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단골로 나오는 역사문제가 있으니 '조선시대 3대 권력기관'이다. 정답은 '사헌부(司憲府), 사간원(司諫院), 홍문관(弘文館)'이다. 이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사대부가 오줌을 지리고 임금도 대략난감 하는 정도이었다 한다. 셋을 합쳐 언론삼사(言論三司)라 부르지만 요즘 기관으로 거칠게 비유하자면 사헌부는 검찰(감사원), 사간원은 언론(민의), 홍문관은 지식인(홍보,교육)층 쯤이 될 터인데 지배구조와 이름만 변했지 그 권력은 여전하다.

검사는 한자로 劍事라 쓴다. 판사(判事)와 마찬가지로 '본연의 일(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선비 사(士)를 쓰는 변호사(辯護士)와는 역할이 분명 다르다. 하물며 스승 사(師)를 쓰는 교사(敎師)나 의사(醫師)처럼 존경을 기대하는 자리도 아니다. 사사로운 생각(思)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흐트러짐 없고 틀림없어야 하는 직업이 검사다.

'조국 정국' 속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해 보인다. 인정사정 없고 무소불위(無所不爲)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가족의 신상까지 탈탈 털어대며 걸릴 때 까지 걸겠다는, 참으로 독하고 매서운 칼부림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현세의 '사헌부'라 할 만 하다. 윤석열호의 거대한 칼부림 앞에 있는 조국 장관이 왜소해 보일 지경이다. 국민의 열망으로 빚고 담금질한 조그만 촛불을 들고 '사헌부'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 년을 누려온 검찰권력에 대항해야 한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하겠다'는 윤석열 총장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윤석열호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여기서 말하는 '조직'이 '무한권력 검찰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조국에 대한 수사만큼 모든 권력의 적폐 수사도 그렇게 단호해야 한다. 검찰 스스로를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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