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장 "신문 윤전기 세우라"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반전이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협력'을 강조하고 전방위적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지소미아를 연장하거나 조건부로 유지하는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일본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반전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전날 접점찾기에 실패하고 평행선을 달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한 소회였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발표되기 직전인 이날 오후 6시9분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취재진에게 "윤전기는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이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20분 "정부는 일본이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 양국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지속시키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文대통령 "어려울 수록 원칙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외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외교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당분간 일본과 실질적 정보 교환은 하지 않는 절충안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소미아를 중단할 경우 한일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일본 측이 확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협정을) 연장하되 (정보를) 교류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절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그러나 어려울 때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칙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소미아가 양국간 '신뢰'를 기반으로 교류한 정보의 보안을 지키겠다는 협정이기 때문이다.

■日 "극히 유감..."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날 밤 늦게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한 뒤 "한국 정부에 대해 단호히 항의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남 대사를 초치(招致, 불러서 안으로 들임)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안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이 밤 늦은 시간에 남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한국에 의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대응이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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