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의 충격적인 죽음을 계기로 악플에 대한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녀의 죽음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바, 직접적인 요인이 악플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 숨겨진 남모를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악플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또한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시청률에 집착한 방송환경과 무리한 프로그램 기획이 작용했는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유명인들의 죽음을 목격해왔다. 그 중에는 차마 고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죄송스러운 정치인도 있고, 권력의 노리개로 농락당하다 떠난 배우도 있으며, 사업 실패나 추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은 사람도 있다.

다수의 사회심리학자들은 자살을 분석함에 있어 '사회적 환경'을 강조한다. 자살은 단지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형태로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혹은 반대로 고립 속에서 죽음이 접근해 온다는 것이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이 공연히 지어진 말은 아닌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월등하게 높은 교통인프라나 인터넷속도만이 선진국의 지표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률이나 평균소득, 평균연령이나 출산율도 판단의 일부분일 것이다. 병든 집단의 병든 지성들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키보드로 죽음의 화살을 날린다. 조회수에 혈안이 된 언론은 유명 연예인의 죽음을 틈타 가십성 기사로 고인을 능욕한다.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집단지성, 건강한 언론은 여전히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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