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다. 그의 존재감을 생각해보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다. 그의 죽음은 의료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의 구제를 위한 '신해철법'을 낳았지만, 추가적인 법적 보강장치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에서 환자는 여전히 약자인 상황이다. 

신해철이 한국 음악계에서 이룬 성과를 열거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어떤 팬에게는 야구장 응원가로만 인식되는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가 대표작일 것이고, 다른 팬에게는 그의 솔로앨범 대표곡인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가 애창곡이겠다. 하지만 프로그래시브와 인더스트리얼(전자음악)을 접목한 그의 록음악 앨범들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사의 명반에 올려놓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신해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의 음악적 업적이나 영향력 뿐만은 아니다. 사회현실에 관련해 그가 쏟아내는 능수능란한 달변과 거침없는 주장 때문이다. 그 중에는 '대마초 비범죄화'와 '간통제 폐지' 등의 당시 급진적인 주제도 있었다. 이명박정부 시대를 비판한 그의 발언들이 정치권력의 눈엣가시가 된 것은 당연하다. 2010년 국정원이 주도한 '문화예술인 건전화 사업 계획' 즉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영광'도 차지한다. 신해철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지는 싸움을 피해가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으면서 "지는 싸움도 때로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왕다운 파이팅이다.

촛불로 겨우 바로잡은 나라가 다시 뒤뚱거린다. 개혁은 더디고 숨죽였던 적폐가 다시 기어나온다. 지치고 의기소침한 우리에게 어쩌면 신해철의 음악이 등을 두드려 줄지 모르겠다.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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