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코리아365]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 “힐링은 거듭남이다”
[힐링코리아365]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 “힐링은 거듭남이다”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9.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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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부정적 이미지 쇄신 나선 ‘변화의 아이콘’ 김낙순
‘공익성 확보’와 ‘불법경마 근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경마인구 감소 추세, 해법은 말산업 육성 통한 승마 대중화
1조 가까운 세금 꿀꺽하며 12조 원 넘어선 불법경마시장
사회공익 힐링승마, 레저산업・농촌관광과 연계 방안 추진
‘케이닉스(K-Nicks)’로 토종 경주마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성과
힐링산업은 블루오션, 차제에 국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나쁜 부분 도려내면 또 다른 거듭남의 기회 발견할 수 있어
한국마사회의 대표 브랜드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한국마사회의 대표 브랜드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승마는 말(horse)과 교감하면서 심신을 힐링하는 전신운동입니다. 힐링승마(healing horse riding)라고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스포츠라서, 저는 우리 마사회가 진행 중인 사회공익활동 중에 힐링승마와 재활승마를 맨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힐링, 다른 기관에서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잖습니까.”

중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후 44세가 넘어서야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예술학 박사까지 취득한 ‘공부에 한 맺힌 사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정당 연수부장, 대통령선거 전국 조직위원장 등을 거쳐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국내 최초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동원된 영화를 제작한 영구아트무비의 대표이사를 지낸 ‘변화의 아이콘’, 그는 한국마사회의 36대 수장 김낙순 회장이다.

“심형래씨는 젊을 때부터 음악밴드 같이 하면서 친했습니다. ‘용가리(1999)’는 졸작이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당시에는 국내 최초로 CG를 도입한 혁신이었어요. CG팀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느라 제작비가 한 100억 원쯤 들어갔죠. 그 친구들 나중에 헐리우드 가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트랜스포머(Transformers)’ 같은 대작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그랬어요. 거기 자부심을 느낍니다.(웃음)”

힐링이 필요한 시대, 스트레이트뉴스는 ‘힐링코리아 365’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 세계 생화학 분야 석학 천병수 박사,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김재현 산림청장,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 ‘아침편지’의 고도원 작가, 세로토닌 전도사 이시형 박사 등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치유의 방향에 대해 들어왔다.

이번 회에는 1977년 상경해 양천구에 터를 잡고 영화사 대표로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서, 서울시립대 강단에 선 교육자로서 맡은 분야에서 변화를 일궈냈으며, 지금은 1949년 설립된 공기업 한국마사회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변화의 아이콘’ 김낙순 회장을 심층 취재했다.

김낙순 36대 한국마사회 회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김낙순 36대 한국마사회 회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변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낙순 회장(가운데)과 김 회장이 추진한 한강다리(사진은 원효대교)・남산타워 조명, 국내 최초 CG도입 영화 '용가리(Yonggary)'와 미국 개봉작 '디워(The War)'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변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낙순 회장(가운데)과 김 회장이 추진한 한강다리(사진은 원효대교)・남산타워 조명, 국내 최초 CG도입 영화 '용가리(Yonggary)'와 미국 개봉작 '디워(The War)'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_‘변화’라고 하면 한강다리 조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 조명. 그건 20년쯤 전 이야기다. 서울시 의원 할 땐데, 그때만 해도 한강은 밤만 되면 좀 섬뜩하고 다리는 흉물처럼 보이고 그랬다. 2002년 한일월드컵도 있는데 이래서 어쩌나 싶더라. 파리 가서 세느강과 에펠탑 조명을 보고 결심했다. 돌아와서 엄청 강하게 밀어붙였고, 한강다리 22곳과 남산타워에 조명을 설치할 수 있었다.”

_쉽지 않은 시기에 마사회 수장을 맡았다. 쓰린 것부터 먼저 이야기하자.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매우 높은 S등급을 받았지만, 석달 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D등급을 받았다.

“사실이고, 아픈 부분이다. 2018년 1월 취임 당시만 해도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승마 입시 의혹, 용산 장외발매소 문제 같은 걸로 시끌벅적했다. 당시 우리 마사회의 기관 등급은 C등급이었는데, 이번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서 D등급을 받았다. 기관장인 제가 경고를 받는 건 문제가 아닌데, 열심히 일한 우리 직원들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고 아프다.”

