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합의, 미중 대치 완화됐지만 미봉책 불과
트럼프, 칠레 APEC에서 스몰딜 적극 홍보 예정
1단계 합의 배경에 트럼프 재선 우려 작용 가능성 있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홍콩사태와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
중국, ‘농산물 추가 구매’ 카드로 미국 압박 나서

중국 류허 (劉鶴) 부총리와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2019.02.14)(자료:mecropress)
중국 류허 (劉鶴) 부총리와 미국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2019.02.14)(자료:mecropress)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이 스몰딜(small-deal)을 성사시키면서 미중무역전쟁으로 장기간 계속돼 온 양국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이 일정 부분 완화됐지만, 핵심 쟁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지난 10~11일(현지시간), 미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과 중국 류허 (劉鶴) 부총리는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1단계 합의’를 성사시켰다.

이번 합의에는 ▲중국이 연간 최대 5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미국이 2,500억 달러(약 297조 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하며, ▲환율 등 통화정책과 지적재산권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당장의 파국은 피했지만 미중무역전쟁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1단계 합의 서명될 칠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미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번 스몰딜의 서명과 관련, “칠레 정상회담 때까지 매우 쉽게, 희망적으로 서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과 잘 협력하고 있다.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16일 “1단계 합의에 대한 최종 문서작업이 진행 중이며, 칠레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때까지는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의 연장이다.

엘라 비치(Ela Beach)에 위치한 APEC 하우스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칠레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an Pinera) 대통령(자료:post-courier)
엘라 비치(Ela Beach)에 위치한 APEC 하우스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칠레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an Pinera) 대통령(자료:post-courier)

내달 16, 17일 열릴 칠레 APEC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1단계 합의 홍보무대가 될 전망이다.

스몰딜의 배경은 트럼프 재선에 대한 우려?

미국 대선 일정이 한창인 가운데, 재선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가 이번 스몰딜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래리 커들로(Larry Kudlo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미중 간 무역분쟁 고조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에 참석한 보수 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Steven Moore) 박사가 “중국과의 무역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이라며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휴전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의 재선 관련 조언이 11일 성사된 스몰딜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일시 휴전, 여전한 불안

미중 양국 간 스몰딜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11일 코스피도 1.94% 상승하면서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무역전쟁을 보는 국제사회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유는 지난 5월 미중 양국의 협상이 결렬될 당시 쟁점이었던 ▲미국 기업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적재산권의 보호, ▲환율조작과 사이버 절도 금지 등에 대한 합의가 빠져 있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為, Huawei) 이슈와 12월 15일로 예정된 미국의 15% 추가 관세 부과 이슈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Honk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미국 하원(2019.10.15)(자료:flipboard)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Honk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미국 하원(2019.10.15)(자료:flipboard)

점점 격렬해지는 홍콩사태도 변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홍콩의 자치 수준 평가 결과에 따라 관세와 무역, 비자 등에 대한 특혜를 검토한다는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다면 상원 통과도 무난해 보인다.

홍콩의 자치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지속될 경우, 이 법안에 따라 미국은 홍콩에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의 어떤 영토도 분열시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몸이 부서지고 뼈가 산산조각 나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지난 13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그만큼 민감하다. 홍콩사태와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이 중국 내 소수민족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 의회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미중 협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8일, 중국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합의를 문서화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접촉하고 있고, 다음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시작했다”며 “미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따라 향후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농산물 추가 구매’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중국은 12월 15일로 예정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의 ‘보류’가 아닌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분쟁을 주도해왔지만, 재선에 대한 우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어 당분간은 중국이 미중무역전쟁에 공세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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