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 은폐・왜곡에 이용되는 2020도쿄올림픽
일본 아베 정부의 속내는 후쿠시마 부흥 이은 국가 재건
거짓으로 올림픽 유치 후 8년, 통제 불능에 빠진 일본
핵심 방사능 핵종 제거 실패했지만 해양 방류 지속 추진
방사능 오염토, 최종처리장 지정한 지자체 한 곳도 없어
즉시대피 요하는 아즈마 스타디움, 문제없다는 일본 정부
후쿠시마산 식자재 검역 기준치 및 부실 검역장비 의혹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가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올림픽을 정치・경제적 선전장 및 지역 부흥의 도구로 변용하려는 일본 정부와 2020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활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의해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문제를 은폐・왜곡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올림픽의 정치적・종교적・인종차별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헌장 제50조 3항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올림픽의 정치적・종교적・인종차별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헌장 제50조 3항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올림픽 개막과 함께 부흥하는 후쿠시마의 모습을 세계에 알릴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번 올림픽은 동일본(도호쿠) 대지진 이후 10년이 흘러 후쿠시마가 복원됐음을 전 세계에 알릴 최고의 방법이다.” -모리 요시로(森喜郎) 2020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일본 아베 정부가 2020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후쿠시마 부흥에 이은 국가 재건이다.

총리의 거짓말로 따낸 올림픽 개최권

2012년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총리의 선결과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충격에 빠진 일본 사회를 수습하는 것이었고, 올림픽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었다.

2013년 9월, 아베 총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연설에서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상황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The situation is completely under control)”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발언은 ‘완전히 날조된(completely trumped-up)’ 거짓이었다. 원전 폭발사고 이후 8년이 경과된 지금, 후쿠시마 인근 지역은 여전히 출입이 금지되고 있으며, 원전 내부에서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 수습은 난망하다.

115만 톤을 넘어선 방사능 오염수는 보관시설의 수용한계가 임박한 탓에 '통제(control)'가 아니라 '방류(discharging)'를 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방사능 오염토 더미의 안전한 처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연설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2013.09.08)(자료:Reuters)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연설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2013.09.08)(자료:Reuters)

세계 각국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함유된 세슘 농도가 낮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방사능 오염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일부 제염작업을 한 후 사람이 살 수 있는 피폭량 기준을 1mSv(밀리시버트)에서 20mSv로 올린 다음 그 지역을 ‘피난지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귀환을 강요하고 있다.

사고 원전을 완전 폐로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함구다. 그런 곳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선수단장들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방사능 오염수란, 원전사고 이후 뜨거운 원자로를 해수로 냉각하는 과정 및 지하수나 해수가 방사성 내부 물질과 결합되는 과정에 생기는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있은 지 8년, 사고 원전 주변에 115만 톤(7월 기준)의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가 쌓여 보관시설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지하 주입, 대기 방출, 고체화 매립,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분해, 해양 방류 등 다양한 오염수 처리방안이 논의됐지만, 일본 정부는 2016년 이후 추진해 온 해양 방류 결정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

2019년 7월 기준 방사능 오염수 115만 톤이 저장돼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보관시설(자료:antinuclear)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2019년 7월 기준 방사능 오염수 115만 톤이 저장돼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보관시설(자료:antinuclear)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필수 요건은 ‘핵종 제거’이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에 함유된 60여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도쿄전력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열린 주민공청회 당시, 도쿄전력은 삼중수소와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31 등 핵심 방사능 핵종 제거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도쿄전력은 또한 “89만 톤의 오염수를 자체 분석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양이 84%인 75만 톤이었고, 그중 스트론튬90이 기준치의 20,000배를 초과한 오염수도 발견됐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8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신속・저렴한 오염수 처리 방법인 해양 방류가 일본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방사능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후쿠시마대학교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답이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흘러나온 방사능 물질로 인해 사고 1년 후 동해의 세슘 농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3~4년 후에는 사고 이전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도쿄전력은 2011년 4월 방사능 오염수 1만 톤을, 2012년 9월에는 스트론튬 오염수를 무단으로 방류한 바 있다. 2013년에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고도 있었다. 그때마다 동해의 방사능 오염 수치가 높아졌겠지만,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

대책 없이 쌓여 가는 방사능 오염토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은 제염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제염작업 후 발생하는 오염토의 처리 방안이다.

