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에 참전한 맹구가 부상을 당해 가운뎃손가락을 잃고 돌아왔다. 상심이 클 법도 하지만 맹구에게는 전쟁 트라우마 대신 철학적 질문이 찾아왔다. '이제 진짜 가운뎃손가락은 무엇인가?'  

고민하던 맹구는 칸트를 찾아갔다. 관념론자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라지고 없다고 해도 원래 있던 그 자리가 가운뎃손가락이다."

이해가 안 간 맹구가 이번에는 유물론자 마르크스를 찾아갔다. "남은 네번째 약지가 이제 가운뎃손가락이다."

맹구는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결국 현존 최고의 현자로 칭송받는 불암도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불암도사의 대답은 다소 엉뚱하다. "무릇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가 가운데를 차지할 자격이 있거늘, 가운뎃손가락은 엄지다."

엄지가 가운뎃손가락이라니, 이게 이게 웬 개뼉따구 같은 소리란 말인가. 의아해 하는 맹구를 본 불암도사는 "파~"하고 웃더니 '엄지 척'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짜슥아, 너는 그 흔한 페XX북도 안 하냐?"

골프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갤러리에게 '가운뎃손가락' 욕을 했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선수는 우승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사과하느라 바빴다. 극우 사이트 '일베' 유저들은 이른바 '인증샷'에 특유의 손가락 사인을 등장시킨다. 우리나라에서 긍정의 의미로 쓰이는 '오케이' 손동작은 일부 서방국에서는 극렬 백인우월단체의 '인종혐오'로,  남미국가에서는 '여성 희롱'의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각 나라의 문화와 환경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손가락 함부로 놀리다가 봉변 당할 일은 없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지 척'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좋아요' '공감' '최고' 등의 긍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편이다. 우리는 오래전 오렌지쥬스 광고에서 유행을 탔던 '따봉'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기억한다. '엄지 척'이든 '따봉'이든 이 손가락 사인이 주는 피드백에 매료된 다수의 유저들은 오늘도 열심히 SNS와 유튜브에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있다.

한편, 엄지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면 '부정'이나 '응징'의 의미로 쓰인다. 엄지의 위·아래에 따라 누군가의 운명이 갈린다. 로마제국 시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노예의 생사를 결정했던 바로 그 신호다. 혼란한 정국속에서도 째깍 째깍 시간은 흘러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누가 '엄지 척'을 받고 누가 '응징'을 받게 될까. 뉴스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빛이 빛난다. 다시는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후회를 안 하기로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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