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터지는 암세포' 사모펀드
'곪아터지는 암세포' 사모펀드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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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모펀드의 실체와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한국은행이 국정감사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과 법인이 해외 조세회피처로 송금한 금액은 7,602억 달러(847조 8,282억 원, 2014∼2018년 기간,평균 원/달러 환율 1,115.27원 적용)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해외 조세피난처에서 국내로 송금된 돈은 5,045억 달러로, 국내 수취한 금액이 송금액보다 2,557억 달러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피난처란 세제상 세금이 면제되거나 현저히 경감되는 우대를 해주는 국가나 지역으로, 외국환관리법이나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역외탈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는 케이만군도로 우리나라 상호출자제한 지정 그룹의 역외계열법인이 41개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피난처에 계열회사를 설립하는 이유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납부하는 법인세 등을 줄이기 위해 유명 로펌이나 회계법인으로부터 ‘조세계획(Tax Planning)’ 컨설팅을 받고 있다. ‘조세계획’이란 양자 국가 간 또는 다자간 국가 간에 체결된 조세협약과 여러 국가의 세법상 공제/감면 제도를 분석해 수익원천별로 최적의 거래 루트를 찾아 역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모기업 의 기업가치 또는 사주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고도의 경영전략이다. 한국도 2018년 말 현재 세계 93개국과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조세조약)’을 맺고 있으며,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등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등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 구글 계열사들의 법적 소재지는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식재산권 관련해 세제상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나라이다. 구글은 아일랜드에 다수의 자회사들을 설립하고, 세계 각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 명분으로 이들 회사에 몰아줌으로써 법인세를 적게 내고 있다.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

'탈세(tax evasion)'는 불법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고, '절세(tax savings)'는 합법적으로 세제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납부금액을 줄이는 것이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힘들다.

OECD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 법인세 손실금액이 2014년 기준으로 연간 최대 280조원(약 2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EU 및 대다수의 국가들은 이런 조세회피(Tax Evasion)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OECD와 G20회의를 통해 2012년 6월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이하 ‘BEPS’) 방지 프로젝트가 탄생했는데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 각국은 역외탈세 정보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2015년 6월 한미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체결했다. OECD는 비거주자의 금융정보를 정기적으로 자동 교환할 수 있는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MCAA)’ 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2014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총 51개국이 이 협정에 서명한 이후, 세계 100여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해외 불법로 유출한 자금 기하급수적

2012년 7월 영국의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TJN, Tax Justice Network)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자산은 7790억 달러(약 870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139개국 가운데 중국(1조1890억달러)과 러시아(798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GDP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 사망 이후 정치적 혼란기에 자산 유출이 급격히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조세정의네트워크는 개발도상국에서 1970년대 이후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자산의 누적 총액은 이들 국가의 부채를 상환하고도 남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컨설팅업체 매킨지 수석연구원을 지낸 제임스 헨리가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세계은행과 국제결제은행, 국제통화기금 자료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에 기초해 세계 각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은닉 자산 규모를 추산한 것이다.

사모펀드의 대표작, 론스타

론스타 펀드는 1995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자본금 2억 5,000만 달러로 설립되었다. 이 펀드의 전문영역은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되팔아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이다. 한국에서는 199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5,000억 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2002년 8월에는 한국외환은행㈜ 지분 64.62%를 2조 1,548억 원에 인수하고, 배당금 및 주식매각 등을 통해 최소 5조 원 이상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론스타펀드는 국세청에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조세소송이 줄을 이었고,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펀드가 금융기업 인수자격과 관련해 복잡한 법적 분쟁도 벌어졌었다.

하지만, 론스타 펀드의 실제 투자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온갖 추측만 난무했었다. 만약, 소문에 떠도는 것처럼 미국의 정치 실세들이 개입해 돈놀이 게임에 개입했다면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것이다.

사모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한 라임자산운용.

우리나라의 사모펀드 시장 아수라장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도권에 있는 펀드 유형은 크게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분류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작동된다는 점에서 유사수신행위와 관련이 있는 다단계펀드 등과는 엄격하게 구분된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재력가나 연기금(LP, Limited Partner)들과 돈 불리기 선수(GP, General Partner)가 아름아름 모여 고수익을 취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된다. 고수익 사업기회를 확보하고 있는 GP의 경우 성공보수로 거액을 챙기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투자단위가 1억 원 이상이고, 최대 49인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2015년 이후 사모펀드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 최근에는 약 400조원 규모에 달한다.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운영패턴은 부실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후 가치를 높여 매각하거나, 우회상장 등을 활용해 수익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명 경제에 긍정적인 점도 있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의 문제점

지난 8월 22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사모펀드의 정관과 약정을 가지고 증여세를 피하긴 어렵고, 사모펀드는 비상장 기업들의 장래 유망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자금으로,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사모펀드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는 널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돈은 천문학적 규모다. 이 돈이 펀드로 위장해 국내에 들여와 자본시장을 교란하거나 악용되는 경우, 이런 자금 패턴을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부른다.

