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코리아365] 김가원 원장, “힐링은 마음의 신비로운 가치 깨닫는 것”
[힐링코리아365] 김가원 원장, “힐링은 마음의 신비로운 가치 깨닫는 것”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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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보이지 않는 흐름’ 전파하는 주역전도사 김가원 원장
화엄론으로 출발, 전국 각지 서당 돌며 한문과 사서삼경 사사
승가대학 교수, 편집장 거쳐 유・불・선 주역(周易)으로 풀어내
점(占)의 진짜 기능은 자신이 가진 세계관 묻고 보여주는 것
반야심경의 ‘공(空)’은 화엄경 및 주역의 ‘빛’과 다르지 않아
삶의 초점 본질 아닌 조건에 맞추는 것은 생명(生命) 소외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힐링이라... 세계관이 올바르면 절로 치유가 된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고뇌는 세계관이 전도돼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무엇이 주이고 무엇이 종인지 뒤집혀 있어요. 그런 상태라면 보이는 조건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조건을 바꿔서 평안을 얻는다는 것은 위선입니다. 또 다른 조건과 욕구가 생겨나니까요. 그런 삶은 후회로 이어집니다.”

합천 해인사 승가대학 교수를 지낸 능인(能仁)스님, 환속 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수안 작가, 한겨레 두레협동조합과 민주당 당직자, 소년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주역을 가르치고 도반들과 주역을 공부하기 위해 경남 거창 집에서 대구와 서울로 매주 나들이한 지가 20여 년이 넘은 유남고전인문학당 김가원 원장, 이들은 모두 한 사람이다. 이 특이한 경력의 선생(先生)은 강의를 다니면서도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진리를 위해 산다는 제 자신의 자긍심이 좋거든요. 제 좌우명이 진리를 위해서 살되, 그걸 돈으로 바꾸지 말고, 이름도 추구하지 말자는 거라서요. 오히려 이게 이기주의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웃음).”

본보 김상환 편집위원 겸 인천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가원 유남고전인문학당 원장 ⓒ스트레이트뉴스
본보 김상환 편집위원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가원 유남고전인문학당 원장 ⓒ스트레이트뉴스

힐링(healing)이 필요한 시대, 스트레이트뉴스는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전 장관, 세계 생화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김재현 산림청장,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 고도원 작가, 이시형 박사 등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치유의 방향에 대해 들어왔다.

이번 회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4년 해남 대흥사로 출가해 해인사 승가대학 교수와 월간 '해인' 편집위원, 월간 '선원' 및 '나무를 심는 사람들' 편집장을 지낸 이후 유・불・선(儒・佛・)을 주역(周易)으로 풀어내는 유남고전인문학당 김가원 원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진리 탐구의 궤적을 들어봤다.

_56년생이면 진갑을 넘겼는데도 정말 동안이다.

“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녀서 그런가? 절밥을 오래 먹어서 그런가?(웃음)”

_해인사 승가대학 교수를 지내는 등 절집 생활을 오래했다. 스님이 된 계기는?

“고3 때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많았다. 글쟁이로 밥은 먹고 살 수 있을지 두려움이 많았지만, 글도 쓰고 의미 있는 철학적 사고도 할 요량으로 용타스님께 의지해 출가를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글을 쓰기는커녕 아예 경전도 못 보게 하고 참선만 시키더라.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군 복무를 마친 후에, 그때가 승려 8년차였다, 경전을 보려고 강원(지금의 승가대학)에 갔다. 경전, 특히 화엄경에 천착한 인연이 있어 해인사 강사를 맡았다.”

_산문생활이 20년 정도 된다고 들었다. 스님이 주역을 공부한 이유는?

“법주사 제선스님, 부산 화엄사 각성스님, 동화사 학봉스님한테서 화엄경과 불교 내전을 배우고 선방 정진했다. 절집에서는 화엄경을 최고 경전으로 보는데, 이통현 장자가 주역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화엄론을 보고 주역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국 서당을 쫓아다녔다. 당시 제도권에는 용인 지곡서당에 이창순 선생님이 계셨고, 재야권에는 문장으로 유명한 광주 송담 이백순 선생님, 의리・철학의 대가인 부여 은산면 서암 김희진 선생님, 전통 유학자이신 합천의 추연 선생님, 부산 무위당 할아버지가 계셨다. 승려 신분으로 서암 선생님과 송담 선생님, 무위당 할아버지에게서 한문과 사서삼경 등 고전을 돌아가면서 배웠다.”

