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김세헌기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촉발시킨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對)일본 관계를 '막말'로 비판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직원들에게 보게했던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거세지는 비난 여론에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9일 회사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콜마의 사과 후에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는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상품의 명단이 공유되는 등 불매 움직임이 확산했다.

윤동한 회장은 11일 사퇴 회견에서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저의 과오는 무겁게 꾸짖어 주시되 현업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과 회사에는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와 함께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사세를 불려왔던 한국콜마는 2017년 8216억원에서 지난해 1조3579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해 제약사업을 강화한 데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신약 개발 중심의 국내 '톱5'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윤동한 회장의 이번 사퇴는 그가 지난 7일 직원 월례조회에서 틀었던 '막말·여성비하 영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나아가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규제 후 불붙은 불매운동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의류 유니클로와 맥주 아사히 등 주요 일본 소비재 브랜드의 매출이크게 감소했고, 일본 여행객과 항공편까지 줄어드는 등 산업계 전반으로의 파급 효과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동한 회장이 튼 영상으로 한국콜마가 불매운동의 다음 '타깃'이 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르자 사내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윤동한 회장은 문제의 월례조회가 있었던 7일 이후 나흘 만이자,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사흘 만에 전격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업체인 한국콜마는 국내 대다수 화장품 업체와 위탁제조·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이 명단에 오른 화장품의 상당수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유명 브랜드들이다.

윤동한 회장의 전격 사퇴에 한국콜마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윤동한 회장의 사퇴에도 불매운동이 날로 위력을 더하는 상황에서 한국콜마의 경영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 영상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화장품 주 고객층인 여성을 대상으로 "싼값에 몸을 팔게 될 것"이라는 등 막말 영상을 튼 것은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동한 회장이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번 윤동한 회장의 사과와 사퇴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제품의 리스트와 함께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 역사까지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상당수는 한국콜마가 제조해 납품하는 제품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을 한국콜마에 재직 중인 30대 중반 직장이라고 소개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10년차 한국콜마 직원' 글

한편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콜마 10년차 직원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관심이 집중됐다. 윤동한 회장의 '막말 동영상 시청 강요' 논란으로 한국콜마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한국콜마에 재직 중인 30대 중반 직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현재 인터넷 카페·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하는 한국콜마 제품 불매운동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며 "회사 성장 과정을 같이한 직원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동영상) 진행자의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고 옳지 못하다고 말씀하셨고 여성 비하하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윤 회장이 해당 동영상 진행자의 주장을 동의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동한 회장은) 국내와 국제 정세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처한 일본경제보복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갖자'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반대 쪽으로 편향된 영상도 같이 보여줬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콜마는 일본 기업'이라고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SNS 등에서는 한국콜마가 일본 기업인 일본콜마와 합작해 설립한 역사를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콜마는 폴란드계 미국 이민자인 레슬링 콜과 프레드릭 마섹이 1921년에 설립한 미국회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1921년 이후 캐나다, 멕시코, 호주, 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콜마라는 브랜드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990년 한국콜마 설립 당시 부족한 국내 화장품 기술력과 어려운 자금 상황 때문에 일본콜마에 지원을 받았지만 매년 기술료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관계였다"고 했다.

그는 "이후 자금 상황과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고자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제품 개발 노력을 했고 현재 한국콜마는 일본콜마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 개발 능력을 갖췄다"면서 "일본콜마와 기술료 관계도 이미 정리했다. 일본콜마는 지난 1990년 최초 투자한 자금을 아직 일부 남아(갖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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