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안 발표 이후 전격 사퇴
국론분열과 대통령의 부담, 지지율 하락 등이 원인으로 작용
분노와 허탈감에 휩싸인 조국 지지층, 환영 일색 범보수
검찰개혁, 자유한국당의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와 충돌 우려
민주당, 사법개혁 법안보다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 가능
윤 총장 퇴진 어렵고, 조 장관 관련 수사 속도 끌어올릴 듯
민주당 이탈한 중도층, 조 장관 사퇴로 되돌아올지 관심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조국 법무부 장관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조국 법무부 장관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조국 사퇴로 정국이 일시 정중동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국의 최대 관심은 극렬하게 양분된 여론, 특히 중도층 민심의 향배다. 검찰개혁의 사법개혁과 비례대표 확대의 선거개혁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최대 현안은 누가 민심을 얻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특별수사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과 대구, 광주, 3개 검찰청에만 존치하는 등 특수부 명칭 변경과 부서 축소, 수사범위 제한 내용이 담긴 검찰개혁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전격 사퇴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약 2시간 30여 분 후인 오후 1시 30분경, 법무부는 기자들에게 조 장관의 사퇴 입장문을 배포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퇴 발표에 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검찰까지 당혹감에 빠졌다.

여권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안 발표 이전부터 조 장관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려 진행된 대규모 집회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에 대해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점, 오는 16일부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사법개혁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조국 장관 지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정치권(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조국 장관 지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정치권(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분노한 조국 지지층과 범여권

“검찰이 무슨 짓을 했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탈탈 털지 않았나. 검찰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조 장관이 확실히 보여줬다.” -OnQxxxx-

"평생 먹을 욕을 몇 달 사이에 다 먹으면서 참아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내 생각에는 검찰이 그동안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지 국민들에게 깨알처럼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하늘xxx-

"좋다. 그렇게도 원하던 조국 사퇴가 됐으니까, 이제 검찰개혁 가자. 장관청문회? 두고 보자고. 조국 장관한테 들이댄 잣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썩은xx-

조국 장관 사퇴가 발표된 후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들이다. 조 장관 사퇴 관련 기사에는 14일 오후 내내 검찰과 자유한국당을 성토하는 댓글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국 장관의 의지와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장관직을 물러나게 돼 안타깝고 아쉽다”며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검찰개혁 제도화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조 장관의 노력과 역할”이라고 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취임 이후 35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며 특수부를 45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등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환영 목소리 낸 범보수 세력

소식이 알려진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사퇴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것에 대해 정권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이렇게 판단하고 장관직을 고사했더라면 국민적인 갈등과 분열도 없었을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 경질과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조국 퇴진 대학생 촛불집회를 주도한 전국대학생연합도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싸웠고 정의는 승리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후,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드러누워 시위하고 있다.(2019.04.30)(자료:sbs뉴스 화면 갈무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후,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드러누워 시위하고 있다.(2019.04.30)(자료:sbs뉴스 화면 갈무리)

정치권, 검찰개혁 지속 추진할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롯한 조 장관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과 조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청문회까지 마치는 과정에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절실함이 드러났다고 판단, 국회가 사법개혁에 응답해야 하며, 민주당이 책임지고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에 공조한 정의당도 엄격한 검찰개혁 추진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대결정치를 멈추고 개혁 입법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범보수 세력의 생각은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사법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상정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대로,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불행한 역사’로 보고 조국 장관 사퇴가 국정 난맥상 정상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과 대화・타협의 정치만 제기할 뿐, 검찰개혁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은 없다.

이 같은 범여권 세력과 범보수 세력의 입장 차이 탓에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사법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개혁 법안 처리와 관련, 민주당은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유한국당은 90일간의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추가 자구심사 기간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법개혁안을 직권 상정하고 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졸속처리’라고 주장할 태세다. 이미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간에도 이견이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및 사법개혁 법안 처리와 관련,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본회의 처리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선거법 개정안이 숙원사업인 정의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법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 패스트트랙 사태가 재연되기라도 한다면, 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보다 사법개혁안 우선 처리에 방점을 찍을 경우, 자칫 표 대결에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안건들을 직권 상정한다 해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까지 해가며 패스트트랙에 동조했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당내 위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대표의 복귀 역시 그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결국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문무일 총장과 다섯 기수 차이에 검찰청법 개정(1988년) 이후 고검장을 지내지 않은 최초 인사 등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 수장에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
전임 문무일 총장과 다섯 기수 차이에 검찰청법 개정(1988년) 이후 고검장을 지내지 않은 최초 인사 등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 수장에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총장의 퇴진, 가능할까

‘조국 정국’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지지자들이 쏟아내는 분노의 제1 표적이었다. 조 장관 사퇴 소식에 검찰도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시점을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로 판단해서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장 조 장관의 사퇴가 범여권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의원들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펼칠 공세도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 총장은 정치검찰임을 자인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주장에서 보듯, 여권 일각에서는 조 장관 사퇴가 윤석열 총장의 사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 퇴진이 실제로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물러날 경우, 검찰이 그동안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정치적으로 해왔음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조직을 사랑한다”는 윤 총장에게 조직을 배신하는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반대로, 검찰은 조 장관 사퇴로 인한 비난 여론을 우려해 조 장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비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층 민심,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2019년 10월 2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중도층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28.5%를 얻어 33.8%를 기록한 자유한국당에 문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35.3%)과 자유한국당(34.4%)의 격차는 오차범위인 0.9%까지 좁혀졌다.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과 실망감이 중도층 이탈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조 장관이 사퇴한 만큼,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의 사퇴를 ‘국면전환용’이라고 폄하하며 사법권력 장악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 장관의 전격 사퇴 발표가 중도층 민심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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