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이 약 1조원어치 팔린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쳤다. 곧 해당 상품들을 많이 판매한 은행들을 검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DLF와 관련한 서면 실태조사를 완료, 이들 상품이 주로 판매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이르면 이번주 중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19일 금융감독원이 약 1조원어치 팔린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마쳤다. 곧 해당 상품들을 많이 판매한 은행들을 검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DLF와 관련한 서면 실태조사를 완료, 이들 상품이 주로 판매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이르면 이번주 중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최근 수천척원대 추정 손실을 기록한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를 둘러싸고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되고 감독기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DLF와 DLS는 주요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게 DLF다. 증권사에선 직접 DLS를 판매했다. 이들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단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구간에 진입,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린다.

일반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주가연계증권(ELS)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과 달리 DLS는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활용한 파생결합상품이다. DLS는 기초자산으로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활용한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DLS 상품의 경우 파생결합상품 중에서도 위험성이 더 큰 상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금리는 다른 자산군과 달리 하락세가 한 번 정해지면 반등 없이 방향성이 오랜 기간 지속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한 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 금융회사에서 '적절한 판매 권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했다가 이번에 원금손실로 문제가 된 DLS는 상품의 기초자산이나 손익구조는 상이하지만 모두 '옵션 매도' 상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다.

옵션이란 사전에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상품이나 유가증권 등의 특정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런 옵션은 파생금융상품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프리미엄)에 사고 팔리기도 한다. 옵션거래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있다.

개인투자자가 장내 옵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의무교육 20시간을 비롯해 모의거래 50시간을 이수하고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거래소에 맡겨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 '1단계' 거래자격이 주어지며 개인투자자는 이때부터 옵션 매수 거래가 가능하다.

옵션 매도 거래를 할 수 있는 '2단계' 자격은 1단계 거래 경험을 기본자격으로 갖추면서 파생상품 거래계좌를 개설한 지 1년이 지나야만 취득이 가능하다. 의무교육 10시간을 추가로 받고 기본예탁금도 2000만원 추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옵션 매도 거래에 진입규제를 가장 까다롭게 둔 것은 거래 과정이 특별히 복잡하고 까다로워서라기보다는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많고 투기적 성향을 가진 파생금융상품 직접 투자자 역시 옵션 매도 거래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아예 '위험경고' 규제장벽을 치고 개인의 시장 진입이 어렵도록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옵션 매도 거래가 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으로 팔릴 때는 이런 진입장벽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지식이 없는 금융소비자도 유의사항 관련 확인서류 등에 자필 서명 몇 차례만 하면 옵션 매도 거래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파생결합상품을 쉽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판매 직원도 기초자산이 안전자산인 국채인 점 등을 내세워 해당 파생결합상품도 마치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보여 설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나아가 미중 무역 전쟁과 홍콩 시위,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원금비보장형 DLS 상품의 위험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창구에서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도 분명히 있는 상품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시중은행은 저위험상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대규모 손실위험이 있는 파생상품 가입을 권유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각 은행이 관련 금리가 하락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상품을 팔았다면 책임 소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들은 수익률 상단은 제한되지만, 기준치를 밑돌았을 때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코(KIKO) 공동대책위는 "DLS 사태 역시 키코 사건의 연장선"이라며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 추구를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이고 고의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금융당국도 2013년 동양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4만여명 투자자가 1조7000억원 피해를 본 바 있는데도 강력한 불완전판매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각 은행은 "상품 가입 당시 동의서를 모두 받았기에 불완전판매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은 아직 이들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대량으로 판매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판매한 은행, 상품 운용사 등을 이달 중 합동 검사할 예정이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자 금감원은 이를 따져보기 위한 현장조사를 검사와 병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쟁조정 사례 등을 참고해 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리와 환율, 유가 등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처럼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의 발행과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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