한겨레 두레협동조합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한겨레 두레협동조합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역을 강의하는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_주역을 배우고 나니 어땠나?

“사서삼경(四書三經, 논어・맹자・중용・대학・시경・서경・역경) 중에 마지막 텍스트가 주역(역경)이다. 시경과 서경은 논리체계인데, 주역은 상징체계다. 논리는 추정이 가능하지만, 주역은 눈 뜨는 과정,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마치고 나서 45세 정도부터인가, ‘세상에는 보이는 흐름과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구나’ 하는 확신, ‘주역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살아볼 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대중들과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흐름이 자연히 생겨나더라.”

_주역 하면 보통 점(占)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점 이미지는 일부일 뿐이다. 주역에는 세 가지 기능이 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능, 그것을 문화나 사회적으로 적응시키는 기능, 그리고 점을 치는 기능이다. 그런데 점을 치는 기능이 유독 부각됐다. 점을 치러 가는 사람들 중에 90% 이상이 내 이익을 위해서 간다. 당연히 ‘에이, 저거 속물이네’ 하는 부정적인 소리가 나온다. 주역에서 말하는 점의 진정한 기능은 그런 게 아니라, 도대체 내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사는지를 묻고,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다청홀(Da Cheng Hall) 외부에 세워진 공자상. 사마천은 사기에 공자가 주역(周易)을 매우 아꼈으며, “나에게 수년의 시간을 주면 주역에 정통할 것”이라 말했다고 적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중국 상하이 다청홀(Da Cheng Hall) 외부에 세워진 공자상. 사마천은 사기에 공자가 주역(周易)을 매우 아꼈으며, “나에게 수년의 시간을 주면 주역에 정통할 것”이라 말했다고 적었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_주역은 공자(孔子)도 인정한 대단한 책 아닌가?

“그렇다. 공자가 위편삼절(韋編三絶), 그러니까 책 가죽끈이 여러 차례 끊어질 만큼 끼고 살았던 책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공자가 나에게 수년의 시간을 더해 역을 배울 수 있었다면 인생에 큰 허물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구절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 당시에 공자도 ‘이 책이 점치는 책이니 사람들이 나를 오해할 것’이라면서 세간의 오해를 우려하기도 했다.”

_아무래도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공자가 ‘수년’을 말한 책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주역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한글 구조부터 보자. 자음과 모음은 음양이다. 5대 행성의 운행은 목화토금수인데, 목은 목구멍이 꺾이는 소리이고, 화는 목구멍에서 나와서 혀를 굴리는 설음이고, 토는 입술에서 나온다. 태극기와 동서남북 4대문도 주역이다. 절기와 풍습도 그렇다. 절기의 시작을 보면 서양은 춘분과 추분이지만, 우리는 해그림자 길이에 따라 동지와 하지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가 뭔가? 동지는 음 중에 최고 음이다. 그래서 양기인 팥죽을 먹는 것이다. 심지어 불교의 49제도 주역이다. 최근에 서양에서 들어온 휴먼 디자인(Human Design), 오라소마(Aurasoma), 수비학(水秘學), 주역타로 같은 상담이나 명상기법의 텍스트도 모두 주역이다.”

_환속 후 주역에 매달렸다. 주역과 불경은 어떻게 연결되나?

“공자가 10가지 주역 주석서를 썼다. 십익전(十翼傳)이라고 하는데, 그중 계사전(繫辭傳)을 보면 세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빛 문제를 제기한다. 세상이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내용이다. 전체 의미체계가 화엄경의 십지품(十地品)과 90% 일치한다. 화엄경도 세상이 빛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 않나.”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유남고전인문학당 ⓒ스트레이트뉴스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유남고전인문학당 ⓒ스트레이트뉴스

_반야심경은 공(空)을 말하는데?