환경 관련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오염도가 8,000Bq/kg을 초과해 일본 환경성이 폐기물로 지정한 방사능 오염토만 218,170톤, 15톤 덤프트럭 14,500대 분량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에 야적돼 있는 방사능 오염토. 일본 환경성 장관은 2015년 9월 이 지역에 방사능 오염토 916만 팩이 쌓여 있다고 발표했다.(자료:newspunch)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에 야적돼 있는 방사능 오염토. 일본 환경성 장관은 2015년 9월 이 지역에 방사능 오염토 916만 팩이 쌓여 있다고 발표했다.(자료:newspunch)

일본 정부는 모든 광역지방자체단체에 최종처리장을 1개소씩 설치해 방사능 오염토를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최종처리장 부지로 선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 탓이다. 우리나라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J빌리지에서 출발하는 성화, 아즈마 베이스볼 스타디움

이처럼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토가 후쿠시마 주변 곳곳에 대책 없이 쌓여 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의 야구 개막전이 개최될 예정인 후쿠시마 아즈마 베이스볼 스타디움(핵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67km 거리) 근처에는 이런 방사능 오염토가 대량으로 쌓여 있다. 이 경기장에서는 소프트볼 경기도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지역의 제염작업을 단기간에 끝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후쿠시마 지역의 70~80%가 숲 또는 수풀이라서 비나 눈이 내릴 때마다 방사능 물질들이 땅으로 지속적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장에 오래 머물수록 방사능에 더 많이 노출됨을 의미한다.

방사능 제거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오염된 숲 인근 토양을 제거하고 있다.(자료:Reuters by Umberto Bacchi)(2015.10.15)
방사능 제거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오염된 숲 인근 토양을 제거하고 있다.(자료:Reuters by Umberto Bacchi)(2015.10.15)

2020년 도쿄올림픽 성화는 핵발전소 사고 현장으로부터 불과 2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축구경기장 ‘J빌리지’에서 출발한다. 오염도가 여전히 높은 지역들이 성화 봉송 루트에 포함돼 있다.

“도쿄올림픽의 핵심은 국가 부흥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도호쿠(동일본) 대지진 재해로 고생한 여러분에게 희망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이 지난 3월 한 발언이다. 일본 정부가 J빌리지를 성화 출발지로 정한 목적은 ‘후쿠시마 재건과 국가 부흥’임이 명백하다. 성화 봉송 루트가 아즈마 스타디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섬뜩한 일본 방사능 오염 실태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의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최재성)는 지도 한 장을 공개했다. 일본의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가 공개한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실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지도였다.

지도에 따르면, 아즈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는 2,057,800Bq/㎡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즉시대피구역’ 기준인 1,480,000Bq/㎡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원전에서 216km 거리에 위치한 도쿄 신구립경기장과 195km 거리에 위치한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도 각각 219,480Bq/㎡, 203,800Bq/㎡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자발적 대피’ 기준인 185,000Bq/㎡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마스크와 보호복 없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 중 96%가량을 출입할 수 있고, 연간 2만여 명이 해당 지역을 방문한다”며 후쿠시마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일본의 방사능 오염실태(자료:더불어민주당)(2019.09.26)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일본의 방사능 오염실태(자료:더불어민주당)(2019.09.26)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되는 도쿄올림픽

“2020도쿄올림픽에 제공될 음식・음료 서비스는 재난을 당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최대한 활용해 재건을 지원하겠다.”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밝힌 ‘2020도쿄올림픽 식음료서비스를 위한 기본전략’의 핵심이다. 도쿄올림픽을 활용해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우길 참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자료들은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증명한다.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농산물 18.1%, 수산물 7%, 야생육류 44.6%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그중 야생 멧돼지에서는 기준치 100Bq/kg의 52배인 5,200Bq/kg이, 두릅에서는 8배에 가까운 780Bq/kg이, 죽순류와 고사리에서는 4배를 넘는 430Bq/kg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여파가 전 국토를 통틀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식품의 방사능 수치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가 가중되자,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국제표준보다 보수적인 시스템을 택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다.

방사능 오염토가 야적된 후쿠시마의 한 마을. 야적장 바로 옆에서 야채가 재배되고 있다.(자료:fukuleaks.org/Asahi shinbun)
방사능 오염토가 야적된 후쿠시마의 한 마을. 야적장 바로 옆에서 야채가 재배되고 있다.(자료:fukuleaks.org/Asahi shinbun)

이와 관련,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기준 미달인 측정 장비로 식품을 검역하거나 검역 기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림픽을 거버넌스에 이용하는 아베 정부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이를 보는 세계 언론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LA 타임스는 오는 2020년도쿄올림픽을 ‘재건 올림픽’이라고 표현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무려 30년 전에 발생했지만, 여전히 방사성 문제가 제기된다. 후쿠시마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일본 정부가 마음대로 문제를 종결지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 사람이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지만, 주민들은 복귀를 거부한다”며 “올림픽 기간 동안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선수들과 코치들도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으며, 암을 비롯한 건강 위협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향적인 문제 제기가 없다면,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는 올림픽 열기에 덮여 버릴 가능성이 크다. 방사능 문제는 결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지만, 이대로라면 문제의 본질은 올림픽에 가려질 것이다.

현재 일본 내 모든 상황은 한 가지 결론을 가리킨다. “후쿠시마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피해를 안전하게 복구하려는 게 아니라, 안전성 확보가 불가능하기에 상황 통제를 위해 올림픽을 활용하려 한다. 올림픽을 정치・경제적 거버넌스(governance)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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