해외로 빼 돌린 돈을 국내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고 유령처럼 숨어서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통해 법적인 문제도 피해나가면서 경영에 직접참여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위 M&A 부띠끄들이 주장하는 좋은 사업기회(Pearl)를 가지고 부실한 상장기업(Shell)을 활용한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을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만약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라면, 사모펀드를 통해 신분을 숨기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대상은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가 될 수도 있고, 국토개발정보 입수를 통한 부동산 개발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 기회는 공기업의 아웃소싱이 될 수도 있고, 공공사업 영역에서의 민간투자로 위장한 고수익 확보 영역이 될 수도 있다.

상장기업의 대주주라면 내부정보를 이용해 법적인 위험을 피해나가면서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때 상속세법을 개정해 포괄증여제도를 실행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사모펀드를 이용한 증여세 포탈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국세행정력이 모든 문제를 커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아 고도의 지능적 수법으로 무장해 제도의 허점을 노려 사모펀드가 운영되는 경우, 검찰이나 경찰도 완벽한 증거확보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법원의 판사들도 불충분한 정보나 편향된 가치관에 근거해 그릇된 판결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제2, 제3의 보완책 마련 절실

미국은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과 '내부고발자법'에 의해 국민이 국가에 손해를 끼친 행위를 고발해 승소하면 배상금액 또는 합의금의 15~30%를 금액을 지급한다. 실제 미국 국세청은 몇 년 전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탈세 관련 범죄 물증을 제공한 전 UBS 직원에게 포상금 1억400만달러(한화 약 1170억원)를 지급했다. 해당 직원은 스위스 현행법을 어겨 감옥에 갇혀 있던 중,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받은 것이다.

정부는 사모펀드 심의에 AI를 적용키로 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사모펀드 심의에 AI를 적용키로 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연합뉴스

우리는 국세기본법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포함한 탈세 등 제보 포상금 상한선을 20억 원으로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포상금 상한선이 없다. 조세피난처 은행 등의 금융회사의 프라이빗 뱅킹 담당자, 회계법인이나 로펌의 전문가들은 예금자 비밀보호를 생명처럼 소중하게 느끼도록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이를 타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고액의 포상금 유혹일 것이다. 국세기본법 등을 개정해 포상금 상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국가는 세금이나 벌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도 없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투자하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도의 책략이다. 이를 적발하는 공무원들조차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해외금융계좌 등에 대한 정부를 입수해 환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지방자치단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그리고, 예금보험공사 등이다. 관련부처가 많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가 쉽다는 점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해외 금융계좌 추적 등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해외은닉자금 환수를 담당할 전담 컨트롤타워가 설치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국환 규제를 하고 있고 금융실명제를 실행하고 있지만, 외화 밀반출을 위한 구멍은 숭숭 뚫려 있다. 100만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송금수수료 절감을 위해 대부분 은행권을 통한 정상 송금이 아닌 환치기를 통해 자국으로 송금을 하고 있다. 그 규모는 수십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형적인 환치기 수법은 한국 내에서의 계좌이체와 자국 내에서의 계좌이체를 통해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이나 코인거래 규제 등으로 이른 바 ‘바지’ 명의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면서, 한국과 자국 내에서의 현금거래를 통한 환치기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5만원권 회수율이 최근 급격히 낮아진 현상도 환치기가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환치기를 위해 조성된 거액의 현금은 국내 지하경제 시장 규모를 확대와 관련성이 높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OECD가 주관하고 있는 돈세탁 방지(AML, Anti Money Laundering)를 위한 FATF에 가입해, 금융정보분석원을 설립하고 FIU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에는 고액현금거래보고(CTR)와 의심거래보고(STR)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 문제 때문에 거래의 일부만 검토(Review)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불법 금융거래가 횡행해도 이를 제대로 적발해 내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미국 등의 선진국의 경우처럼 FIU는 보고된 금융거래 정보로 구성된 통합DB만 유지하고, 필요 시 관련 정부 부처 공무원 등이 자유롭게 FIU에 접근해 조회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사모펀드가 악용될 소지가 있는 거래 유형을 파악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그리고, 한국은행 등도 고도의 변칙 금융기법을 통한 환치기나 탈세 유형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관련 법률 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갈수록 벼랑길이다. 경제는 내리막인데 빈부 격차는 날로 극심하다. 무단 외화반출이나 역외탈세로 악용 소지가 농후한 사모펀드에 대한 고도의 감시장치 가동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함으로 정의로운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상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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