“맞다. 눈도 없고 그 무엇도 없는 공을 말한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공이라는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화엄경과 주역은 그것을 빛이라고 한다. 보이는 것들은 빛의 드러난 모습일 뿐, 결국 빛이 공이고, 공이 빛이다. 불교에 경・율・논(經・律・論), 삼장이 있는데, 논설 속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공자의 계사전에 나오는 바로 그 공이다. 그런 맥락에서 불교와 주역은 결코 다를 수 없다.”

_“보이는 것들은 빛의 드러난 모습”이라는 말, 언뜻 플라톤의 이데아가 떠오른다

“플라톤은 존재론이고, 이데아(idea)는 존재의 원형이다. 존재에 집착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없다. 내 마음이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고통에 연연하고 있다면 존재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는 자신의 마음을 보기 어렵다.”

_주역의 핵심을 꼽으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여민동환(與民同患)이다. 사람과 더불어 근심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불교의 이상적인 세계관인 보살도(菩薩道)와 다르지 않다. 사실 동양사상의 핵심은 여민동환 이 한마디로 소통된다.”

_여민동환은 불교로 보면 대승불교인 것 같다

“대승, 소승, 관계로 보는 것은 대상화일 뿐이니 의미 없다. 고전을 지식으로 다루고 이해하는 세간의 경향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동양의 유, 불, 선 사상이 주장하는 삶의 원리는 ‘나는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사느냐’ 하는 것이다. 마음의 문제이자 세계관의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주역이나 불교가 삶의 이치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_책을 여러 편 집필했다

“'도덕경과 선', '번민, 고전에 답이 있다', 네 권짜리 '주역으로 가는 길', '주역이 뭣고?', 이렇게 주역을 중심으로 마음의 원리를 다룬 책을 몇 권 썼다. 아직 쓸 게 많다. 인연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계속 공부하면서 불경과 사서삼경을 복합적으로 다뤄볼 생각이다.”

주역을 수학 원리에 기초한 달력으로 접근해 역의 전체 원리를 분석한 '주역이 뭣고?'와 김가원 선생의 저서들(자료:해조음출판사/유남고전인문학당)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주역을 수학 원리에 기초한 달력으로 접근해 역의 전체 원리를 분석한 '주역이 뭣고?'와 김가원 선생의 저서들(자료:해조음출판사/유남고전인문학당)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_힐링(healing)을 무엇이라고 보나?

“힐링은 마음의 평안이다. 마음의 고통은 잘못된 시각에서 온다. 다들 얻고 싶은 조건에 매달리지만, 자신의 마음 그 자체가 조건 이상으로 신비롭고 가치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면 고통은 사라진다.”

_어떻게 하면 되나?

“별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수행을 통해 힐링 할 때 마음을 어디에 붙이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조건에 마음을 붙이느냐, 옛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본질에 마음을 붙이느냐... 그래서 불교, 유교, 도교의 마음 붙이는 색깔이 다 다르다. 주역의 경우에는 해와 달과 별, 오행은 어떻게 운행하는지, 거기에 따라 지구 환경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이 형성된 조건과 의미는 무엇인지, 이런 데 마음을 붙이게 한다. 형이상학적인 문제인데, 정리하면 노자 도덕경의 말 한마디로 수렴할 수 있다.”

_도덕경?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人法地 地法天 天法道)라 했다. 땅은 만물을 생겨나게 하지만 하늘을 따르고, 그것이 도라는 것이다. 이게 노자가 사람 마음을 붙이게 하는 의미체계다. 어디에 마음을 붙이느냐에 답이 있고, 그게 바로 힐링이다. 살아가는 이치, 거기에 마음을 붙이면 자연히 힐링이 될 것이다.”

_마음의 병을 앓거나 삶의 갈피를 못 잡는 현대인들이 적지 않다

“마음에는 길이 있다. 조건을 추구하는 삶이 내 마음에 있으면, 조건을 충족하려는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을 잘못 붙여서 눈앞에 100원을 호주머니에 넣으려다 보면 잔머리가 나면서 초조와 불안, 기교가 생겨난다. 그때 내통천(乃通天), 그러니까 내가 부처고 하늘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자긍심이 올라오고 작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우리 모두는 하늘이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째보처럼 굴어서야 되겠나.”

