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눈물⑥] 어공과 늘공의 만지작 생색정책
[소상공인의 눈물⑥] 어공과 늘공의 만지작 생색정책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0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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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공약은 출범 초기 중기청의 중기벤처기업부 승격으로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기대치는 한층 커졌다. 대통령 임기 중반으로 접어드는 현재, 소상공인의 살림살이는 어떤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경기가 악화된 것이 이 정부의 탓만은 아니지요"하고 전제한 강동구의 한 슈퍼마켓 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71.6)을 기록한 이후 2018년 3월 79.7로 반짝 오른 듯 싶더니 이후 지금까지 매달 55~73으로 ‘흐림’이다. 문 정부 들어 체감지수가 전망지수보다 높아진 달은 한번도 없다.

소상공인이란 단어는 소상인과 소공인을 아우르는 합성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작명했다. 법적으로 소상인은 상시종업원이 5인 미만, 소공인은 10인 미만인 사업자를 뜻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모호하다. 변호사나 의사 등의 전문가도 상시종업원 요건만 충족되면 법적으로는 소상공인의 테두리에 포함된다. 룸싸롱 등의 사치성 호화업종 사업주도 소상공인에 해당된다. 통념상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영세 소상공인의 기본 개념과는 괴리가 크다.

역대 모든 정권들은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구호를 앞세웠다. 소상공인 분야의 종사자 비중이 25%에 달하고 있는 까닭에 표를 얻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ㅡ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들의 살림살이는 과거보다 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 관련 정책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일파만파'

이번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019년 대비 2.87% 인상한 시간급 8,590원으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불황으로 매출은 늘지 않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줄여야만 한다.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정들었던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하고, 기존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줄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부족한 일손은 힘들더라도 사업주가 메워야 한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통계상으로도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에,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폭은 어떤 근거도 없이 눈치작전용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조차 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들은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주휴수당이라도 줄이기 위해 하루 두 시간씩만 고용을 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를 해야만 한다. 사용주도 힘들지만 알바생 입장에서도 마이너스다. 일자리 이동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시간 근로제도(Zero-hour Contract)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근로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만 일하는 고용계약 방식으로 물론, 급여는 일한 시간만큼만 지급된다.

미국에서는 겨울철 알바생들이 도심권 근처에서 일자리콜을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 얼어 죽었다는 뉴스가 보도돼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마치 대리기사들이 스마트폰에 뜨는 대리운전 콜을 잡기위해 경쟁적으로 재빨리 클릭을 해야 하는 것처럼, 구직자들이 밤을 새우면서 단시간 근로 콜을 잡기 위해 추운 겨울날 도심권 지하철 역사나 현금자동인출기(ATM) 박스 안에서 대기해야 하는 일자리 구하기 전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책은 경제적 취약계층인 을과 을의 싸움으로 이끌어 모두를 패자로 만든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인 것이다. ‘어쩌다 공무원’으로 칭하는 어공이 진두지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카드수수료 인하, "챙기는 자들 따로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26일 2019년부터 적용될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을 연매출 5억원 이하의 가맹점에서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확대 시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 가맹점은 226만개에서 250만개로 늘어나게 된다. 혜택을 보는 가맹점의 비율은 전체 269만개의 84%에서 93%로 확대된다. 연매출 5~10억 구간의 가맹점은 평균 수수료율이 현재 2.05%에서 1.4%로 낮아지게 된다.

이 구간 범위 내의 가맹점은 전체 19만 8천개로 카드수수료의 부담은 평균 147만원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매출 10~30억원 구간의 가맹점도 평균 수수료율이 2.21%에서 1.6%로 인하된다. 이구간의 가맹점은 4만 6천개로 평균 505만원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연매출 5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현행 그대로 수수료율을 유지하게 된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영세 중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덕분에 지금도 거의 제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에게도 카드수수료율을 2%이내로 인하하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카드 연매출 500억원 규모는 이미 중견기업이다. 하루 매출액이 1억원을 상회하는 B-to-C 카드가맹점은 과연 어디일까? 아마도 SSM급 이상의 대형 소매유통점, 대형 아울렛, 기업형 대형서점, 영화관 또는 본사 직영 대형 주유소 등이 해당될 것이다.