_매출과 이익이 줄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2012년 1,600만 명이던 경마공원 입장인원이 계속 하향세를 그리다가 2017년에는 1,293만 명까지 줄었다. 두 번째로 연간 천억 원 정도 매출을 기록하던 장외매장이 사회통합 차원, 국민적 합의 차원에서 폐쇄된 게 있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페가수스룸’이라는 VIP용 관람 공간을 폐쇄한 것도 있다. 입장료가 비싸서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아나? 고액베팅을 할 수도 있고 위법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판단해 없애버렸다. 또 정부에서 건전경마를 위해 베팅할 때 ‘마이카드’라는 카드를 쓰라는 게 있는데, 그걸 하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그러니까 공익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우리 임직원 모두가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사회통합과 국민적 합의 차원에서 용산 장외발매소를 폐쇄하고 개관한 장학관의 주요 시설(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지하7층/지상18층 중 9개 층 사용)(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가 사회통합과 국민적 합의 차원에서 용산 장외발매소를 폐쇄하고 개관한 장학관의 주요 시설(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지하7층/지상18층 중 9개 층 사용)(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_취임 후 제일 힘들었던 부분을 꼽자면?

“마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제일 힘들었다. 취임하자마자 이미지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이유다. 사실 마사회를 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은 경마에 편중돼 있다. 그런데 경마는 전체 말산업 중에 일부일 뿐이다. 말산업의 방향을 설정해 육성하고 ‘경마는 도박’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국민을 향해, 말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00일 만에 조직을 개편했다. 물론 지금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루아침에 되겠나.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다.”

_국내에서 처음 경마를 시작한 1921년부터 ‘말산업육성법’이 공포된 2011년까지 무려 90년 동안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왔다. 쇄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어디에 중점을 두려 하나?

“사회공헌이다. 그동안 마사회는 지역 민원 해소 같은 데 160억 원 정도를 쓰면서 사회공헌에 수동적이었다. 그래서는 이미지 쇄신은 요원하다. 과감하게 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했던 용산 장외발매소를 농어촌 대학생을 위한 장학센터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그것 외에도 과천 경마공원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했고, 장외발매소를 지역주민들께 개방했다. 농어촌 취약계층 지원사업, 지역사회 복지증진 예산 지원, 소외계층 차량지원, 경마공원 내에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를 여는 사업 같은 것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과감한 사회공헌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부산 서면경마장의 풍경. 1914년 용산 연병장에서 열린 서구식 경마대회 이후, 한국 경마는 1921년 부산진 매축지에서 최초로 개최됐다. 이때 벌써 장외 사설경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자료:부산박물관) ⓒ스트레이트뉴스
일제 강점기 당시 부산 서면경마장의 풍경. 1914년 용산 연병장에서 열린 서구식 경마대회 이후, 한국 경마는 1921년 부산진 매축지에서 최초로 개최됐다. 이때 벌써 장외 사설경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자료:부산박물관) ⓒ스트레이트뉴스

_‘말산업육성법’ 공포 이후 본격적인 말산업이 시작됐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그렇다. 말산업육성법 덕에 사업영역이 단순 경마에서 생활승마, 체육승마 등으로 확대됐다. 지금은 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 기간이다. 과거에는 수익성 위주로 운영해왔지만, 국민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나, 이제는 경마뿐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거듭나기 위해서 말이다. 현재 경마 관련 사업 말고도 승마 대중화를 위한 저변 확대 사업, 사회공익형 승마 확대 사업, 말 개량・육성 사업, 사육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체계 고도화 사업 같은 걸 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말산업의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해 내고 국산 승용마 수요도 좀 촉진시키고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면 자연히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_요즘 청년들, 일자리 때문에 힐링(healing)이 아니라 킬링(killing) 지경에 빠져 있다. 말산업에서 희망을 좀 볼 수 있나?

