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여긴 최고 저긴 최악
자율주행차 시대, 여긴 최고 저긴 최악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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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의 다음 요소로 주목받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공지능 심화 기술, 빅데이터 경제, 5세대(5G) 통신 서비스 등이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늘어선 것 같지만, 실은 이들을 하나로 수렴하는 융합체가 다름 아닌 ‘자율주행차’이다. 

CES를 비롯해 최근의 주요 글로벌 기업 행사에는 과거에는 서로 관련이 없던 업체나 의외의 인물이 시너지효과를 내는 일이 흔해졌다. 이종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인 것이다. 

자율주행차 역시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정보통신(ICT), 가전 업계에서도 기술 개발을 서두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 산업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히 파괴적이라 일컬어지는 만큼 새로운 미래 기회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14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일컬어지는 디트로이트에서 한 발의 신호탄이 울려 퍼졌다. 바로 구글이 내놓은 최신 무인자동차에서 발사된 것이다. 이 자동차에는 운전대도, 브레이크도 없었다. 

언제나 혁신의 맨 앞에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구글은 이로써 향후 10년 안에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하면서 기존의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도시의 형태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이동 수단이 변하는 정도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디서 살아가고, 어떻게 일하며 즐길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주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놓고 여러 예측이 존재하지만, 중론은 2020~2021년에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자동차들이 실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2030~2035년,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들로 도로가 메워지고 도시의 모습이 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차는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여러 신기술 중 시장을 완전히 뒤엎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며, 나아가 우리 세대가 살아생전에 상용화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 JD파워스에 따르면, Y세대는 운전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즉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죽어버린 시간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매우 중요한 단서인데, 경제의 가장 큰 주체와 소비자로 부상하는 30세 미만의 젊은이들, 즉 Y세대의 특성이야말로 미래 경제의 변화를 점쳐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준비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그 기술을 받아들일 사회적 준비가 덜 돼 있을 뿐이다. 이 흐름이 어떤 기회와 위협을 가져올 것인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 이슈들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무엇보다 안전성이 크게 강화돼 매년 자동차 사고로 인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도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교통체증과 환경오염도 줄인다. 운전 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분노가 감소하고, 업무나 미디어콘텐츠 혹은 여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한다. 

노년층과 장애인들의 이동성이 향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 직업활동, 여가시간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편리함은 양날의 검과 같다. 모든 혁신적인 기술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택시와 트럭 운전사, 그리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로 교통 위반으로 발생하는 세수가 감소하며,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 또 민감한 법률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자동차 기업이 딥러닝에 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부 전체를 실리콘밸리로 이주시켰다. 딥러닝은 구글, 바이두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그동안 감히 넘보지 못했던 자동차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게 해준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을 선두로 한 IT업체와 기존 자동차 회사의 경쟁에서의 승자는 아직 누가 될지 모른다. 다만 단계적인 접근은 기존 자동차기업에 유리하며, 급진적인 변화는 IT회사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개인용 컴퓨터 초창기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투(MS)는 표준화된 하드웨어 플랫폼에 운영체제를 판매하는 전략이었고, 애플은 자신만의 하드웨어와 함께 특화된 운영체제를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자율주행차의 운영체제와 자동차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MS 방식과 애플의 방식이 서로 경쟁할 전망이다.

과거 <포브스>는 앞으로 자동차 보험산업이 B2C에서 B2B 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동차가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점점 바뀌는 시대, 그리고 인간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에 사고의 책임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 회사나 프로그램을 설계한 IT 회사의 책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보험 산업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상품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유통 산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오늘날 대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주요한 경쟁력, 즉 규모의 경제를 사라지게 할 전망이다. 상품을 시장으로 운송하는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소기업과 새로운 유기농 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이동 시 시선과 행동의 자유를 얻은 사람들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게 기업들의 마케팅 과제다. 

많은 도시들이 교통흐름에 기반해서 설계되는데, 미래에는 도시들을 환경에 기반해서 설계하게 될 것이며, 이동의 편리함과 속도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꼭 도시에서 살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인간 운전자를 위해서만 필요했던 무겁고 충격에 강한 차체에는 디자인의 일대 혁신이 일며, 사람들의 여가생활 플랜과 차량 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둔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제도적·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를 해킹할 수 있는 악의적인 기술로 자율주행차가 사람들의 안전을 돕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 중 하나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여 년 전 자동차가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했을 때 우리는 일상과 산업에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경험했다. 소위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우리 삶을 또 한 번 크게 바꿔놓았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는 것은 이 모든 변화를 뛰어넘는 큰 혁명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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