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의 태반주사(전문의약품) 시술 '불법 vs 합법' 대치 국면
현행, 한의원 경구용 태반 드링크제 처방은 가능하지만 주사제 시술은 불법
최근 리도카인 사태까지 전문의약품 사용 관련 적발 한의사 사례 다수
한의사의 태반주사 시술,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방침은 ‘사실상 불허’
한의계, 한의기반 전문의약품 한의계 전면 허용 바람직 '반발'

한의원 태반주사 시술 '불법 vs 합법' 팽팽. 한의원의 태반주사 시술이 현행 의료법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의계가 한의기반 전문의약품의 사용을 강력히 요청, 귀추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한의원 태반주사 시술 '불법 vs 합법' 팽팽. 한의원의 태반주사 시술이 현행 의료법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의계가 한의기반 전문의약품의 사용을 강력히 요청, 귀추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한의원의 태반주사 시술이 현행 의료법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의계가 한의기반 전문의약품의 사용을 강력히 요청, 귀추가 주목된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의원에서만 시술할 수 있는 태반주사제(비급여 전문의약품)가 일반 한의원에서 광범위하게 시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부미용・미백 효과 없는 박근혜 태반주사

태반주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던 주사다. 한의학에서는 태반을 ‘자하거’라고 부른다. 피부미용이나 미백,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016년 수행한 <미용・건강증진 목적 정맥주사제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 보고서에는 “미용이나 피로회복 용도의 임상시험도 없었고, 효능이나 효과도 크게 없다”고 나와 있다.

또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피부미용・미백을 목적으로 하는 태반주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소비자 권고를 한 상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태반주사제에 내 준 허가사항은 태반 가수분해물의 경우 ‘만성 간질환 개선’, 태반 추출물의 경우 ‘갱년기 장애증상 개선’이다. 피부미용・미백과는 관련성이 없다.

일반 한의원의 태반주사 시술은 명백한 불법

현재 태반을 원료로 생산되는 의약품은 주로 태반주사제와 경구용 태반드링크제, 두 종류다. 일반 병・의원이나 의사-한의사 협진 시스템이 갖춰진 한방병원, 복수 면허자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는 경구용과 주사제 모두 처방・시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한의원의 경우, 경구용은 처방이 가능하지만 주사제는 시술할 수 없도록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주사제가 안유심(안전성・유효성 심사)을 거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멜스몬주, 라이넥주, 하니자하거주 같은 태반주사제는 가수분해를 거쳤거나 추출물이라서 전량 ‘전문의약품’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의사가 시술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비급여 전문의약품인 이 주사제가 일선 한의원에서 대량으로 시술되는 게 현실이다.

의사와 치과의사는 있지만 한의사가 명시되지 않아 입법불비(立法不備) 논란을 낳으며 지난한 의협・한의협 다툼의 원인으로 작용해 온 약사법 제23조 제3항 ⓒ스트레이트뉴스DB
의사와 치과의사는 있지만 한의사가 명시되지 않아 입법불비(立法不備) 논란을 낳으며 지난한 의협・한의협 다툼의 원인으로 작용해 온 약사법 제23조 제3항 ⓒ스트레이트뉴스DB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다 적발돼 처벌받은 사례는 많다.

2013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과 항소심은 한의사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사기에 섞어서 사용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다(대구지법2013고정230, 2013노1982). 2016년, 법원은 약침액을 제조한 대한약침학회 강모 회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6억 원을 선고했다.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한의사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은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법2016나54482).

같은 해 국정감사 당시,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의에, 전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한약제제라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약제제를 ‘조제’할 수는 있지만, ‘제조’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국정감사 때 “한의원에서 한약 및 한약제제를 제외한 의과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의과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행위, 전문의약품을 한약에 넣어 제조하는 행위에 대해 약사법 제44조 1항 또는 제23조 3항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19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의약품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성분이 함유된 한약을 판매한 한의사를 적발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2017년 오산의 한 한의원에서 국소마취제 리도카인((Lidocaine) 1cc가 혼합된 왕도약침을 경추부위에 맞은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해당 한의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돼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22일 “법원 판례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사실상 ‘불허’한 것이다.

태반주사 불법 시술하는 일선 한의사들 향해 경각심 주문

이번 20대 국회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한의원 원장들의 태반주사제를 불법 시술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지 의료계는 주목하고 있다. 실제 본보의 취재 결과, ‘양방 선생님들이 허가받은 것(주사제)을 쓴다’, ‘병원용으로 멸균정제해서 앰플로 나온다’, ‘똑같은 주사제가 한방에도 가고 양방에도 간다’와 같은 설명들과 함께 태반주사를 블로그에 광고한 사례, 전문의약품을 소속 한의사들에게 권유하는 모 지역 한의사회 공식 사이트가 즐비한 실정이다.

태반주사제 앰플이 한의원에서 시술되는 배경에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이 지난달 긴급기자회견에서 ‘한의원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던 주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한의원의 태반주사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 분명하고 전문의약품을 사용한 한의사들이 모두 법의 처분을 받은 만큼, 일선 한의사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면 한의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의계 관계자는 “20년 전 의약분업 결정 시에 의료계의 한축인 한의계가 제외된  잘못부터 바로잡아져야 한다"면서 "태반주사제를 포함한 한의학 기반의 전문의약품의 사용을 한의계에도 전폭 확대하는 전향적인 보건복지정책이 긴요하다"고 반박했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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