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독재자' 인텔이 삼성전자 반도체 키운 사연
'착한 독재자' 인텔이 삼성전자 반도체 키운 사연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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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이며 대한민국 수출 품목 1위이자 한국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의 반도체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가전제품 같은 전자기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 클라우드, 드론 등을 구축하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는 그 자체로 첨단기술제품이자 산업에도 첨단기술과 노하우, 시스템이 응축되어 있다. 반도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이제 반도체 산업을 알지 못하고서는 어떤 기술 개발이나 경제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반도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반도체 산업이 어떤 구조이며 어떤 경쟁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반도체 산업은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 국면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산업보호정책이 맞물려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나 중국의 막대한 투자 소식에 사람들의 의견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흔들린다. 

반도체 제조 과정은 크게 시장조사, 설계, 제조, 테스트, 패키징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제조 공정은, 웨이퍼 표면을 세척하여 준비한 뒤 원하는 기둥의 두께만큼 물질을 두텁게 바르는 과정(도포), 포토레지스트를 입힌 뒤 기둥이 될 부분을 제외한 주변부를 태워서 없애는 과정(노광), 불화수소 가스를 이용해 주변부를 깎는 과정(식각) 등으로 나뉜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물질은 포토레지스트(PR), 불화수소(HF)다. 무기화하려면 대체재가 없고 강력한 독점 지위를 가지는 재료여야 하는데, 수출규제 전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제품 점유율은 91.9%에 이르고 불화수소 또한 43.9%에 이르고 있었다(한국무역협회 발표, 2019년 1~5월 기준). 그렇다면 이들은 각각 어떤 공정에 쓰이기에 핵심소재라 하는 것일까. 포토레지스트는 ‘노광’ 과정에서, 불화수소는 ‘식각’ 과정에서 쓰인다. 

지금도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강자로 불린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1·2위로, 두 업체의 비중이 60%에 이른다. 

노어와 낸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삼성전자가 아직 2위에 머물러 있을 때 애플의 스티브 잡스로 인해 시장이 평정됐고, 삼성전자는 확고한 1인자로 자리 잡게 됐다. 

플래시 메모리는 1980년 도시바의 후지오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읽기와 쓰기 속도가 나쁜 대신, 전원을 차단하더라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특징(비휘발성)을 가진 저품질 메모리였다. 제조상의 결함이 많아 컨트롤러를 결합해야 했으므로 도시바에서는 상품화하려 하지 않았다.

플래시의 강력한 잠재력을 알아채고 먼저 상품화한 것은 인텔이었다. 1992년 도시바는 삼성전자에게 낸드 플래시 기술을 라이선싱 해줬고, 이로 인해 도시바는 생각도 못 했을 낸드 플래시의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바로 아이팟 나노의 등장이었다. 아이팟보다 크기는 줄이되 같은 용량을 지원하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데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것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선택했고, 아이팟 나노 1세대는 출시 3주 만에 100만 대가 판매됐다.

플래시 메모리가 매우 많이 필요해졌고 수요가 치솟았다. 이런 시장 변화 때문에 2004년 낸드는 노어를 매출에서 앞질렀고 2005년에는 64%나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낸드 덕분에 2005년 매출액이 무려 1.5배 증가했다. 휴대용 장비 시장에서의 첫 결전으로 서구권의 노어 플래시 사업은 변두리로 밀려났고 낸드는 메모리 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하나가 됐다.

비메모리 반도체 1위인 인텔이 지금의 아성을 구축하기까지 수많은 업체와의 경쟁과 협업, 혁신을 통해 가능했다. 2005년까지 인텔은 AMD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AMD는 고가 라인업인 펜티엄에서는 애슬론 FX로, 저가 라인업인 셀러론에서는 셈프론을 통해 인텔에게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2005년 인텔은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를 전격 폐기하고 '인텔 코어 2 프로세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 인텔은 최고의 설계 자원을 아낌없이 신형 프로세서에 투입해 트랜지스터도 아끼고 전력 소모도 줄였고 성능도 끌어올렸다.

약 33만원이었던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는 당시 100만원이 넘던 AMD의 최고급 CPU를 25% 이상 차이로 밀어버렸다. 인텔은 공짜 점심의 방향을 클럭 중심에서 아키텍처 확장으로 전환했고, AMD는 점유율 40%의 벽이 깨지며 추락했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삼성전자, 인텔 같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의 세월을 겪으면서 습득하고 실행에 옮긴 승자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분업화를 통해 신흥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이 사용한 전략과 기술, 직면한 과제를 통해 이들에게 어떤 돌파구가 있는지 알아본다.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잠재력과 현주소를 데이터를 토대로 소개한다. 각 기업들이 구사한 전략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 데이터와 전문지 등을 기반으로 한 근거와 전망, 합리적인 미래 예측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책은 기존 승자와 도전자 기업으로 인텔, ARM, 엔비디아, TSMC, 구글, 삼성전자를 꼽고, 그들의 현재 상태를 통해 어떤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 또한 어떤 돌파구가 있는지 알아본다.

특히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굴기의 현실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한국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시장 상황과 기술력의 차이, 데이터 등을 근거로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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