“일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산업 규모는 대략 3조4,000억 원 정도다. 농업생산액이 48조 원쯤 되니까 7% 수준인데, 말산업 일자리를 보면, 경마 부문이 16,000여 명, 승마 부문이 3,700여 명, 말 생산 분야가 2,000여 명, 연관산업에 2,700여 명, 이렇게 모두 합치면 일자리가 24,400개 정도 된다. 경마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승마 부문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다행히 2009년에 364억 원이었던 승마 부문 규모가 2017년에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에 좀 주춤하긴 하지만.”

_아직은 경마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전반적으로 매출이 얼마나 줄었나?

“많이 줄었다. 2012년 7조8,000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그동안 매년 540억~3,600억 원 정도 빠졌다가 2017년에 제자리를 찾았지만, 작년에 다시 7조5,300억 원으로 떨어졌고, 지금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 경마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입장객도 2012년 1,600만 명 이후 계속 줄어들다가 작년에는 1,268만 명까지 떨어졌다. 6년 동안 무려 330만 명이 빠진 거다. 또 정기승마 인구는 늘었지만, 체험승마 인구가 줄었고, 그래서 승마시설도 소폭 감소했다.”

_경마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경마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경마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또 하나는 불법경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올해 초 12조 원 규모로 커진 불법경마시장을 세금 누수와 범죄자금 세탁 등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진은 사법기관,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제4차 불법경마 대책협의회를 개최하는 모습(2019.06.28)(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올해 초 12조 원 규모로 커진 불법경마시장을 세금 누수와 범죄자금 세탁 등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진은 사법기관,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제4차 불법경마 대책협의회를 개최하는 모습(2019.06.28)(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 탁성현 처장이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아시아경마연맹 불법도박 근절 TF에서 한국의 불법경마 단속사례와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2019.04.11)(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 탁성현 처장이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아시아경마연맹 불법도박 근절 TF에서 한국의 불법경마 단속사례와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2019.04.11)(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_불법경마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정말 문제다. 요즘은 불법도박도 국제화, 대규모화 되고 있어서 국가가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아시아경마연맹이 발간한 ‘아시아 불법도박 현황 백서(Illegal Betting in an Asian Context)’라는 게 있다. 거기 보면 우리나라 불법도박시장은 연평균 3.7~6.8% 성장하고 있다. 합법시장의 2배 규모다. 합법시장이 그만큼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불법경마시장의 규모는 벌써 12조 원을 넘어섰다. 불법도박시장이 거둔 이익은 2016년 한해에만 1조7,000억 원이었고, 사라진 세금은 9,200억 원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 아닌가.”

_대책은 있나?

“백서가 제시한 대책은 두 가지다. 인터넷, 모바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서 상품서비스를 다양화하고 환급률을 조정하든지 해서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거다. 우리 마사회도 현장기획 단속전담반을 2개반에서 4개반으로 늘리고, 스마트 CCTV와 디지털 포렌식 정보분석기를 도입하고 그러면서 분주하다. 불법경마 대응이 쉽지 않지만, 정부정책 지키고 건전화 강조하면서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아시아 불법도박시장 및 국내 불법경마시장의 규모,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는 김낙순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아시아 불법도박시장 및 국내 불법경마시장의 규모,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는 김낙순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_미주나 유럽의 말산업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을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은 어떤가?

“일본도 상당하다. 말산업 규모만 해도 우리가 3조4,000억 원인데 일본은 28조 원에 이른다. 8배가 넘는다. 정기승마 인구도 우리는 49,000여 명, 일본은 71,000여 명이다. 이걸 2022년까지 7만 명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승마 대중화에 성공해서 승마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으면 승용마 생산이 늘고, 그게 말 생산농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관련 인프라도 늘고, 사료산업이나 장신구 같은 관련 산업 종사자도 증가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차산업 영역뿐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도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_다른 산업이라면?

“레저관광산업과 힐링산업이다. 마사회 제주목장은 제주도 5대 관광지다. 수십만 평 초지에 풀어놓은 말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거기에 여러 가지 말 콘텐츠를 개발해서 농촌관광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한국형 레저승마산업 육성, 이게 최종 목적지다. 또 한 가지, 재활승마를 기반으로 한 치유형 승마, 힐링승마 보급도 있다. 이걸 ‘사회공익 힐링승마’라고 부른다. 이런 노력들이 다른 산업과의 연계고리가 될 것이다.”

