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한 잔 두 잔 술을 마셨습니다
때론 너무나 비겁하게
핑계를 팔아 폭탄주를 부어댔습니다
달다고 하면 가리지 않고
진시황이 먹었다는 산해진미들을
심술 가득한 볼다귀 속에 밀어 넣으며
희희낙락 했습니다
벼룩의 간을 내어 먹고
밥 먹듯 무임승차를 했습니다
콩을 볶아대며 수없이 괴롭혔습니다
복수가 탱탱하게 가득 찼습니다

이제와 미안하다고 말하면 늦은 걸까요
좋다면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웠던
뱀, 장어 새끼들을
다 던져버리겠다고 하면 믿으시려는지요
그리고, 그리고 말입니다
매일 아침 실리마린 한 알을
바치는 것으로써 용서해 달라고 할까요
그것이 어디 당신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이죽거리면 능욕이 될까요
그런데 나는 오늘 아침에도 
산까마귀처럼 외로워
감히 '당신을 위하여!'라고 혀를 놀려대며
반주에 쓰디쓴 소주잔을 
또 부딪히고 있습니다

 

 

 

* 안정현 약력
‘문학과 비평’ 시부분 신인상 등단, ‘문학과 비평’ 작가회 및 수원여성가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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