우량 SSM이나 대형 아룰렛 등은 골목상권에서 소상공인들과 정면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 작은 공룡들이다. ”과연 이들에게 카드 수수료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 정책인가?“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는 소상공인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여력이 있다면 중소가맹점들에게 혜택을 집중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소상공인이 정색하는 유통법과 상생법

하남시 코스코 입점 허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대형마트 입점 사례다. 코스트코 하남점 개점을 둘러싸고 하남시 소상공인들이 두 차례에 걸쳐 코스트코 입점 반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고, 하남시청 앞, 수원 경기도청 앞,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벌써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코스트코 앞에서 7개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땡볕 아래서 릴레이 상복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 상인들의 편을 들어주는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

그동안 국회는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유통법이나 상생법을 개정해 왔지만 이번 코스트코 하남점 오픈 관련 상황을 점검해보면 관련법들은 골목상권 상인들을 위해 아무런 보호장치 역할도 하질 못했다.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일뿐 실체는 형해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과를 보면, 일부 판매 품목제한 조치와 5천만원 과태료 부과가 전부다.

이번 코스트코 하남점 개정 허용은 대형마트의 지역상권 입점과 관련해 최악의 선례를 제공한 셈이 됐다. 그 동안 대형마트들은 입점을 위해 불법적인 뒷돈 거래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왔었다.

하지만, 코스트코 하남점의 경우는 다국적 유통공룡의 ‘한판승’이엇다. 우리나라 최대 로펌을 동원해 철저하게 유통법과 상생법의 허점을 찔렀다. 상생협력기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성공리에 개점을 하게 된 것이다.

코스트코의 성공적 입점 이면에는 하남시의 적극적인 행정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하남시는 코스트코측으로부터 엉터리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받고서도 유통법에 명시된 보완 요청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소상공인의 2019년 2월 청와대 회동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소상공인의 2019년 2월 청와대 회동 @ 청와대

그리고, 코스트코 앞 도로를 준공예정시점보다 5개월 조기 개통, 대형 유통시설맞이에 앞장서는 대담한 행정조치도 취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권한 남용이다. 현재까지 코스트코 앞 도로는 법적으로 LH공사 사유지로 준공검사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4개의 버스 노선변경도 허용하는데 앞장섰다.

'포식자' 유통공룡 천하 대한민국

앞에서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권익을 위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코스트코 오픈과 관련해 편법에서 불법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은 법에 명시된 정당한 정보공개을 하남시에 요청했으나 시는 이를 거부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기만한 내용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남시가 코스트코 입점에 적극 협력한 까닭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하남시는 형식적으로 공무원 몇 사람을 가벼운 징계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낼 사안은 아니다.

하남시와 인접 지역에서 장사를 해 먹고사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만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잘못된 행정행위와 관련해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중 통상마찰에 이어 일본의 수출보복조치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예측불허다.

”지금까지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의 발언이다. 화두는 ‘극일’과 ‘경쟁력’. 문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맞서 부품소재·벤처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내수 중심에 서 있는 소상인과 장인 손길로 기술입국의 밑걸음인 소공인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 축으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베 일본 수상의 신제국주의 경제보복조치에 맞서 담대하게 대처하는 문 정부에 대해 소상공인은 힘겨운 생계 속에서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후안무치의 아베에 맞서 골목 상권과 재래 시장이 '노 아베' '노 재팬'의 운동에 하나 둘 나서고 있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대한제국 말기로 돌아간 느낌이다. 일제 속국으로 치닫는 1907년부터 1908년 사이에 국민들의 모금으로 국채를 갚는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했다. 보부상 출신 거부 서상돈의 제안에 의해 펼쳐졌다. 지금의 소상공인이 전국 곳곳에서 전개하는 극일 활동은 백년여년 만에 보는 역사 반복과도 같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은 현재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뭉쳐가고 있다. 그 목표는 든든한 내수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소공인과 소상인에 대한 정책도 단순 먹고 살도록 하는 생계보전형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반자로서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 어공이나 늘공 머리가 아닌 실사구시의 정책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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