강의 중인 유남고전인문학당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주역의 이치를 강의 중인 유남고전인문학당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_갈피를 잡다가도 금세 흐트러지고 그러지 않나

“당연하다. 저 역시 욕심으로 들끓는 마음이 있다. 그럴 때 대치사법(對治邪法), 개인 중심의 관심을 보편적인 생명 중심으로 돌린다. 뜨거워지는 방향, 즐거워지는 방향,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마음을 돌린다는 말이다.”

_갈피 못 잡기는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정치하는 분들이 주역을 배워야 한다. 한나라 때 왕봉이라는 제상이 있었다. 그는 주역을 모르면 나라를 경영하지 말라고 했다. 정치가 자기 이득 챙기느라 바쁘다. 세상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세간적인 흐름과 진리 중심의 출세간적인 흐름이다. 정치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 생명의 가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래야만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나온다. 그런데 집단이기주의로 흐르니 정치가 엉망이 되는 것이다. 사실 서가모니(Sakyamuni) 부처님 당시에도 그게 고민이라서 가치관의 혼란과 정쟁이 횡행했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모순이 극대화되면서 제도적 모순이 절로 해소되게 돼 있으니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통해 혼란과 정쟁을 완화시키고 조화를 이뤄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 일은 깨어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_힐링이 조건 관점에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힐링산업에 대한 생각은?

“문명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힐링산업이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동기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누리겠다는 생명의 가치 관점인지, 내 파이만 키워서 욕구 충족을 하자는 관점인지의 문제라는 말이다. 전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나쁜 영향도 있겠으나 그건 수정할 수 있다. 허기를 채우려고 절집에 드는 중이 도를 이루지 못하듯이, 동기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나.”

인터뷰를 마치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인터뷰를 마치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가원 선생 ⓒ스트레이트뉴스

_앞으로 계획은?

“별것 있겠나,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다. 그렇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 흐름 위에서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는지는 돌아볼 것이다. 옛 선현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하셨는지 문헌으로 남기는 역할, 유・불・선을 주역의 관점에서 잡는 고전, 그걸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 소명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100세는 풀잎의 이슬에 불과하니,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되돌아보면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소명대로 살자는 생각이다.”

_마지막으로 힐링이 필요한 우리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힐링의 반대는 고통이다. 고통은 자신이 만들어낸다. ‘일음일양(一陰一陽)이 도(道)’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대상을 어떤 때는 음으로 보고 어떤 때는 양으로 본다. 보이는 것, 조건에 연연하면서 살다 보면 욕심이 많아지고 삶의 근본은 사라진다. 고통의 시작이다. 초점을 나에게 맞추지 않고 세상이나 삶의 본질에 맞추면 뜨겁고 즐겁고 긍정적인 쪽으로 보게 돼 있다. 그렇게 눈을 뜨면 보이는 것들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답은 자기 안에 있다. 껍데기만 보는 것은 생명을 소외시키는 것이라는 말씀, 조건에 너무 매달리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김가원 선생은 이름이 많다. 신춘문예에는 문수안(문수보살이 가진 안목)이라는 필명으로 당선됐고, 유교 훈장님들은 각자 지어준 ‘김낙정’, ‘김계유’, ‘김가원’으로 불렀다. 스님일 때 법명은 능인(能仁)이었고, 본명도 따로 있다. 상황 따라 이름이 바뀐다.

이름으로 보면 노자 도덕경의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이다. 도가도 비상도 (道可道 非常道, 도를 도라고 부르면 도가 아니)라 했으니, ‘어떤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그를 김가원이라고 부르면 그 ‘어떤 사람’이 아닌 게 된다. 특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이 많은 걸까.

2시간여에 걸친 맛깔 난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김가원 선생의 옆자리에서 전남 장흥 출신 꼬마와 집이 너무 가난해 은행원이 되려던 고등학생, 삶의 본질을 찾아 선방 정진하던 능인스님,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수안 작가, 훈장님에게 따끔하게 야단맞던 유생 김낙정과 김계유가 한데 일어나 ‘보이지 않는’ 인사를 건네 왔다.

김가원 선생이 본보에 보내온 한시 '念無'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김가원 선생이 본보에 보내온 한시 '念無'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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