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없이 ‘맹탕, 헛심’으로 끝난 조국 청문회
청문회, ‘조 후보자 부인 기소’와 ‘피의사실 유출’ 쟁점 남겨
정경심 교수 혐의 입증 실패 시 문 정부 검찰개혁 가속화
포렌식 자료 유출, 검찰 아니라면 장영표 단국대 교수 자료
조 후보자 딸 생기부 유출, 제3의 인물 조회사실 확인
윤석열 검찰에 다가서는 ‘검찰개혁’이라는 또 다른 태풍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 수여식 직전 차담회에서 자리를 안내하는 조국 민정수석(2019.07.25)(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 수여식 직전 차담회에서 자리를 안내하는 조국 민정수석(2019.07.25)(자료:청와대) ⓒ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6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동안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검찰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후보자 부인) 기소’와 ‘피의사실 유출’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남기고 종료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향후 행보 및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시작됐다.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논란과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7일, 검찰은 서울대와 부산대 등 30여 군데에 대해 이례적인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달 3일에는 정경심 교수의 근무지인 동양대와 서울대 의대를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압수수색이 연이어 집행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검찰의 무리한 강제수사를 성토한 바 있다.

검찰, ‘압수수색’ 이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전격 ‘기소’

검찰의 ‘이례적인’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기소로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6일, 검찰은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청문회 진행 중에 이뤄진 무리한 기소는 입법부의 국무위원 인사검증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박탈한 비인권적 수사이며,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이번 기소는 고발인 조사나 피고발인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그 배경에 ‘공소시효’가 있다. 검찰이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을 2012년 9월 7일로 특정했고, 사문서 위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라서, 공소장 제출 기한이 6일 자정이었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공소시효를 넘길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상황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자료:SBS화면갈무리)
(자료:SBS화면갈무리)

이를 두고 검찰이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검찰이 정 교수의 혐의 입증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문서 위조죄가 충족되려면 위조 행위와 함께 위조된 문서의 행사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정 교수가 위조를 주도하거나 가담했다는 증거뿐 아니라, 딸의 입시에 사용할 목적이었음이 입증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대 표창장을 활용한 정황과 관련,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때뿐이다. 서울대 의전원과 환경대학원 입시에 활용된 정황은 없다. 정 교수의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피의사실 공표 또는 유출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PPT 화면을 띄웠다. 조 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학논문(책임저자 장영표 교수)의 초고 파일이었다. 화면에는 만든 사람과 저장한 사람이 조국이고, 회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조 후보자가 제기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하자, 김 의원은 조 후보자를 향해 “이 화면은, 이것은 포렌식으로 나온 것이에요”라며 한층 강압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포렌식 자료는 수사기관이 복원해 낸 디지털 증거자료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포렌식’ 자료를 언급하며 질의하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스트레이트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포렌식’ 자료를 언급하며 질의하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스트레이트뉴스

여당 의원들은 즉각 “검찰에서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한국당 의원들 질의에 활용되고 있다. 검찰이 포렌식 자료를 유출한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본인과 검찰 외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활기록부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급기야 오늘은 포렌식 자료가 청문회장에 나왔다. 포렌식 자료는 검찰 말고 누가 가지고 있느냐”며 검찰을 겨냥했다.

검찰은 “한 언론사가 관련 대학과 단체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것일 뿐, 검찰이 압수한 포렌식 자료가 유출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이 말하는 언론사는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6일 오전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보낸 논문 초고 파일의 속성 정보를 보면, 문건 작성자와 수정자로 조 후보자의 이름이 두 차례 등장한다”는 기사를 낸 바 있다. 결국 자료의 출처가 검찰이 아니라면 장영표 교수가 대한병리학회나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 딸의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유출

김진태 의원의 ‘포렌식 자료’ 이전에는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영어 과목 성적이 유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교육청은 조 후보자 딸의 학교생활기록부 발급 건에 대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의 접속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본인 요청과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공식 발급된 두 건 외에 한영외고 교직원에 의한 추가 조회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3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영어 과목 성적을 공개한 기자회견과도 연결된다. 당시 주광덕 의원의 성적 공개는 ‘유출 논란’에 휩싸였고, 조 후보자의 딸은 고교 성적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성적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 달라며 양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한영외고 교직원에 의한 학생생활기록부 조회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보고 내주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검찰의 조국 후보자 부인 기소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검찰의 조국 후보자 부인 기소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스모킹건 없는 ‘맹탕 청문회’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으로 정한 날짜는 6일이다. 이미 지났다. 오늘 당장 임명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현재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태풍과 후보자 부인이 기소된 상황이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문재인 대통령이 좌고우면할 정도는 아니다.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할퀴고 간 후, 신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검찰,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던 윤석열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이라는 또 다른 폭풍이 다가서고 있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