_힐링승마가 왜 필요한지 국민께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서, 지지난해에 동료들 사고를 접한 후에 고통 받던 우리 소방관이 열다섯 분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또 전체 소방관 중에 40%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신다. 국민 안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안전은 살피지 못하는 형국 아닌가. 올해 4월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20일 만에 40만 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을 정도다. 소방관들의 건강과 행복감은 정말 중요하다. 이걸 어떻게 손 놓고 있겠나.”

한국마사회의 재활힐링승마 홍보대사인 배우 김재경이 과천시 재활힐링승마센터에서 진행된 장애아동 승마강습 도중 기승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이드워커(Side Walker)’로 활동하고 있다.(2019.07.13)(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의 재활힐링승마 홍보대사인 배우 김재경이 과천시 재활힐링승마센터에서 진행된 장애아동 승마강습 도중 기승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이드워커(Side Walker)’로 활동하고 있다.(2019.07.13)(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한 보호관찰 청소년 힐링승마 시범사업 현장(2019.02.)(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한 보호관찰 청소년 힐링승마 시범사업 현장(2019.02.)(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_해외에서는 말을 힐링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동물을 손으로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이건 학술적으로 증명된 얘기다. 미국은 참전 장병들을 의무적으로 힐링승마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캐나다는 말과 함께 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연구들을 보면, 승마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힐링승마는 말과의 교감을 통해서 사람을 힐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거, 마사회만 할 수 있고,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_힐링승마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축했나?

“우리가 재활승마만 하고 힐링승마를 해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작년 7월에 미국 힐링승마학회에 교관 파견을 요청했다. 그때 전국의 재활승마 강사님들을 모시고 20일 동안 집체교육을 했다. 올해는 좀 더 심화시키기 위해서 독일과 영국에서 교관들을 모셔다가 교육을 실시했고... 그렇게 점점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_구체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힐링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하나?

“작년 8월부터 소방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 받는 소방공무원 1,00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문교관들이 스트레스 정도를 기준으로 개인에게 맞는 ‘EAL(Equine Assisted Learning)’이라는 말 매개학습을 지도한다. 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전염병 현장에서 살처분을 담당하는 방역 공무원들, 그분들도 대상이다. 그분들 중에 7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고, 그중에 25%는 중증 우울증을 겪고 계신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올봄에 51명을 선정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밖에 육군 참모총장님과 양해각서를 체결해서 육군 장병들도 하고 있고, 일선학교 선생님들도 참여하고 계신다.”

_효과는 어떤가?

“스트레스 경감 효과가 탁월하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에 용역을 줬는데, 37%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특히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경우, 힐링승마가 자기통제와 사회성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힐링승마 대상자는 경찰직, 교정직, 해외참전용사, 해외 장기체류 군인까지 포함해서 4,000명 선이 될 것이다.”

야간경마에서 순위를 다투는 경주마들(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야간경마에서 순위를 다투는 경주마들(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_마사회 사업 중에 전통적인 경마 부문도 빼놓을 수 없다. 임기 내에 국내 경마 수준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는데.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국제경마시장에서 가장 높은 그룹은 G1이다. 우리나라는 그 아래 G2 그룹에 속해 있다. G1 그룹에 들어가려면 경주마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수입하는 씨종마 가격대가 40~50억 원이다. 너무 비싸다. 어린 말을 싼 가격에 산 후에 키워서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좋은 말을 고르는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그게 우리가 2015년에 개발한 '케이닉스(K-Nicks)'라는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 자마를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면 우리 경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_돈만 들이고 실패해 슬그머니 꼬랑지 내리는 사업이 비일비재하다. 케이닉스 프로그램은 성공 가능성이 보이나?

“이 프로그램으로 발굴한 경주마 두 마리의 활약상을 소개하겠다. ‘닉스고(Knicks go)’라는 말과 ‘케이초이스(K-Choice)’라는 말이다. 닉스고는 7,500만 원에 사왔는데, 미국에서 열리는 ‘브리더스컵(Breeders' Cup)’이라는 세계적인 경마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몸값이 껑충 뛰었다. 또 케이초이스는 올해 5월 미국 ‘얼라우언스 경주(Allowance Optional Claiming)’ 1,200m 부문에서 아예 우승을 거머쥐었다. 둘 다 경마계의 김연아와 류현진이고, 4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한국 토종 경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나?”

