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칼럼] 문 정부, 경제 비상 상황판 다시 만들라
[통일로 칼럼] 문 정부, 경제 비상 상황판 다시 만들라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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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블랙홀에 빠진 경제와 민생 살리기를 외면, 조국 장관 사퇴 이후에도 정쟁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정치권이 블랙홀에 빠진 경제와 민생 살리기를 외면, 조국 장관 사퇴 이후에도 정쟁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국 장관 사퇴 이후에도 정치권의 샅바싸움은 그칠 줄 모른다. 20대 국회의 최대 현안인 공수처 신설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둘러싼 정쟁은 날로 뜨겁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두 달 가까이 민심은 두 동강이 난 채 타협의 여지가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분열과 갈등에 경제와 민생의 챙기기는 뒷전이었다.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권은 지금도 잘잘못을 따지면서 민심을 외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사전에 예상치 못했던 한·중 무역갈등이나 일본의 경제보복 등의 외생적 변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서 체감 경기는 갈수록 싸늘하기만 하다. OECD는 우리나라의 경기 선행지표가 2017년 5월(101.72) 이후 2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1월 이후 최장 기간 기록을 기록한 것이다. IMF 경제 위기 당시와 견줄 정도가 됐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우리 경제는 상당히 선방하고 있고, 일부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즉,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도 문제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나친 낙관은 더 걱정이다.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야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사태 발생 전 지나친 낙관론이 대참사를 불러왔던 때를 상기해보면 알 일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IMF사태 이후 김대중 정권 5% 선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1%씩 추락해 현재 2%선에 머물고 있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때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복원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다.

얼마 전 우리 경제의 경기고점이 언제였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통계청은 상당기간 숙고 후 지난 9월 20일 우리나라 경기가 2017년 9월에 고점을 기록한 뒤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2013년 3월에 저점을 기록한 뒤 내수를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하다가 2016년 4분기 이후부터 세계 경제가 성장하고 교역이 확대되면서 개선세가 확대됐다는 진단을 했다. 하지만 2017년 9월부터 조정국면을 맞았고 2018년부터 세계 경제성장률이 꺾인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경기가 위축됐다는 게 통계청의 판단이다.

2019년 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 ·기업 중소기업 130개사와의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 청와대
2019년 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 ·기업 중소기업 130개사와의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 청와대

경제정책을 펼치는 고위 경제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 현실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2017년 5월 9일 출범했는데, 공교롭게도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 달이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경제 상황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해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어 얹은 셈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뿌리산업 전반을 비롯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영세한 다수의 소상공인들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경제 흐름상 소득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다. 소비나 투자 활성화 등의 독립변수가 적절히 작용해 소득이라는 종속변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앞뒤가 뒤바뀐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실행하고 상당 기간이 경과 후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사과했지만, 이미 배는 떠나버린 이후였다. 아직도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정부는 요즘 주 52시간 근로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비정규직 문제도 혼돈 속에 빠져 있다. 모름지기 경제정책은 집행이후 예견되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충실하게 검토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준비한 다음 실행돼야 한다. 먼저 총을 쏘고 난 다음 가늠쇠를 조정해 영점을 맞추는 어리석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재벌 개혁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 공약들은 어디서 잠자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법개혁도 중요한 화두지만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한 주제다. 진보정권 출범에 기대를 가졌던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설치한 청와대 일자리상황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설치한 청와대 일자리상황판.

일자리 사정은 낙제점이다. 전 정부에 비해 일자리 총량은 늘어났지만 노인 단기 일자리만 늘었고, 청·장년층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과거 정부에 비해 많은 재정을 일자리 예산으로 쏟아 부었지만, 실속은 없었던 셈이다.

복지예산도 대폭 늘렸지만, 가계의 명목소득만 증가 시켰을 뿐 중요한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었다. 지니계수로 본 소득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 특히, 영세 사업소득자들의 소득 양극화는 훨씬 심각해졌다. 좀처럼 소비심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해외투자는 급증하는데, 국내 투자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도무지 경제 복원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찾아 볼 수가 없다.

2개월째 물가가 하락하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나타났다. 디플레이션 여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잃어버린 20년 장기 불황 터널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물론,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일본의 1996년 상황의 거시지표와 우리 현실은 너무 닮았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 경제활동인구 감소 시작, 성장률 정체, 인구대비 소상공인 비율 피크, 부동산 가격 인상, 쌍봉세대 일자리 감소 등의 현상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에 접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년이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다. 언제나 그랬듯 국회 마지막 회기는 대충 넘어간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예·결산 심사, 법안 처리 등 보다는 공천과 차기 총선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상임위가 형식적으로 겉돌기 때문에 공무원들과 소관 공공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풀어 놓고 있다. 재벌을 비롯한 이익단체들은 허술한 이 시기를 집중 공략해 이권 챙기기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정신 바짝 차리고 날카로운 동물적 감각을 갖춰 현실 경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조국사태로 양분된 듯한 민심도 귀결점은 민생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2%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초유의 1% 성장으로 뒷걸음칠 전망이다. 위중한 경제를 외면, 정쟁을 일삼은 정당에 표심과 민심이 따라갈 리 만무다. 현재 말없는 다수의 민심은 허리졸아매기에 속이 부글부글이다. 곳간에 인심나고 항산있는 곳에 항심이 있기 마련이다. 문정부는 취임 초심으로 돌아가 비상 경제를 챙길 상황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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