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연재-박혜리의 도시 부둣가 이야기②] 공유의 힘
[ST연재-박혜리의 도시 부둣가 이야기②] 공유의 힘
  • 박혜리 (seoulscrap@googlemail.com)
  • 승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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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시민이 해내는 페닉스 푸드 팩토리(Fenix Food Factory)/네덜란드 로테르담

로테르담 항만 재개발의 개척자, 호텔뉴욕의 맞은편에는 허름한 한 창고건물이 5년 전부터 핫하다. 이전 창고 이름을 딴, 바로 페닉스 푸드 팩토리(Fenix Food Factory, 이하 FFF)이다.

▲페닉스푸드팩토리의 전면에서 바로 보이는 호텔 뉴욕 ©박혜리
▲페닉스푸드팩토리의 전면에서 바로 보이는 호텔 뉴욕 ©박혜리
▲안벽을 따라 물가에 앉아있는 사람들. ©박혜리
▲안벽을 따라 물가에 앉아있는 사람들. ©박혜리

베를린처럼 날 것의 느낌에, 프랑스 작은 마을 광장처럼 매력적이며, 브룩클린처럼 힙(Hip)한(Rauw als Berlijn, charmant als een Frans dorpsplein, hip als Brooklyn.①) 곳. FFF가 그간 노력하며 쌓아온 에너지가 여러 이미지로 융합되어 지금의 카텐드레흐트(Katendrecht) 지역을 만들었다.

▲페닉스푸드팩토리 입구. © 박혜리
▲페닉스푸드팩토리 입구. © 박혜리
▲날이 좋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창고앞 물가 철로변에 앉아있다. © 박혜리
▲날이 좋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창고앞 물가 철로변에 앉아있다. © 박혜리

카텐드레흐트 역시 항만과 여러 창고가 있었던 지역으로, 특히 페닉스 창고군이 있던 부두의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였기에 이름을 ‘샌프란시스코’라고 부르기도 했다.

페닉스 창고는 가장 활발했던 192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창고(길이가 360미터)로 그 위용을 자랑하기도 하였으나 세계2차대전 당시 1944년, 창고 정 가운데 독일군의 폭격을 맞아 두 동강이(창고1은 120m, 창고2는 180m로) 났고 대공사를 한 후 1950년대부터 2개의 창고, 즉 페닉스창고 1, 2로 불리며 각각 사용되었다.

1872년 이래로 카텐드레흐트와 빌헬르미나부두는 유럽에서 차별받던 유대인과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던 유럽인들에게 기회의 땅(특히 미국)으로 떠나는 이민 관문 역할을 했다. 이후 항만의 기능이 점차 서쪽(해안측)으로 옮겨갔고 196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하여 마약, 매춘 등이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되었다. 로테르담 시 정부는 1980년대부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여 도시재활(urban revitalization)에 주력했지만 장기간 효과가 거의 없었다.

▲빌헬르미나부두와 카텐드레흐트의 1928년. 왼쪽 부두말미에 호텔뉴욕이 보이고,맞은편 오른쪽 가장 긴 창고가 당시 세계 최대 창고였던 페닉스창고이다. ©City of Rotterdam
▲빌헬르미나부두와 카텐드레흐트의 1928년. 왼쪽 부두말미에 호텔뉴욕이 보이고,맞은편 오른쪽 가장 긴 창고가 당시 세계 최대 창고였던 페닉스창고이다. ©City of Rotterdam

2000년대부터 대규모 개발을 하고자 창고 1, 2 상부에 총 440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하는 개발계획을 세웠지만(사실 고층개발계획안은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다.②)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안으로 선뜻 시작할 수 없었다. 결국 2006년 시정부가 이 두 창고를 매입하고 2012년 빌헬르미나부두와 카텐드레흐트를 연결하는 보행육교(Rijnhavenbrug)를 건설하는 등 상당한 투자를 했지만 그때까지도 지역이 재생되기에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던 중, 2014년쯤이었을까, 호텔뉴욕 바로 앞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건너편에 재미있는 음식점이 생겼다고 하며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곳이 바로FFF였다.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도 그곳이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가기 두려웠던 장소를 단 몇해만에 로테르담에 오면 꼭 한번 들러야하는 hot spot으로 변화시킨 동력은 시정부의 막대한 비용 투자도, 단일 대형건설사의 화려한 아파트 건설도 아닌, 시민 다수의, 즉 지역 요식업 주민들의 협력적 프로젝트, ‘페닉스 푸드팩토리(FFF)’로 인한 것이었다.