한국마사회의 해외종축사업인 ‘케이닉스(K-Nicks)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닉스고(Knicks go)’(오른쪽)가 세계적인 경마대회인 미국 ‘브리더스컵(Breeders' Cup)’에서 달리고 있다. 닉스고는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산 경주마의 우수성을 알렸다.(2018.11.)(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국마사회의 해외종축사업인 ‘케이닉스(K-Nicks)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닉스고(Knicks go)’(오른쪽)가 세계적인 경마대회인 미국 ‘브리더스컵(Breeders' Cup)’에서 달리고 있다. 닉스고는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산 경주마의 우수성을 알렸다.(2018.11.)(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_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힐링은 시대정신이자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그 정의를 받아서 힐링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정의하자면?

“적극 공감한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적으로도 힐링의 가치가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저마다 잘 준비된 힐링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선보인다면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우리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한결 나아질 수 있다. 그 모든 걸 개인이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힐링산업이라는 신사업 영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우리 마사회의 힐링승마만 봐도 농촌관광과 레저관광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블루오션이 확실하다. 힐링산업을 키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차제에 국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_현대인이라면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활동 폭이 넓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힐링 활동이 있다면?

“당연히 승마다. 제가 척추 협착증으로 몇 년을 고생했다. 의사들과 지인들 절반이 수술을 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망설이다가 승마를 택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그 다음에는 세 번 그렇게...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혼자 분석을 좀 해봤는데, 말을 타는 자세가 바로 ‘기마자세’ 아닌가, 좀 빨리 뛰는 ‘경속보’로 30분쯤 말과 함께 달리면서 제 체중 65kg으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걸 상상해 봐라. 30분 내내 스쿼트를 하는 셈이다(웃음). 척추 근육이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승마는 정말이지 국민 여러분께 ‘강추’하고 싶은 힐링 스포츠다.”

_힐링의 가치와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사회 회장으로서 우리 국민께 한 말씀 부탁한다.

“저에게 힐링은 거듭남이다. 힐링승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저는 오늘을 성실하게 살면 미래도 성실하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경제가 팍팍해지지만, 나쁜 부분을 과감히 또 성실히 도려낸다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마사회도 오랫동안 단순 경마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말산업 분야 촉진정책과 사회공헌이라는 매개를 통해 국민께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일은 말과의 교감을 통한 사회적 힐링, 거듭남이다. 오늘이 가면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과 질타 보내 주시기 바란다.”

애마 ‘클리오(Clio)’와 마장으로 나가기 전 포즈를 취한 김낙순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애마 ‘클리오(Clio)’와 마장으로 나가기 전 포즈를 취한 김낙순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김낙순 회장 취임 이후 선정된 한국마사회 대표 슬로건(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김낙순 회장 취임 이후 선정된 한국마사회 대표 슬로건(자료:한국마사회) ⓒ스트레이트뉴스

한강다리와 남산타워에 조명을 설치하고, 국내 최초로 컴퓨터그래픽(CG)이 적용된 영화를 제작했던 ‘변화의 아이콘’ 김낙순 회장이 이번에는 각종 말산업 육성정책과 힐링승마, 케이닉스(K-Nicks) 프로그램으로 한국마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영구아트무비가 제작했던 영화 ‘용가리’와 ‘디워’는 평단의 혹평을 받았지만, 당시 거금을 써서 정규직으로 채용했던 CG 기술자들은 지금 세계 최대 영화판인 헐리우드에서 CG 전문가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이 심형래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판에 몰고 온 변화다.

김 회장이 당장 잡아야 할 토끼는 많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제쳐야 한다. '한국마사회(KRA)'라는 이름의 토종 경주마에 올라탄 김낙순 기수, 그는 경주를 하지 않는 퇴역 경주마로 전락할까, 아니면 승마 대중화와 사회공익사업 강화를 통해 마사회를 향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내고 불법경마를 대폭 줄이면서 K-뷰티와 K-pop에 이은 ‘K-경마 붐’이라는 종착지, 우리 경주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골인지점에 무사히 1착할 수 있을까.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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