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론 불신 사회의 종착점
[기고] 언론 불신 사회의 종착점
  • 이태봉 사무처장(언론소비자주권행동) (bigblue21@daum.net)
  • 승인 2019.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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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탄생의 배경은 ‘권력의 필요’ 또는 ‘시장의 필요’
권력이 만든 언론, 권력 비호 떠나면 불필요한 존재 전락
시장의 필요가 만든 언론, 정보의 불확실성 파고든 결과
편리하면 쓰고 불편하면 버리는 시장의 법칙 두려워해야

[스트레이트뉴스=이태봉 칼럼니스트] 언론이 탄생한 배경에는 권력 또는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권력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언론은 권력의 비호가 사라지면 정체성을 잃고, 시장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언론은 시장만 좇다가 시장으로부터 멀어진다. 2019년, 우리 언론은 더 이상 편리하지 않다.

시장의 필요 및 다른 이유와 목적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인류는 ‘편리성’에 매달려왔다.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 과학기술이 낳은 첨단 기술과 제품들이 우리가 누리는 편리성의 결과물이다. 이른바 과학기술혁명(Scientific Technical Revolution)이다.

사회 체제와 경제 시스템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한때 비록 편리했을지라도 발전이 멈췄거나 발전 속도가 급변하는 시장의 속도에 뒤처진 기술 및 제품들, 그리고 구성원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실패한 사회 체제와 경제시스템은 시장에서 여지없이 퇴출됐다.

입력 정보에 반응해 학습하는 뉴런 네트워크 내 신경망 노드 일러스트레이션. 신경망은 인공지능(AI) 발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자료:sciencemag.org by Kiyoshi Takahase) ⓒ스트레이트뉴스
입력 정보에 반응해 학습하는 뉴런 네트워크 내 신경망 노드 일러스트레이션. 신경망은 인공지능(AI) 발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자료:sciencemag.org by Kiyoshi Takahase) ⓒ스트레이트뉴스

편리성을 자랑하던 기술이나 제품, 또는 시스템에 어느 순간 불편함이 가중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불편함보다 편리함이 더 크면 고쳐 쓰려 한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대체재가 없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불편함에 민감한 시장은 다른 편한 길을 찾아낸다.

불편함이 지속적으로 커짐에도 불구하고 개선 노력이 없다면, 시장이 참을 이유는 없다. 대체재가 있다면 더 그렇다. 만약 그런 기술이나 제품,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 배경에 ‘시장의 필요’가 아닌 다른 이유와 목적이 있다. 결국 인위적인 모든 것은 시장의 필요 또는 시장 외의 이유와 목적에서 생겨난다.

언론 탄생 배경 : 권력과 시장의 필요

언론의 탄생 배경도 다르지 않다. 첫 번째 탄생 배경은 ‘권력의 필요’다. 잠깐 우리 언론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일제강점기 초기 한반도 통치 전략은 무단통치였지만, 1919년 3・1혁명 이후 문화통치로 바뀌었고, 그때 창간이 허가된 신문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중앙일보와 문화일보는 삼성과 현대라는 ‘자본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한겨레는 1970년대 해직기자들을 중심으로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민중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다.

권력에 의한 언론 탄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권력에 의한 언론 탄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권력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 언론이 우선적으로 충성하는 대상은 시장의 편리성이 아니라 권력의 요구다. 이런 언론은 권력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꺼이 불특정다수의 불편함을 생산해 낸다. 때로는 불편함의 ‘자발적 생산자’를 자임하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권력의 비호를 받는 시절이 지나가면 불편함을 참아내던 이용자들의 불만에 시달리다 못해 충성을 바칠 또 다른 권력을 찾아 헤매며 정체성을 잃어간다.

언론 탄생의 두 번째 배경은 ‘시장의 필요’다.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생활 권역과 인지 범위, 영향 권역이 넓어졌고, 변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졌으며, 사회는 더더욱 복잡다단해졌다. 그에 따라 개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많아졌지만, 스스로 정보를 발견하고 취합해 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불편함을 못 참는 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까지 버는 편리한 길을 찾아냈다. 그 길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정보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직종, 바로 언론이다.

길 잃고 불편함 만들어내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

이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전통 미디어는 여전히 편리한가?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검증된 정보, 전문적인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가?

전통 미디어는 ①인지, ②취재 & 검증, ③기사 작성, ④편집 ⑤보도 프로세스에 따라 기사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는 이제 더 이상 빠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다. 과학기술이 세계를 하나로 묶어 실시간 소통 공간으로 만들면서 변화의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서다. 선두주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SNS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의견과 정보를 매우 세밀하게, 실시간으로, 또한 세계적으로 소통한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SNS 시대에, 속보 경쟁에 내몰린 언론사들의 현주소는 비참하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SNS와 경쟁하려다 보니, 미디어의 프로세스 중 정작 중요한 취재 과정에 할애할 시간은 없다. 보도자료 받아쓰기와 복붙기사(복사해서 붙이는 기사), 검증 없는 가짜뉴스, 자극적・선정적인 유인기사, 광고 수주용 껍데기 기사가 난무한다. 미디어인지 기사 제조공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일부 미디어는 에디톨로지(Editology)를 발휘, 이용자의 관심사와 취향, 그리고 트렌드에 맞는 뉴스를 재배치하는 일명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빠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고, 검증조차 되지 않은 기사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2019년 한국 언론의 민낯이다.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권력의 요구로부터 탄생한 언론들은 갈 길을 잃어가고 있다. 시장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언론들은 거꾸로 불편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보다 더 불편할 수 없다. ‘참을 수 없는 언론의 불편함’이다.

불편함이 있는 곳에 편리성에 대한 요구가 있고, 요구는 곧 돈이다. 시장의 법칙은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꾸면서 돈을 번다. 냉정한 시장의 법칙이 참을 수 없는 한국 언론의 불편함을 노려보고 있다. 반성의 념(念)으로 돌아보고 재정립하지 않는 언론이 맞닥뜨릴 것은, 이용자들이 떠난 마당에 찬바람 불어대는 혹독한 겨울뿐이다.
bigblue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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