권과 시민, 학생・청년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 박힌 불매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일본 불매운동이 3・1혁명이나 물산장려운동에 비유되는 이유다. 또한 학생・청년층의 가세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강력하되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목적을 향해 나아가되 정확한 대상을 노리는 시민의식을 살필 시점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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