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 113만 여 건은 언론의 무더기 융단폭격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 개혁 항명, 조국 임명이 정공법
‘셀프개혁’ 기대한 청와대와 조국, 호되게 당하며 더 독해졌기를
조직에 대한 우선적 충성은 우리 사회에 위험 초래할 수 있어
검찰, 기형적 권력구조의 산실인 독약주머니 뱉어내고 거듭나야


[스트레이트뉴스=이태봉 칼럼니스트] 조국은 버텼고, 검찰은 실패했다. 검찰이 대통령을 옥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임명 외에 길이 없다.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로 사퇴를 압박하다 임명이 강제돼 버려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으로 모이고 있다.

청와대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8월 9일부터 청문회가 개최된 9월 6일까지 쏟아진 보도는 1,130,334건, 청문회 당일만 30여만 건이다. 사실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무더기 융단폭격이었다.

이례적으로 고발인 조사도 없이 벌어진 30여 군데 압수수색과 피고발인 소환도 없는 기소, 청문회를 지켜본 상당수 국민은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그런 사실을 미리 알고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피의사실 공표’를 의심하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 전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59. 사법연수원 23기)(2019.07.2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남긴 SNS 문자 ⓒ스트레이트뉴스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 전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59. 사법연수원 23기)(2019.07.2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남긴 SNS 문자 ⓒ스트레이트뉴스

‘셀프개혁’ 기대한 청와대와 조국의 자업자득

이번 사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생시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업자득이다. 손에 피를 묻히는 칼잡이는 내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약점이 있어서 한 번 써먹을 사람이나 프로페셔널한 사람을 쓴다는 말이다. 구조조정에 직면한 기업이 제손에 피를 묻히는 대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맡기는 것이 좋은 사례다.

청와대와 조국 전 민정수석은 내 편도 아닌 사람을 두고 ‘나 홀로’ 내편이라고 간주하면서 ‘셀프개혁’을 기대한 꼴이다. 참으로 어리석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후보자가 호되게 당하면서 독해졌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전히 ‘윤석열 행복회로’를 돌려가며 희망소설을 쓰는 이들이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총장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들으면 될 일이다.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는 윤석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2013.10.21)(자료:한겨레)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는 윤석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2013.10.21)(자료:한겨레)

조직에 대한 우선적 충성, 사회에 위험할 수 있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 총장이 충성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국민일까? 해답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바로 앞에 있고, 그 말은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는 말이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그동안 언론에서는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는 앞말이 생략된 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뒷말만 강조됐다. “조직을 사랑한다”는 말은 핵심이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부연설명에 불과하다.

당시 상황에 비추어, 이 두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떠나는 윗선을 따라 검찰조직을 떠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권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좌천돼 지방을 전전하는 인사수모를 당했다. 그 정도면 통상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조직이 중심인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이 그간 보인 행보를 보면, 자신보다 조직이 우선이다. 철저히 조직 중심이다.

법규나 사회 상규, 또는 윤리에 앞서 조직에 충성하는 조폭 집단에서 보듯, 조직에 대한 우선적 충성은 사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위험도로 따지자면, 사람에 대한 충성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것이다.

통상 처방 아닌 독약처방은 ‘윤석열의 역설’

윤석열 검사의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임명은 전무후무한 파격 인사였다. 그러나 선배 기수들이 관례대로 사직했고 그 수가 다른 경우보다 많았을 뿐, 검찰이 대외적으로 공식 제기한 반발은 없었다. 중앙지검장에 임명될 때도 그랬고,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도 그랬다.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 계층이 조직의 이익을 지켜내기에 윤 총장이 최고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우려대로 윤 총장 임명은 ‘득’ 아닌 ‘독’이었다.

물론 독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뱀독이 해독제로 쓰이듯, 때로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검찰 적폐는 대한민국이 여태 안고 온 뿌리 깊은 병이자, 적폐 중 적폐다. 문무일 전 총장과 같은 ‘통상적 처방’으로는 애초부터 치유가 불가능했다. 해답은 독약처방뿐이다. 이것이 바로 강골 윤석열의 역설이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검찰, 독약주머니 뱉어내고 국민검찰 거듭나야

검찰의 이번 정치쿠데타는 검찰개혁의 발화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이라는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를 독약처방으로 쓸 생각이었다면,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문 대통령의 시간이 임박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든 안 되든,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개혁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불문하고, 모든 공은 조국이라는 사람에게, 모든 과는 윤석열이라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생긴 형국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임명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자신이 임명한 일개 행정부 산하 조직에 불과한 검찰에 굴종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이 선택할 길은 하나뿐이고, 그 길은 지금까지 품어 온 독약주머니를 스스로 뱉어낸 후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다. 독약주머니를 어떻게 뱉어낼지는 검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함께 기형적 권력구조에 신음해 온 대한민국에 ‘실질적 민주’의 태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bigblue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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