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ABE, 한일경제전쟁] ②한일교역 규모와 반도체 산업의 위기
[NO ABE, 한일경제전쟁] ②한일교역 규모와 반도체 산업의 위기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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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위 무역흑자국 한국, 그만큼 대일 수입의존도 높아
포토레지스트, 일본이 수출 허가한 가운데 삼성은 대체재 확보
박재근 교수,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영향은 제한적”
업계 관계자, 일본과의 기술 격차 좁히는 데 최소 2~3년 전망
반도체 부품・소재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센서도 사정권
일본이 사태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한국도 맞불을 놓으면서 한일교역이 1965년 수교 이후 54년 만에 전면적인 경제전쟁에 돌입했다. 일본이 선제공격에 이어 2차 보복을 가해 온 가운데,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우리 정부의 대응과 외신들의 반응, 반도체와 자동차, 공작기계, 석유화학, 철강, 금융 등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 및 경제성장률과 국가신용등급 등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목차>
① 경제성장률과 산업에 드리운 먹구름
② 한일교역 규모와 반도체 산업의 위기
③ 자동차, 배터리, 화학, 공작기계와 금융
④ 일본의 3차 보복과 비관세 장벽
⑤ 지소미아(GSOMIA)를 둘러싼 안보갈등
⑥ ‘NO JAPAN’에서 ‘NO ABE’로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일 간 경제전쟁이 시작됐지만,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대체재를 발굴하고 일본 불매운동(NO JAPAN)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일본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한국 문재인 대통령 ⓒ스트레이트뉴스DB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한국 문재인 대통령 ⓒ스트레이트뉴스DB

한일 교역규모

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일본의 3위 수입국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국별 총수입에서 일본은 546억 달러(약 66조3,445억 원)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은 일본의 3위 무역 흑자국이기도 하다. 일본에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자연히 한국의 대일 수입의존도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일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이 48개 품목 총 27억8,000만 달러(약 3조3,780억 원)에 달한다. 업종별 대일 수입의존도는 방직용 섬유 99.6%, 화학 및 연관 산업 98.4%, 항공기와 선박, 차량 등 수송기기 관련 산업이 97.7%다.

지난 7월 초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 핵심 3개 품목도 대일 수입의존도가 최대 94%에 달한다. 대일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도 253개 158억5,000만 달러(약 19조2,593억 원)에 이른다. 공작・정밀기계 분야에서 사용하는 일본산 부품은 전체의 30~40%다.

삼성전자, 포토레지스트 대체 수입선 확보

지난해 말 기준,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267억 달러(약 148조 원)으로 20.9%가량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892조 원의 7.8%에 해당한다.

지난달 4일,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품목은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세 가지다. 그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일본은 지난 8일 한 달 만에 수출을 허가했다. 삼성전자가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는 소식, 일본 업체들의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화학기업 JSR Micro의 한국 연구소와 2011년 7월 20일 개최된 한국 연구소 개소식 모습(왼쪽), 벨기에 Sunnyval에 위치한 JSR Micro 사무소(오른쪽). 최근 삼성전자는 벨기에 ‘EUV 레지스트’의 포토레지스트를 최대 10개월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레지스트는 일본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의 합작법인이며, EUV 레지스트의 최대 주주는 JSR의 벨기에 자회사인 JSR Micro이다.(자료:jsr.co.jp)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일본 화학기업 JSR Micro의 한국 연구소와 2011년 7월 20일 개최된 한국 연구소 개소식 모습(왼쪽), 벨기에 Sunnyval에 위치한 JSR Micro 사무소(오른쪽). 최근 삼성전자는 벨기에 ‘EUV 레지스트’의 포토레지스트를 최대 10개월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레지스트는 일본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의 합작법인이며, EUV 레지스트의 최대 주주는 JSR의 벨기에 자회사인 JSR Micro이다.(자료:jsr.co.jp)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Nikkei Asian Review)’는 11일 삼성의 임원 출신인 한양대 박재근 교수의 언급을 인용, “삼성전자가 벨기에 업체인 ‘EUV레지스트’로부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0개월 치 포토레지스트를 구입해 제조 공정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교수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서 포토레지스트가 중요한 이유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때문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실리콘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의 패턴을 만드는 필수 소재다. 삼성전자는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개발해 양산에 나섰지만, 포토레지스트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 1위는 글로벌 점유율 48%를 자랑하는 대만의 TSMC다. 삼성전자는 19%로 맹추격 중이다.

