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하도급 업체에 대해 다양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상당부분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8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순으로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이들 조선 3사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가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의 거래 내역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기성금 미지급 등 위법 행위 등을 확인했다. 앞서 추 의원과 조선 하도급업체들은 피해 보고회 등을 열며 조선 3사의 구조적인 하도급 갑질을 고발해왔다.

조선 3사의 가장 문제가 된 갑질은 기성금 미지급으로,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을 주지 않은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작업을 하게 하고 계약서는 나중에 작성하는 선공사-후계약 구조 때문에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도급 업체들은 계약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갔다가 설계가 수시로 바뀌면서 공사 내용이 변경돼도 대금을 조정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조선 3사는 하도급 업체에 인력투입을 요구하면서 허위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선 3사가 일감을 따내려고 저가 수주에 나서면서 그에 따른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해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윤범석 전국조선해양플랜트하도급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조선3사가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수많은 업체가 도산했고 3만명 가까운 인력의 임금이 체불됐다"며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갑질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는 매각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조직적인 증거 인멸 시도도 발각됐다. 현대중공업은 전용 프로그램으로 회사 PC 등에 저장된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 조사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다음달 이들 조선 3사에 대한 전원회의를 열어 과징금 등 징계 내용을 심의할 예정이다. 사건이 방대하고 3사마다 내용이 각기 달라 병합 처리하지 않고 따로 전원회의를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 의원과 조선해양플랜트하도급대책위는 국회 정론관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조선 3사 하도급 피해 업체에 대한 신속한 피해 구제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추 의원은 "전임 공정위원장인 김상조 정책실장이 조선 3사의 하도급 불공정 행위에 대해 올해 6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제재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제재를 위한 심의절차는 감감무소식"이라며 "공정위는 피해업체들이 제기한 각종 민사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요청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고,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범석 위원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세계 각국의 경쟁당국에 한국 조선산업의 불법 하도급 실태를 확인하는 공정위 결정문과 의결서, 의견서 등을 번역해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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