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추방 NGO 총출동, 14년 전 성폭행 후 피살 여성 어머니 위한 전국규모 행사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피해자 14기 추모제, 성폭력특별법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글귀가 써있다. 직장 안팎 갑질 문화제'의 무대에서 지근거리에 농성천막이 보인다. 사진 = 김은경 기자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피해자 14기 추모제, 성폭력특별법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글귀가 써있다. '직장 안팎 갑질 문화제'의 무대에서 지근거리에 농성천막이 보인다. 사진 = 김은경 기자

[스트레이트뉴스=강인호 기자]  28일 어둠이 몰려든 서울 한복판 종각역 ‘SK본사’ 앞 인도에서 ‘작은 문화제’-‘직장 안팎 갑질 추방 문화제’가 열렸다.

이 문화제는 14년 동안 흘릴 눈물마저 마른 참혹한 사연을 가진 성폭력 살인사건의 어머니를 위해 갑질 근절을 위한 NGO가 마련한 행사였다.

문화제가 열리는 SK본사 옆 골목에는 피맺힌 투쟁 과정을 한눈으로 보여주는 ‘빨간 천막’이 자리했다. 빨간 천막은 기절초풍할 사연을 아직도 풀지 못한 한 맺힌 공간이다.

농성천막에는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 피해자 14주기 추모제'의 허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14'는 '13'의 수자에 덧칠한 글귀다. 지난해 현수막을 그대로 쓰고 있음이다.

작은 문화제는 14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해, ‘대한송유관’ 측에서 딸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유가족에게  2차, 3차 가해를 가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상영했다.

이 사건은 SK가 최대주주인 대한송유관공사의 모 인사과장이 14년 전에 여직원을 납치해 성폭행하면서 저항하는 여직원을 살해,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피해자의 어머니 유미자 씨는 증언에서, 인터뷰를 시도한 언론에서 정작 보도가 나갈 때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제목마저 ’선정적으로‘ 뽑아 사건 자체에 물타기를 했다고 했다.

유 씨는 "어떻게 언론에서 사건의 진실보다 사건을 덮기 위한 조작된 거짓에만 더 관심을 가졌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처참하게 딸을 잃은 유 씨는 몇 년 간은 법적공방을 벌이면서 살다가 가해자가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 선 SK 본사 앞에서 농성천막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 씨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무하기 위한 문화제인 셈이다. 행사에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때 알려진 박창진 씨가 영상을 보내왔다. 박씨는 영상에서 당시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면서 "그동안 직장 내에서 알게 모르게 왕따로 지내고 있다"면서 "여전히 직장에서 갑의 눈치보기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힘들지만 갑의 횡포와 을들이 당하는 주변의 일들에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면서 굴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계속해서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국내외 업계 등 각계각층에서 자행된 갑질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해온 사람들이 계속 무대에 올라 추악한 갑질 사례를 성토했다.

이어 최자영 교수가 K대학병원 오진 등 의료사고 갑질 사례를 증언했다. 위탁재산 강탈 피해자 모임의 대표인 김창우 동방산업 회장은 수원지방법원 파산부로부터 억울하게 빼앗긴 540억규모의 회사재산 강탈사건에 대해 증언했다. 당시 파산부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의 주범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측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다. 그는 김모 변호사 등과 공모, 동방산업의 재산을 강탈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법조계의 대표적 갑질을 행사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이평구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이 주도한 종교계 갑질 사례를 증언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행위는 힘없는 한 목사를 매장시키기로 작정하고 행정적 지위를 남용하여 제 법적 권리행사까지 방해하여 제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가 극단적인 덤핑(저가격 염가판매)을 무기로 이용한 국내 생수(대리점) 업계 갑질 사례를 증언한 김용태 사장의 이야기도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직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갑질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연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직장 안팎, 갑질 추방 문화제
직장 안팎, 갑질 추방 문화제

파견직 노동자인 박은상 씨가 무대에 올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갑질 사례인 폭행, 폭언, 특수협박 등에 관해 증언했다.

박씨는 직장 상사에게 폭행당한 다리의 상처를 보이기 싫어서 한동안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국민주권 행정법률사무소 우지영 대표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2개 조항으로 구성된 6장 2호를 신설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 이를 적극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안전·행복·공정 연대행동회의가 주관한 갑질추방 문화제에는 가수들이 재능기부 차원으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 직전에 가장 먼저 싱어송 라이터 최민 가수가 무대에 올라 자작곡 ’평화열차‘를 부르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문화제 1부는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 이선근 상임대표가 진행했다. 촛불가수로 유명한 송희태 가수가 자작곡 ’소중한 사람들‘을 불렀다.

다음은 손정우 가수가 대구에서 막 올라왔다고 하면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등을 자신만의 창법으로 노래했다.

제2부 사회는 촛불계승연대 공동대표 김선홍 집행위원장이 이끌었다. ‘기차와 소나무’로 유명한 이규석 가수가 우정 출연하여 객석을 가득 메운 참여자들의 흥을 돋구었다.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이하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문화제 행사  인사말에서 ’‘민주주의를 고도로 발전시켜야만 그 때 비로소 갑질이 추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회의원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갑질추방 문화제를 격려했다. 성폭행당한 딸을 싸늘한 주검으로 14년 간 마음에 간직해온 유 씨를 위한 작은 문화제는 어둠이 깊어지면서 환해지는 듯 했다. 절대 갑질로 어둠이 짙어가는 이 사회에 한 줄기 빛이 내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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