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거기서 보면 괜찮아 보이고
여기서 보면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
같이 밥을 먹자 해놓고 구두끈을 매는 사람
밥을 먹는 일이 모래알 씹는 일만 아니면 되는 사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물어볼 것이 많은 사람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나의 침묵은
대답하기 싫다는 행간인데
그걸 읽지 못하는 사람
씨줄 날줄로 엮어대며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는 사람
아무 때나 손 내민다고 아무 때나 손잡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 말구요
밤 열두 시에 만나자고 해도 좋은 사람
만나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냥 푹신한 의자 같은 사람
같이 술을 마시면 미주알고주알도 좋아
사람이 안주가 되는 사람
너무나 눈이 부셔 반쯤 남은 술잔에도
그 얼굴이 담겨져 있는 사람
이런 사람, 이런 사람 4B연필 말구요
수채화로 그려주세요
새벽바람도 울고 가는 이런 사람

 

 

 

 

 

안정현 약력
‘문학과 비평’ 시부분 신인상 등단, ‘문학과 비평’ 작가회 및 수원여성가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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