문제는 포토레지스트의 품질이다. 품질에 따라 수율이 갈리기 때문이다. 신에츠(Shin-Etsu) 화학, TOK, JSR,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들이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대일의존도는 92%에 육박한다(한국수출입은행).

국내 업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동진쎄미컴, 동우화인켐 등이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를 대체재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산 포토레지스트는 품질 면에서 일본산에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 7일 한 토론회에서 “고객사(삼성전자)와의 협업 하에 연구 인력 및 장비 인프라 충원이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과의 포토레지스트 기술 격차를 극복하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장 쓰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독일 마인쯔(Mainz)에 위치한 신에츠 화학(Shin-Etsu Chemical, 信越化学工業株式会社)의 유럽공장. 본사는 도쿄에 있다.(자료:Fritz Geller-Grimm) ⓒ스트레이트뉴스
독일 마인쯔(Mainz)에 위치한 신에츠 화학(Shin-Etsu Chemical, 信越化学工業株式会社)의 유럽공장. 본사는 도쿄에 있다.(자료:Fritz Geller-Grimm) ⓒ스트레이트뉴스

고순도 불화수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는 2.5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D-Ram Exchange).

최근 솔브레인의 고순도 불화수소가 삼성전자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부인했다. LG디스플레이가 “국산과 중국산 불화수소를 테스트 중이며 상당히 진전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후 소식은 없다.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도 고순도 불화수소 설비개발에 착수했지만, 올해 말이나 돼야 샘플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산 소재의 품질 수준을 ‘트웰브 나인(twelve nine)’으로 평가한다. 순도가 99.9999999999%라는 얘기다. 소재의 품질은 수율을 결정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소 순도가 낮은 국산 및 중국산을 써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재 국산화를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실리콘 웨이퍼(Wafer)

웨이퍼는 실리콘을 가공해서 만든 원판이다. 이 원판에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회로를 그린다. 일본의 신에츠(Shin-Etsu)와 섬코(Sumco)가 도합 53%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 실트로닉스와 한국 SK실트론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한국 업계는 올해 상반기 중 총 4억7,000만 달러(5,711억 원)어치의 웨이퍼를 수입했는데, 그중 39.7%가 일본산이었다(한국무역협회).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웨이퍼의 절반가량은 일본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웨이퍼 구입에 사용한 비용은 1조6,642억 원이다. SK하이닉스는 8,484억 원을 썼다. 전체 반도체/디스플레이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웨이퍼 없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은 불가능하다.

당장은 재고로 버틸 수밖에 없다. 미국과 독일 등 여타 업체들에게 공급량 확대를 주문한다 해도 라인 증설과 생산량 확대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실리콘 웨이퍼(자료:lightmachinery) ⓒ스트레이트뉴스
실리콘 웨이퍼(자료:lightmachinery) ⓒ스트레이트뉴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센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빛으로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트랙장비, 불화수소로 반도체에 묻는 산화막을 세척하는 습식 세정장비, 반도체 회로 선폭을 검사하는 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등 장비산업도 수출규제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도체 장비시장은 TEL(도쿄일렉트론), DNS(다이닛폰스크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과 스마트폰의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디스플레이 분야의 섀도우마스크(FMM)의 단기적인 수급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 분야 글로벌 점유율은 DNP(다이닛폰프린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센서 시장도 일본이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전자카메라와 음파탐지기, 광검출기, 광섬유 등 센서 관련 제품군에 대한 우리 업계의 대일의존도는 높다. 그러나 미주와 유럽 등 대체재가 충분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영향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2011년 가동을 시작한 일본 최대 반도체 칩 장비업체 TEL(도쿄일렉트론)의 미야기(Miyagi)공장(자료:Nikkei Asian Review) ⓒ스트레이트뉴스
2011년 가동을 시작한 일본 최대 반도체 칩 장비업체 TEL(도쿄일렉트론)의 미야기(Miyagi)공장(자료:Nikkei Asian Review) ⓒ스트레이트뉴스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 3종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맹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조준하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극자외선(EUV)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가는 등 반도체 시장 10위 권 내 글로벌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본이 자국의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할수록 기회가 중화권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삼성과 SK의 반도체를 쓰는 미국, 중국 업체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1, 2차에 이어 일본이 3차 경제보복을 가해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구체적으로 조선업, 비관세장벽을 동원한 농수식품, 금융 등이 다음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리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NO JAPAN)이 확산하고 있다. 지소미아(GSOMIA)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한일경제전쟁이 안보갈등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상대가 칼을 칼집에서 이미 뽑은 상태다.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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