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청춘이 있다.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도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던 이 젊은이는 번듯한 공기업의 정규직 입사가 꿈이었다. 그러나 25살 생일을 며칠 남기고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고장난 손전등과 컵라면이 나왔다.  몇 년 전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한 19살 김군의 유류품에도 컵라면이 나왔다.  

여기 다른 청춘이 있다. 일류대 교수 출신의 잘 생긴 고위공직자를 아버지로 둔 이 금수저 집안의 딸은 입시부정과 특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그의 아버지의 장관행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야당의 정치인들 또한 자녀의 입시부정과 군 면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하다. 또 다른 야당 중진은 자녀의 채용비리로 정치인생이 벼랑에 매달린 상황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짊어진 법무부장관 후보 '조국'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구는 해명으로 받아들여 지지를 유지하지만 다른 누구는 변명 혹은 거짓말로 풀이하며 비난의 공세를 그치지 않는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꽃다운 청춘의 죽음 앞에서 고관대작들의 자녀가 받는 '축복'을 보는 그 박탈감을 어찌할 것인가. 진보냐 보수냐는 진영논리마저 무색한 저 높은 '스카이캐슬'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세인가. 걷어차인 사다리 옆에는 쓸쓸한 청춘들의 컵라면만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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