2014년 개장한 FFF. 지역을 사랑하고 음식을 사랑하며 식문화에 대한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던 7개의 가게 주인들이 모였다. 수제맥주집(Kaapse Brouwers), 치즈가게(Booij Kaasmakers), 정육점(Firma Bijten), 빵집(Jordy’s Bakery), 음료수집(Cider Cider), 커피집(Stielman Koffiebranders), 농산물가게(Rechtstreex)가 연합하여 푸드팩토리를 제안하였고 시정부와의 임시사용 5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12개 가게가, 특히 투명한 생산지 직거래 및 지역의 건강한 식문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메뉴중 ‘planken(판)’는 여러 가게의 음식을 한 접시에 모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협력적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메뉴 하나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 판에 여러 메뉴. Planken ©Fenix Food Factory, http://www.fenixfoodfactory.nl/nl/planken
▲한 판에 여러 메뉴. Planken ©Fenix Food Factory, http://www.fenixfoodfactory.nl/nl/planken
▲페닉스 푸드팩토리 내부. © 박혜리
▲페닉스 푸드팩토리 내부. © 박혜리
▲깝서(Kaapse) 수제맥주집 ©박혜리
▲깝서(Kaapse) 수제맥주집 ©박혜리

지역은 활성화되었고 FFF은 명소가 되었으며, 요원하기만 했던 개발계획은 탄력을 받아 페닉스창고1은 상부에 약 200세대를 올려놓은 복합시설로 진행 중이다.

창고 뒷편 델리플레인(Deliplein)근처에는 여러 레스토랑들이 광장 둘레로 입점해 있고 빌헬르미나부두의 한 창고건물(Pakhuismeesteren, 파카우스메이스테런) 지층에는 암스테르담 푸드할렌(Foodhallen)의 로테르담 지점이 들어서게 되었다. FFF는 페닉스창고2의 단 1/5정도③의 면적만으로 지역에 막대한 효과를 발산해냈다.

하지만 FFF는 임시사용 중이다. 이제 5년이 지나2020년 2월이면 비워야한다. 초기에는 Fenix2가 지역활성화에 엄청난 성공을 하면서 향후에도 공동 소유자로서 이 창고에 남을 것이라 모두가 낙관했었다. 하지만 2018년 3월 문화재단인 드롬엔다드(Droom en Daad, 꿈과 행동)에 펙니스창고2는 매각 되었다.

FFF가 더이상 페닉스창고2에 머물수 없게 되자, 맥주가게(Kaapse)의 주인이자 최초 고안자 중 한 명인 제일스트라(Zijlstra)는 “로테르담시정부는 우리를 마켓팅 도구로 이용했다. 씁슬하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고 컬럼리스트 베셀 페닝(Wessel Penning)도 지역신문 AD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텐드레흐트에서 FFF를 내쫓으면 이곳은 멍청한 공간(Silly place)가 될 것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④

FFF가 손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2017년 몇몇 가게주인들과 디벨로퍼, 로컬건축가와 함께 대안을 세워 시청에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시정부와 담당 공무원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 설명했다. 새로운 주인과의 협업과 공동소유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으나 향후 확장할 전시공간이 필요한 재단측은 독립소유로 페닉스창고2 전체를 온전히 사용하길 원해 FFF는 필시 이전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드롬엔다드 재단은 막연한 부동산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공공문화시설로 이민 박물관을 구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민의 역사가 깊게 녹아있는 카텐드레흐트 지역의 역사와도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상부측에 디자인된 전망대 또한 공공에 항상 열려있는 공공장소가 될 것이기에 일단 사익추구형 개발에 밀리는 형상은 아니다. 재단의 페이버스(Pijbes) 디렉터는 “이민사 역사란 이 도시에 있어 단순 판매시설보다 상당히 공공적 가치가 있다”라며 대의를 강조했다.⑤

또한, 이곳에 최초의 차이나타운과 최초 중국레스토랑을 개점했었다는 역사적 맥락에 맞추어 건축가 역시 중국건축가를 초대했는데, MAD architects라는 베이징에 소재하는 건축회사가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였다.

