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G, 13년 전 신형우선주 발행→증여 이어 2번째 시도
당시 15세 장녀 서민정씨, 실적 대폭 증가로 추후 증여세 1/6 감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과 장녀 서민정 과장.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과 장녀 서민정 과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증여세 회피를 위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형적인 수단이자 3세 경영을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모레G는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당 예정발행가액 2만82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추정 유상증자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신주 발생 주식수는 우선주 709만2200주로 20%는 우리사주에 우선 배당하고 나머지 80%는 주주배정한 후 실권주는 일반 공모할 예정이다.

아모레G는 모두 2,000억원 가운데 1,600억원은 기업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우선주 발행이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고유의 증여세 회피를 겸한 전형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아모레G는 13년 전인 2006년에 신형 우선주(당시 태평양)를 발행하면서 서경배 회장이 당시 15살인 장녀 서민정씨에게 신형 우선주를 증여했다.

서민정씨는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아모레G의 지분 2.93%를 확보한 바 있다. 중여 이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은 대폭 성장, 아모레G의 우선주는 6배가 폭등했다. 서민정씨는 당시 415억원 가치의 신형우선주의 증여세로 183억원 상당의 우선주를 납부했으나, 추후 보통주 전환 시에 보유주식의 시세가 1,300억원대로 불어나면서 증여세 회피의 논란을 불어일으키기도 했다.

CJ그룹도 이를 그대로 답습, 지난 8월 신형우선주 'CJ4'를 발행했다. 이재현 회장이 후계자인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부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증권가는 싼값에 신형 우선주를 매입한 뒤에 보통주로의 전환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회비용을 줄이는 대표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목적은 승계다, 10년 뒤 보통주 전환이 핵심이다"며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 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모레G의 신형 우선주는 2019년 기준 우선배당수익률이 2.5%의 훌륭한 배당주로서 총수일가는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주인수권 증서는 비상장으로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어,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장녀인 서민정씨는 향후 3.4%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경배 회장(56)의 장녀인 서민정씨(28)는 중국 유학을 마치고 최근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영업전략팀의 '프로페셔널' 직급(과장급)으로 복귀했다.

서 회장의 아모레G의 지분은 53.9%다.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61.96%를 보유 중이다. 나아가 서 회장을 비롯한 우호 세력이 보유 중인 우선주는 16.8%다.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서 회장 일가 보유의 우선주를 서민정씨에게 추가로 증여하는 때가 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경영권 승계의 2막 예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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