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국’ 정국 달구는 공수처법・선거법 개정안
개점휴업 들어간 ‘정치협상회의’와 ‘3+3 협의체’
공수처법 우선 처리 두고 스텝 꼬인 민주당 지도부
선거법 급한 야3당,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부정적
패스트트랙 지정 세 법안 처리 불발 우려 제기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지난 14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포스트 조국’ 정국을 달구는 가운데, 여당의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조정안,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조국 전 장관 가족을 수사하는 과정에 검찰개혁의 당위가 드러났다고 판단, 공수처법을 책임지고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상정 자체가 불법이라며 반대한다.

정치권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치협상회의’와 ‘3+3협의체’를 꾸렸다. 정치협상회의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3+3협의체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참여한다.

그러나 두 협의체 모두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협상회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불참,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해외 방문 등으로 2차 모임 일정이 불투명하고, 3+3협의체는 각 당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 명시된 수사 대상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 명시된 수사 대상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우선 처리’ 두고 스텝 꼬인 민주당

“패스트트랙 법안 가운데 공수처법을 분리해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회의 후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한 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운 국민이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등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공수처법부터 처리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원내대변인의 발언 이후 언론이 ‘공수처법 우선 처리’ 기사를 쏟아내자, 이인영 원내대표의 질책이 이어졌다.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브리핑한 데 따른 질책이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도 공수처법 우선 처리 발언에 발끈했다. 이 사안이 선거법 개정안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난색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사법개혁 법안에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여당이 약속을 어기고 공수처법 우선 처리에 나설 경우, 선거법 개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변・혁 포함)과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포함)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동안 여당에 힘을 실어줬던 정의당의 입장조차 불분명하다.

자유한국당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재연되기라도 한다면, 선거법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여당이 본회의 표 대결에서 패할 가능성도 있다.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까지 해가며 패스트트랙에 동조했지만, 하태경,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유승민 전 대표의 복귀 등이 이어지면서 분당 직전이고, 민주평화당은 대안신당이 떨어져 나와 해체 직전이라서다.

더욱이 민주평화당 탈당파들로 구성된 대안신당은 ‘지역구 의석 축소’ 및 ‘비례대표 의석 확대’로 구성된 선거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안신당이 요구하는 것은 지역구 의석 축소가 아닌 의원 정수 확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정의당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다.

전략 부재 비판 직면한 민주당 지도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를 찾아 취임 이후 4번째 시정연설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공수처법 처리에 대한 국회 협조였다. 당청 간 대화와 조율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위해 굳게 손을 잡았고, 여섯 달이 지나 약속을 실천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정당들과 뜻을 모아나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25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얼핏 보면 여야 4당공조 복원과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야3당에는 공수처법 우선 처리와 별개로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그만큼 애매하다.

이처럼 원내대변인 따로, 대통령 따로, 원내대표 따로인 모양새 탓에, 당내에서조차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도부 전략이 안 보인다. 이렇게 가다가 안 되기라도 하면 야당 탓 이전에 국민 원성을 어떻게 들을지 정말 걱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법개혁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의 90일 추가 자구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수처법은 현 정부의 사법권력 장악 의도”라며 결사반대하면서 세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에는 애초부터 관심도 없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은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 약속부터 지키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무게중심은 공수처법에 있지만, 야3당과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 우선 처리 약속을 어길 수도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포함,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과 ‘약속 실천에 대한 노력’ 발언 외에 여당의 행보에 어떤 구체적인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둘 다 처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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