▲MAD architects의 이민박물관. 중앙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나선형 전망대가 핵심 요소이다. © MAD architects, image by SAN
▲MAD architects의 이민박물관. 중앙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나선형 전망대가 핵심 요소이다. © MAD architects, image by SAN

FFF의 이전 장소로 바로 생각할 수 있는 장소는 바로 이웃해 있는 Fenix1창고이다. 하지만 Fenix1은 고밀도 복합시설로 개발하고 있고 현재의 임대료와는 현격히 차이가 나는 고임대료를 요구하고 있어 FFF전체가 이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름 경쟁력있는 3곳 맥주집, 빵집, 그리고 치즈가게(Kaapse Brouwers, Jordy’s Bakery, Booij Kaasmakers)만이 창고1의 개발회사와 ‘아름다운 임대료’로 임대 계약 체결에 성공해 계속 카텐드레흐트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가게들의 이전 장소는 아직 물색중이다. 현재 항만공사에서 다른 빈 창고를 알아봐준다든가, 특히 M4H로 이전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페닉스창고1로 이전하는 세 가게의 주인과 개발회사 헤이만스(Hijmaans)관계자와의 협약식 ©De Havenloods
▲페닉스창고1로 이전하는 세 가게의 주인과 개발회사 헤이만스(Hijmaans)관계자와의 협약식 ©De Havenloods
▲왼쪽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곳이 페닉스창고1(2019년 완공예정), 오른쪽은 페닉스창고2(임시사용 중, 2020년 2월까지) 이다. 호텔뉴욕에서 레인하벤다리(개폐식 다리)를 건너면 바로 페닉스 창고군에 도달한다. ©박혜리
▲왼쪽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곳이 페닉스창고1(2019년 완공예정), 오른쪽은 페닉스창고2(임시사용 중, 2020년 2월까지) 이다. 호텔뉴욕에서 레인하벤다리(개폐식 다리)를 건너면 바로 페닉스 창고군에 도달한다. ©박혜리

더이상 FFF 지금 그대로 카텐드레흐트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못내 안타깝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는 사실 양측 다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임시성을 인정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5년 임대계약이란 약속을 지키는 가게주인들도, 그리고 시민들의 제안을 상향식으로 그대로 받아 기회를 제공해 준 시정부도 대단하다.

FFF는 페닉스창고1이나 또는 다른 곳을 찾아 또 다시 개척자(pioneer)가 되어 활약하고자 하는 그 에너지 또한 인상적이다. 공공이나 대자본의 기업이 시작할 수 없었던 카텐드레흐트의 지역활성화. 로테르담시정부는 이곳의 성공요인으로, 공공의 투자(특히 기반시설) 및 장기간 개입, 처음 개척자 프로젝트 이후 따라오는 민간 투자 및 개발이 이루어진 점, 지역의 창의성 및 임시사용(특히 FFF)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킨 점, 항구의 역사적 자산 및 특성을 지우지 않고 강조한 점 등을 들었다.⑥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성공의 원인은, 공공이 직접 기획하는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힘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역주민들에게 공유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항만 재개발은 신도시개발도 아니고 도심재개발도 아니다. 산업유산이라는 자산이 있고 수변공간이라는 오픈스페이스가 이미 존재하므로 끊어져있던 도시와 바다를 잇는 것만으로 많은 가능성을 열 수 있다. 그렇게 힘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 바다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끊어진 접근성을 열어주고 산업시설을 지역주민들부터 열어 그들로 하여금 재활용하는 임시 프로젝트(pioneer project)를 시작하게 하여 그 영향력을 지역에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점진적 개발을 하면 어렵지 않게 사업을 풀어나갈 수 있다. 사람들과 바다의 스킨십을 증폭시켜 익숙한 도시의 일부공간이 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FFF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음 화는 페닉스푸드팩토리가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M4H가 속해있는 로테르담 메이커스디스트릭트(Rotteredam Makers District)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른쪽 호텔 뉴욕, 페닉스창고군과 서측 로테르담 메이커스디스트릭트의 지도 상의 위치 ©박혜리
▲오른쪽 호텔 뉴욕, 페닉스창고군과 서측 로테르담 메이커스디스트릭트의 지도 상의 위치 ©박혜리

[각주]
①https://versbeton.nl/2014/12/gemeente-zet-succesverhaal-deliplein-in-de-uitverkoop/
②Hertting, N., Kugelberg, C., 2017, Local Participatory Governance and Representative Democracy:Institutional Dilemmas in European
Cities, Routledge.
③창고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져서 이벤트공간으로 쓰이고 있으며 지층에는 다른 가게 및 서커스(Circus)교육시설이 입주해 있다.
④https://www.nrc.nl/nieuws/2018/08/31/eigen-plan-fenixloods-2-bleef-steken-a1614639
⑤https://www.nrc.nl/nieuws/2018/08/31/eigen-plan-fenixloods-2-bleef-steken-a1614639
⑥https://www.ifhp.org/sites/default/files/staff/sander_geenen_introduction_katendrecht_ifhp_-_sander_geenen.pdf

▲박혜리 (도시건축가)

-네덜란드 도시계획사(SBA, Stedenbouwkundige)-
-KCAP 프로젝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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